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밴던 ㅣ 어밴던 시리즈
멕 캐봇 지음, 이주혜 옮김 / 에르디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모른다. 영화인지 드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유명한 작품인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앤 헤서웨이 주연의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원작자 멕 캐봇의 화제작이라고 <어벤던>이 소개 되어지는 걸 보니,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작품보다 전작이 훨씬 유명했나보다. 그렇게 유명하다는 전작을 읽어본적이 없으니 이야기 하긴 힘들지만, 꽤나 달콤한 작품이었을 것 같다. 성인, 청소년 분야에서 38주간 베스트셀러에 머물렀다고 하니 말이다. 그녀의 전작을 모르니 그이야기는 넘기련다. 이제 <어밴던>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스무살에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만났던 것이 <그리스 신화>였다. 원서로 만난 신화 이야기는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었다. 인물들 이름이 어찌나 많이 나오고 하는 행동들은 상식을 벗어났지만, 죽어라 읽다보니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들게 읽었던 책이 아이를 낳고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만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신화를 머리쥐어짜면서 읽었다니... 원통했지만, 덕분에 아이는 신화를 읽고 또 읽고 나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들을 자세히 알고 있다. 신들의 세계, 특히 그리스 신들의 세계는 어찌나 정신이 없는지 모른다. 신들의 왕이라는 제우스와 곡물을 관장하는 땅의 여신 데메테르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페르세포네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제우스의 형제인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하데스가 자신의 비를 삼겠다면서 페르세포네를 납치해갔다. 딸 바보 데메테르는 난리가 났고, 딸이 사라지는 순간 지상은 겨울이 되어버렸다. 곡물을 관장하는 데메테르의 파업. 방법을 찾던 제우스의 중재로 페르세포네는 하데스가 주는 석류를 받는데, 석류3알을 먹어버린다.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으면 먹은 만큼 지하세계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페르세포네. 덕분에 페르세포네는 1년 중 3개월은 지하세계에서 살아야만 했고, 딸이 지하세계에서 사는 동안 또다시 데메테르의 파업으로 겨울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의 요지다.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와 땅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의 이야기가 21세기에는 어떻게 바낄 수 있을까? 제목이 <어밴던, Abandon>이다. 버리다, 포기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 어밴던. 무엇을 포기하고 어떤것을 얻었을까? '나는 죽은 적이 있다.'(p.6)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갑부 잭 올리비에라의 딸 올리비에라 피어스. 저체온증에 빠져 죽은 피어스가 다시 살아났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사람은 어딘가 모르게 살짝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하지만, 피어스가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으니까. 죽음을 맞이한 후 사후세계에서 만난 존. 죽은 자의 영혼을 어디로 보낼지 결정하는 그 남자를 사후 세계에서 처음 만난 건 아니었다. 7살,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새를 살려주었던 존을 피어스는 열다섯에 사후세계에서 다시 만났다. 그가 함께 하자고 하는 말은 어둠고 음침한 공간에서 빠져나오는 말인줄로만 알았다. 그가 내민 목걸이는 너무나 예뻐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난 지금, 모든 것이 이렇게 엉망이 될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름다운 엄마와 석유회사를 갖고 있는 백만장자 아버지의 외동딸, 피어스는 사고 후 모범생이었던 것도 부모님의 자랑이었던 것도 모두 다 사라져 버렸고, 어디를 가든 피어스 주위에서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를 않았다. 그와 함께 피어스의 직감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직감이었는지 목걸이의 힘이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말이다. 피어스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해나의 죽음에 모든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뮐러 선생님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피어스는 직감적으로 알수 있었다. 뮐러 선생님이 피어스 옆에 올때마다 그녀의 목거리가 검은색으로 변화는 이유는 알수 없었지만 해나의 죽음은 밝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해나의 죽음을 밝혀내기 전에 피어스가 위험한 순간에 처하는 순간마다 존이 나타나서 그녀를 위협하는 모든것을 해결해 준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이야기. 누군가 그녀대신 뮐러 선생을 보석상 주인을 손을 봐줬는데, 사람들은 그녀만을 지목한다. 존이 어떻게 어디서 나타나는지는 알수 없지는 피어스에겐 존을 보고 싶은 마음과 피하고 싶은 두개의 마음이 공존하기 시작한다.
