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다루 ㅣ 사거리의 거북이 12
김성종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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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종 작가의 청소년 소설을 읽을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않은 시절에 만난 <여명의 눈동자>는 굵직한 선이 도드라진 글이었으니 말이다.  역사를 이야기하고 그 속에서 사람을 이야기하는 작가가 청소년 소설을 어떻게 풀어낼지 사뭇 궁금했다.  표지는 달밤에 울부짖는 늑대다.  표지와 제목만 보고 생각난 건 이 늑대가 '다루'구나 였다.  우리 큰아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 송중기가 출연했던 <늑대소년>이 생각났었고, 어린시절 눈 반짝이면서 읽었던 <모글리>속 주인공들을 떠올렸는데, 책 소개글은 그런 내용이 아니다. 

 

 

  어려서 엄마를 잃고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다루. 어느 날 하굣길에서 다치고 병든 개를 발견한다. 다루는 이 개에게 케르베로스라는 이름을 선물한다. 다루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란 케르. 날이 갈수록 천재성이 돋보이는 다루. 가족과 함께 떠난 지리산 종주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고 책에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눈도 하나밖에 없는데?” “그러니까 길러야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입양아를 고를 때 잘생기고 건강한 아이만 찾지만 선진국 사람들은 오히려 못생기고 병약한 불구 아동을 입양해서 온 정성을 다해 기른다잖아요. 전 그게 옳은 정신이라고 봐요.” (p.47).  약하고 못생겼기 때문에 길러야 한다고 항변을 하는 아이가 다루다.  그리고 이렇게 영특하게 말을 하고 있는 다루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야간업소에서 엘비스라는 예명으로 노래를 기차게 잘 불렀던 아빠와 한쪽 눈이 실명한 상태였지만 책 읽기 좋아하는 엄마품에서 자란 다루는 가난한 가정환경으로 캠핑카에서 살고 있지만,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다. 엄마를 닮았는지 책을 좋아하고, 신통하게도 신문을 즐겨읽는 이 아이는 일반적인 어른들의 상식보다 뛰어나다.  개에 이름을 지옥을 지키는 '케르베로스'로 지을 정도인 다루는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지식이 굉장히 많은 아이이다.  그냥 책읽는게 좋을 뿐인 아이이지만, 선생님의 눈에도 아빠에 눈에도 다루는 특별한 아이로 보인다.  보통의 초등학교 아이라면 불가능한 혈액형문제를 아이들이 흔히 알고 있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어 궁지에 몰린 이들을 돕기도 한다. 물론, 다루는 이런 문제 해결이 누구를 도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아이의 천재성을 이야기하며, 유학을 권하지만, 살집이 없어 캠핑카에 살고 있는 다루네 가족에게 유학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꿈처럼 다가온다.  그럼에도 이 가족은 굉장히 낙천적이다.  엄마의 병과 함께 늘어난 빚은 이 가족이 살 집조차 없게 만들지만, 가족간에 사랑도 대단하고, 아이들 역시 집안 환경으로 주눅을 들어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막일을 하는 아빠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폭이 굉장히 넓다. 아이들을 위해서 지리산 종주를 강행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다루와 케르는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군인들의 뼈를 찾아낸다.  뼈만 찾아낸것이 아니라 후 처리가 대단하다. CSI를 많이 본 사람도 하기 힘들것 같은데, 옷으로 구역을 표시하고, 신분이 확실한 것 같은 뼈를 가지고 내려오는 꼼꼼함까지 이 아이는 도대체 초등학교 5학년 아이 같지가 않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어떤 일이 다가올지는 아무도 알수가 없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케르와 가면서 잊혀진 군인들을 만나게 될지, 그리고 그 뼈가 오리온 그룹 서회장의 아버지의 뼈일지 누가 알았겠는가?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굴지의 그룹 총수가 천재적이지만 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를 만나 아이의 집안을 돌봐주고, 아이가 하고자 하는 공부를 시켜주니 말이다.  이런 아이가 있을까 싶지만 이야기 아닌가?  이런 아이가 있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는가?  이젠 '개천에서 용난다'는 표현은 불가능 하다고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꿈도 꾸지 말라고 하면 너무 무서운 세상이 아니겠는가?  다루가 늑대소년으로 불리는 이유가 단지 케르처럼 늑대소리를 잘내기 때문에 불리고 있으니 참 아이들다운 발상이구나 싶었지만, 김성종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다.

