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앤의 꿈 일공일삼 78
캐더린 스터 지음, 마조리앤 와츠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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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잘 꾸지 않는다.  간혹가다 일정시간 이상을 잘땐 꿈을 꾸기도 하지만 금새 잊어버린다.  보통은 잠잘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니, 꿈꿀시간 조차도 아깝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렸을때는 어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나는 건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높은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꿔야 키가 큰다고 하셨었다.  그러고 싶었었다.  그런데, 내 꿈은 높은곳에서 떨어질때마다 날개가 생겨 다시 날아오르는 꿈만 꿨었다.  꿈 덕분에 키가 작은 건지, 작아서 그런 꿈만 꿨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가능한 꿈은 별로 꿔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 드라마, 연극으로 여러 차례 재탄생되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영국 아동 문학의 고전이라는 환상적인 이야기, 『매리앤의 꿈』은 제목 처럼 매리앤이 꾼 꿈에 대한 이야기다.   매리앤에게 열 살이 되는 생일은 특별한 날이 될 것이었다. 열 살이 되면 엄마, 아빠가 승마 수업을 받게 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손목시계와 마술 도구 상자, 새책과 승마 장갑을 선물로 받았으니 완벽한 날이 되어야 하는데, 정말 특별하게도 병명도 말해주지 않는 병에 걸려 버렸다.  생일날 심하게 앓기 시작한 그날 부터 매리앤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엄마의 마호가니 바느질 상자 속에서 발견한 연필은 대번에 좋은 것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짤막해도 쥐기 불편하지 않았고, 연필깎이가 아닌 칼로 깍여 있는 심이 부러지는 일 없이 또렷하고 진하게 잘 쓰일 것 같은 연필.  매리앤에 눈에 쏙 들어온 연필로 매리앤이 처음 한것은 울타리가 쳐져있고 창문이 네개 있는 휘청거리는 것 같은 집이었다. 그리고 그날 매리앤은 그 집앞에 있는 꿈을 꾸게 된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그 집앞에 소리없는 대답들이 매리앤에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집에 사람을 집어 넣어'(p.26) 매리앤도 들어가지 못하는 집에 어떻게 사람을 집어 넣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매리앤은 집안으로 꼭 들어갸야만 할것 같았다.  침대에만 누워있는 매리앤에게 가정교사 선생님이 생기셨다. 동화책을 보고 상상하던 가정교사가 아닌 젊고 예쁜 선생님.  난생처음 만난 가정교사 선생님에겐 알고 싶은게 많았다.  매리앤 말고 또 누구를 가르치는지, 그 애들은 어떤 애들인지 말이다. 여섯 자매 이야기도, 열세살된 이블린 이야기도 몸의 일부가 마비되어 심한 병을 앓고 있다는 마크의 이야기도.  마크는 매리앤과 정반대의 아이같았다.  운동을 해야하는데 하기 싫어하는 마크와 얌전히 누워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싫어하는 매리앤.  둘을 섞을 수만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다. 

 

 바느질 상자에서 발견한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날이면 매리앤은 꼭 꿈을 꾸었다.  집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매리앤이 창가에 아이를 그려넣었던 날, 꿈속에선 창가에 아이가 있었다.  계단이 없어서 내려갈 수가 없다는 아이.  계단을 그려넣은 날, 매리앤은 드디어 아이를 만날 수 있었지만, 아이는 걸을 수가 없단다. 항상 창가에 앉아 있는 아이.  매리앤이 그 아이가 마크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 아이를 보자 마자 마크라는 것을 알았다.  왜 마크가 매리앤의 꿈에 나오는 걸까?  꿈속에서 매리앤을 만난 후 현실 세계의 마크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매리앤이 좋아하는 체스터필드 선생님의 관심이 마크에게 쏠리는 것이 매리앤은 싫었다.  꿈속에 있는 마크는 매리앤이 힘들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로 매리앤이 그린 그림이 마크를 힘들게 할 지는 몰랐다. 아직 매리앤은 10살 밖에 안된 아이니까 말이다.  꿈속에서 만난 마크.  마크가 미워서 그려넣은 눈달린 바위들이 마크를 위험에 빠지게 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매리앤은 마크를 돕고 싶었고, 이제 마크를 위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마크가 원하는 침대와 책을 그려놓고, 일층 작은방에 자전거도 그려놓고, 달걀과 통닭도 그려놓고, 매리앤이 할수있는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매리앤이 그려놓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눈달린 바위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집주변으로 몰려든다. 이제 매리앤은 마크와 함께 이 집을 빠져나와야만 한다. 움직이기 힘든 마크가 자전거를 탈수 있을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마크와 함께 멀리 있는 등대넘어 바다로 나가야만 한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작년에 아이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던 책이 있었다.  마법처러 글이 쓰여지는 연필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 <빨강연필>. 이 이야기 뿐만 아니라, <연필하나>나 <요술 연필, 페니>처럼 연필은 아이들에게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부담감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연필이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갑작스런 병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만 하는 매리앤에게 연필은 새로운 세계로의 통로를 만들어 준다. 자신이 그린 그림과 똑같은 풍경을 꿈속에서 보고, 꿈속에 그려넣은 남자아이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매리앤.  어느 순간 꿈과 현실이 동일한 무게로 매리앤에게 다가오면서 매리앤은 꿈과 현실 모두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책 제목처럼 <매리앤의 꿈>은 꿈에 훨씬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꿈은 마크와 매리앤이 그림 속 집을 빠져나와 등대로 간 후 일방적으로 'to be continued'로 끝내버리질 않는다.  그 곳이 끝이 아니라, 등대는 새로운 출발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매리앤이 마크에게 건낸 연필. 떠나 버렸을 것 같은 마크가 그린 헬리콥터.  마크가 매리앤보다 그림을 잘 그려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험난한 바다를 건너야 하는 것은 이 아이들 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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