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 - 세계인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전하는 희망의 초대장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4
류태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한동안 음악에 목말랐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난 음악을 모른다. 피아노를 칠줄도 모르고 흔한 악기하나 다룰줄도 모른다.  그래도 듣는건 좋아한다.  어쩌다 공연 사이트 스탭을 맡을 기회가 되어서 작년까지 아이들과 한달에 한번은 세종문화회관으로 예술의 전당으로 달려갔었다.  초등학생인 딸아이와 음악회에서 플룻을 보았고, 바이올린과 첼로를 구별하기 시작하고,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페이지터너의 의미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굉장히 비싼 자장가를 듣는 느낌으로 갔던 공연장이 어느 순간부터 감동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그 감동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가끔 책상에 앉아 공연장에서 듣던 음악을 다시 들을때 먹먹해오기는 했지만 그게 다였다.  음도 구별하지 못하는 내게 음악은 책읽을때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친구 정도 였던것 같다.  요즘 아이들이야 어려서 부터 피아노가 기본처럼 따라붙으니, 아이는 나보다 훨씬 많은 음악을 알고 있다.  작곡가의 이름과 작품명을 어렵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명진 출판의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가 벌써 열 네번째 나왔다. 처음 표지를 봤을때는 롤모델 시리즈라고 생각도 못했다.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보다 세련된맛이 있었고 노란 띠지가 어른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부터 들었었다.  표지 속 환희에 찬 표정으로 지휘를 하고 있는 사람는 지휘자 정.명.훈.이다.  마에스트로 명훈 정을 잘 알지 못한다.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건 극히 일부분이다.  가족들이 모두 음악가이며, 열성적인 어머니가 그 어려운 시기에 자녀들에게 음악을 배우게 했고 음악가인 자녀들이 모두 세계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그가 서울시향을 맡고 있다는 정도였다.  어쨌든, 세계적이라는 그가 궁금했다. 어떤 사람인지 내가 알고 있는 단편적인 것이 아닌, 조금 더 깊이 마에스트로 명.훈. 정을 알고 싶었다.

 

 책을 펼치고 마음을 잡아 당겼던 것은 처음엔 정명훈이 아니었다. '레코드판 속에 들어 있는 해설지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이 주는 느낌을 어쩜 그리도 절묘하게 묘사했는지 그 글들을 읽으면서 음악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p.5) 정명훈이 지휘하는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을 들으며 썼다는 류태형 편집자의 프롤로그였다.  음악을 이렇게 듣는 사람들.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인터뷰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는 지휘자 정명훈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이야기를 쓴 류태형 편집자의 집념도 대단했고, 그를 통해서 듣는 정명훈의 이야기는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의 이야기들 듣고 싶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성공비결?  류태형 편집자는 첫 번째는 음악가로서의 한결같은 직업의식, 두 번째는 유연한 리더십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책은 그의 성공비결을 이야기하고 있다.  매일 아침 악보를 검토하고 피아노 앞에 앉아서 해석을 하는 남자. 피아니스트와 다른 길을 가고 있음에도 솜씨가 전혀 녹슬지 않은 남자. 꾸준함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다. 천부적인 재능에 꾸준함까지 가지고 있다면 어떤 말이 필요하겠는가?  두번째로 이야기하는 리더십은 '나는 끌고 가는 지휘보다 따라가는 지휘가 좋다'라고 하는 그의 말에 모든것이 포함되어 있다. 단원들을 존중하고 설득하고 이해시켜 참여형 리더십을 구현하는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의 스승에 대한 경의를 부족함 없이 보여주고 있다.

 

 두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어린시절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음악의 비밀을 찾아서>와 마에스트로 명.훈. 정으로 살아온 그의 생활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음악의 비밀을 알아낸 마에스트로>로 나뉘어져 있다.  지휘자 정명훈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가 첫번째 파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다.  당연히 부모님과 가족들에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신여성이었던 어머니 이원숙 여사의 이야기 중에서 피란길에 피아노를 싣고 갔다는 이야기는 극성 엄마의 수준을 넘어서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일곱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아이들이 잘하는 것을 찾아내고, 철저하게 아이들 입장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어머니가 몇명이나 될까?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능했었을까?  그녀에 아이들에게 한국땅이 좁다는 것을 알아챈 사람도, 그 시절 아이들의 유학길을 알아보고, 아이들을 위해 세계 박람회에 한국식당인력으로 지원을 하고 미국으로 함께 간 사람도 어머니. 이원숙 여사였다.  당시의 배화여고를 나온 잘나가는 신여성이 아이들을 위해 모든것을 포기한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버렸다.

 

 어머니의 믿음과 아낌없는 사랑은 아이들을 엊나감이 없이 자라게 한것 처럼 보인다. 책을 통해서는 말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는지는 알수가 없다. 흔한 사춘기도 없이 자란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알수가 없다. 일곱 아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재능을 알아본 어머니는 형제들 모두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었다. 21살에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 피아노부문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피아니스트가 아닌 지휘자의 길을 택한 정명훈.  그의 이야기는 두번째 파트로 넘어가면서 바스티유 오페라 감독을 시작으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음악감독,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등 동양인이 진출하기 어려운 자리에 당당히 세계인의 앞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자리에서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고 뛰어난 리더십으로 단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는 모습을 말이다.

 

 정씨 남매들 이야기야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그가 이렇게 유명한지는 책을 읽기 전까지 실감을 하지 못했었다.  프레미오 아비아티 상,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상, 브루노 발터 상, 프랑스 ‘음악의 승리상’, 프랑스 ‘올해의 아티스트 상’, 제1회 대원음악상 대상, 프랑스 레종 도뇌르 훈장,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한국 금관문화훈장 등을 받고, 유네스코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인물이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음악감독,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수석객원지휘자라는 수식어구가 붙어도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세계 음악계의 보석 같은 존재라는 명.훈. 정을 알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가 이야기 한다. "클래식은 한평생 완벽을 향해 달려가는 것입니다."(p.289).라고 말이다. 클래식을 통해서 인간으로 음악인으로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 마에스트로 명.훈. 정.  어느 러브스토리 못지않은 그의 사랑이야기도, 그가 지휘자에 길로 가는 여정도 드라마 같은 그의 인생과 음악도 이 책을 통해서 알았지만, 그것 보다 좋았던 것은, 책의 제목처럼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의 열정이었다. 매운 고추처럼 화끈한 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는 그 모습. 내가 결코 알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  이제 그가 펼치는 이야기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닐것이다.  그가 발을 딛고 손짓을 하는 모든것에 대한민국이 따라 다닐 것이고, 그로 인해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그리는 아이들이 더 많이 그와 같은 꿈을 꾸게 될 것이다.  더 높이 더 멀리 나는 꿈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