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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천 번을 흘들려야 어른이 된다. 작년엔 그렇게 난리가 났었던 란도샘의 <아프니까 청춘>은 표지만 보고 넘겼었는데, 작년 말인가 어느 책방 싸이트에서 열렸던 시상식에 초대가 되어 란도쌤을 뵌 적이 있었다. 사진도 찍었다. 그때,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걸 들었다. 얼결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다음 책은 중년을 위해 쓸꺼라고. 그래서 중년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막연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고, 500명의 독자 모니터를 모집한다는 정보에 신난다고 응모를 했었다. 가제본으로 된 책들은 언제나 가슴을 떨리게 만든다. 아무도 읽어 보지 못한 책을 접할 때에 설레임. 표제만 보고 하루를 생각했었다. 표제가 제대로 된것일까?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천 번쯤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책을 읽고 난 뒤 이 제목이 다른 글에서 따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가제본과 정식으로 출판된 책을 만났다. 8월 초에 책을 읽었었는데, 리류를 쓰려니 기억이 가물가물 한것이 아닌가? 다른 책들과 섞여 버려서 500명에게만 준다는, 한정판. 란도쌤에 친필 사인도 들어있고, 내 이름도 작게 들어있는 책을 펼쳤다.
나는 지금 어디까지 얼마만큼 와 있는 걸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란도램은 이야기를 했다. 이 아픈 청춘을 견뎌내야지만 어른이 된다고. 견뎌낸 청춘은 이제 아프지 않을까? 아프지 않아야 하는데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아픔은 청춘의 아픔과는 비교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프다. 란도쌤이 이야기하고 있는 생물학적 나이로 25세에서 35세 사이의 '어른아이들'이 겪는 아픔. 그리고 더 큰 어른이 겪는 아픔. 열 세살 딸 아이는 스무살만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때는 대학도 가고 하고싶은 일만 할거라고. 회사에서 아르바이르를 하고 있는 스물세살 애 띤 여학생은 서른만되면 행복해질 거라고 이야기 한다. 그때가 되면 학자금 대출도 다 갚고, 인생을 여유롭게 살 수 있을꺼라고 말이다. 내 나이 서른엔 어땠지? 아이들과 씨름하느냐고 정신이 없었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도 할수 없는 시간들 이었고, 마흔이 되어 아이들이 조금만 크면 행복해 질 줄 알았다. 지금 나는 아이들도 컸고 바라던 그 나이가 되었는데, 여전히 아프다.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면 1미터를 갈 수 있는 애벌레가 죽기전에 10킬로미터를 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더 열심히 몸을 꿈틀거랴야 할까? 아니다. 리셋해야 한다. 나비로 변해 훨훨 날아가야 한다. (p. 47 /리셋! 내 인생 중)
란도샘의 말처럼 만만찮은 ‘어른의 삶’은 여전히 내앞에 있다. 지금 내가 마주보고 있는 '어른의 삶'.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 내 인생을 다시 바꾸어 버릴 수도 있는 일.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왔지만, 발을 내 딛기가 몸서리 치도록 두려웠다. '이걸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해 놨던 것들은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고, 내가 추수리고 책임져야만 하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는다. 힘든일을 뭐하려고 하느냐고, 아직도 아이들이 어린데, 아이들은 어떻게 돌 볼 생각이냐고. 작은 아이가 5살 되던 해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분명 그때도 이랬을 것이다. 임신과 함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뒀었으니 그때까지의 10년이라는 공백은 더 무서웠을 것이다.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지금에 자리의 안락함때문에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리셋!'을 읽었다. 나비가 아닌 애벌레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해봐야지. 아니더라도 그냥 사그라 드는 것보다는 힘들고 애써야 나중에 후회라도 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경력을 무시하고 지금 이 나이에 신입사원 모집공고에 응모를 했다. 심장이 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두렵고 떨린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두려움과 설렘.

나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있는걸까? 란도샘의 말처럼 흔들리고 아파하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전혀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끄러워 할일도 너무 많이 아파 할일도 아니다. 인생은 그런거니까 말이다. 태풍이 한반도를 덮쳤다. 15호 태풍 '볼라벤'이 싹쓸이를 하듯이 전국을 휩쓸었고, 이제 14호 태풍 '덴빈'이 움직이고 있단다. 그 싹쓸이에 죽을만큼 이 땅이 아파하고 있다. 서울경기 지방은 태풍의 피해가 덜한 편이라고 해도 아래쪽은 지금까지 애써 이루었던 모든것이 엎어져 버려 망한자실한 분들이 부지기 수라고 한다. TV화면으로 보는 피해에도 이렇게 가슴이 아프니, 겪으신 분들은 오죽하셨을까? 하지만 사람이라 산다. 죽지않고 버티면 살아나가는 것이 사람이다. 책을 읽다 보면<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있는 '인생시계'부분이 다시 언급되어 있다. 이제 인생시계를 80으로 맞추긴 힘들지도 모른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있으니까. 아이들을 다 키우고 이제 여유롭게 살기만 하면 된다는 인생도 인생시계에 대입해 보면 여전히 정오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남은 시간을 너무 아파만 하고 살기엔 삶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아모르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아니, 사랑한다는 것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일 것이다. 나만 사랑한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자신만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자신만 사랑하지는 않는다. 육체적 만족과 쾌락만이 사랑은 아니다. 나의 운명을 사랑하는 것. 란도샘의 말처럼 우리에게 지워진 운명적 삶의 굴레는 어느 순간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견뎌내는 것이다. 꼭 하루씩만 살아내자고 외치는 이유는 내 앞에 어떤 삶이 펼쳐져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태풍 속에서도 삶이 나를 거칠게 흔들어도, 흔들리면서 '성장'하고 진짜 '어른'이 되어 가는 것. 마흔이 되어도 여전히 나는 '어른아이'다. 오직 나만을 위해서만은 살 수 없는 지금, 가족도 지켜야 하고 일도 해야하고, 나를 꿈꾸기도 해야 하는 지금, 흔들릴때면 뿌리채 뽑혀서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가 많고, 어려움은 외면해 버리고 싶을때가 셀 수 없이 많지만, 내 인생은 이게 끝이 아니기에 나는 리셋을 준비하고 '아모르파티'를 외친다. 천 번을 흔들리고 또 흔들려도 흔들릴 준비가 되어있는 내게~ 아모르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