어린시절 엄마가 살던 곳, 우에소스 섬으로 오면 해결이 되리라 생각을 했었다. 그곳이 피어스가 존을 처음 만났던 장소였다는 것을 엄마는 몰랐으니까 말이다. 사촌인 알렉스와 함꼐 할수 있는 이곳은 그리 기분이 좋은 곳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피어스는 다시 존을 만난다. 처음 존을 만났던 우에소스 묘지에서. 존에게 목걸이를 주면 좋아할거라 생각했는데, 왜 그렇게 존은 화를 내면서 목걸이를 내버렸는지 피어스는 알수가 없었다. 아직 그녀는 열일곱 소녀니까. 묘지 지기 스미스 할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보석은 그리스의 사신 하데스가 페르세포네에게 주려고 캐낸 거라는 애기가 있어. 페르세포네를 분노의 신들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p.196). 스미스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는 목걸이의 전설. 하데스를 싫어하는 영혼들을 분노의 신이라 부르고, 분노의 신들은 하데스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쓴다는 것. 하데스는 자신의 신부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목걸이를 줬다는 것이다. 존을 거부한 피어스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페르세포네의 목걸이와 관련이 있을까?
피어스처럼 존을 볼 수 있는 사람. 스미스 할아버지의 출현은 이야기의 많은 부분의 살을 붙여준다. 피어스 스스로는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인간이었던 존이 사신이 될 수 밖에 없게 된 전설과, 우에소스 고등학교 행사에 나오는 '관의 밤'이 무엇인지 존이 왜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지, 스미스 할아버지는 너무나 친절하게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 이야기를 풀어주니 피어스는 이해를 할수 밖에 없는데, 할아버지가 말하는 분노의 신은 무엇이란 말일까? 분노의 신으로 부터 피어스를 지키기 위해 존이 준 목걸이. 중반부 이후로 넘어가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하이틴 로맨스에 어울릴 것 같은 삽화가 눈길을 끈다. 내 경우엔 책에서 만나는 이렇게 고운 삽화는 머릿속에 들어있는 주인공들의 이미지를 고정시켜 주기 때문에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곱지 않은가? 피어스도 존도 만화 주인공처럼 너무 곱게 그려져 있다. 몇장의 삽화 만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 들어가는 지는 알수가 있다. 게다가 <어밴던>은 끝이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페르세포네의 또 다른 이야기를 작가는 들려주려고 하고 있다.
2편인 <언더 월드>는 벌써 출간을 한 상태라고 하니,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마지막 편인 <어웨이큰> 역시 지필중이란다.
이야기의 핵심이 되어버린 '분노의 신'이 누구인지는 책 말미에 나와있다. 피어스가 하고 있는 다이아몬드가 검은 색으로 변할 때마다, 다이아몬드는 피어스가 인지하기 전에 알려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열일곱, 죽었다 살아난 소녀만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산자와 죽은자의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곳. 뼈의 섬이라는 우에소스 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 피어스가 보았던 죽음의 그림자 속에 비쳐졌던 '흔들리는 머플러의 술' 처럼 모든 것은 하나씩 딱딱 떨어지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리스 신화속 인물과 현실의 인물들은 그림 맞추기 처럼 이어져 있다. 제우스처럼 권력을 휘두르는 피어스의 아빠 잭 올리비에라도, 땅을 권장하는 데메테르처럼 새들을 돌보는 데보라도 하나의 퍼즐조각 처럼 이야기를 맞춰 나간다. 이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통해서 알아내야 한다. 이야기는 던져졌고, 물속에서 흔들리던 머플러 술의 비밀은 밝혀졌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