 

  아이의 감성과 발상으로 김성종 작가는 이제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최선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청소년 소설 아닌가?  희망이 없다고 모든것을 접어 버리는 것만큼 무섭고 두려운 일이 있을까?  가진것 없다고 해도 다루에겐 아빠가 있고, 누나 세미가 있고, 지옥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한 케르가 있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다루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한쪽 눈이 없는 개를 보면서 아내를 그리워하고 아내의 환생이라 믿고 있는 아빠는 가진것 없는 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정직하다.  늘어나는 빚을 갚기 위해서 노력하고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러지 못하는 부모가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말도 안되는 사건들이 하루에도 몇건씩 들려오는 세상에 가족간의 사랑만큼 결속력 있는 무기는 없을 것이다.  무서운것도 끔찍한것도 없이 세상 참 살만하구나를 알려주는 책이 『늑대소년 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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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2 - 결의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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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하니까, 선생님한테 찍혔으니까, 원래 성격이 삐딱하니까, 모두에게 미움받고 눈총을 받으니까, 그런데 본인도 태연해 보이니까. 그렇다고 상처받지 않았을 리 없다. 그렇다고 진실을 원하지 않을 리 없다.  그렇다고 누명을 써도 아무렇지도 않으란 법은 절대 없다.' (p.105)

 

 

  14살 소년의 죽음과 그 주변 인물들로 다소 산만했던 이야기는 끝이나고, 이제 해결을 위한 2막이 열렸다.  미미여사의 장편 글들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1권은 조금은 지루하게 넘어가더니, 2권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책장을 넘기는 속도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어떠한 결론도 이끌어 내지 못한 상태로 가시와기 다쿠야의 죽음으로부터 반년이 흐른 여름, 졸업작품을 위해 아이들이 모였다. 명목은 졸업작품이지만, 2학년 A반 이었던 아이들에겐 같이 했던 담임도, 함께 했던 친구들도 사라지고 다른반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비쳐진다. 조용하던 가시와기의 죽음, 의문의 고발장이 불러온 파장, 학교 측의 책임을 추궁하는 매스컴, 그리고 불량학생 오이데 슌지의 수상쩍은 가정환경. 이 모든것을 아이들이 풀어내려 하고 있다. 90년대의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이 이 알 수 없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고발장을 받았던 후지노 료코와 아이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결심을 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료코는 여름방학 중 오이데 슌지를 피고로 세워 전대미문의 교내재판을 열 것을 제안하고, 그런 그녀 앞에 다쿠야의 옛 친구라는 간바라 가즈히코가 재판의 변호를 맡겠다며 나서게 된다.  검사를 맡은 후지노 료코, 판사의 이노우에 야스오와 아이들을 둘러싼 협력자들. 이 다부지고 똑똑한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증언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사건 당일의 광경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학교는 사회의 필요악이야. 하지만 지금 같으면,-그리고 이대로 두면 미래에는 ‘필요’가 빠지고 그저 ‘악’으로 전락할 거야. 사회악으로."(p.300)

 

  역시나 모기기자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사람은 아니다.  모리우치 에미코 선생의 고발장이 가키우치 미나에에 악의로 만들어진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에게 걸려운 미야케 주리의 엄마 이야기를 료코에게 하게된다.  자신이 만든 프로로인해 한사람의 인생이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 자숙할것 같지만, 모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교내재판을 통해 곪을 대로 곪은 3중학교의 고름을 짜낼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 학교라는 체제를 불신하는 이 남자가 어떤 묘책을 가지고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료코 측 증인으로 나서기로 하지만 알 수는 없다. 아직 재판은 열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2권은 후지노 료코가 제안한 교내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가장 비중이 많은 인물은 다쿠야의 옛친구, 간바라 가즈히코의 활약이다.  아버지가 엄마를 죽이고 자살한 후 입양되었다는 아이, 공부도 잘해서 명문 도토대 부속중학교에 다니는 이 아이를 도대체 알수가 없다.  어떤 이유로 간바라가 다쿠야의 재판에 끼어들었는지는 아직 알수 없지만, 오이데 슌지를 이해하고, 아픈이들에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하나씩 밝혀내는 퍼즐 조각들 역시 간바라의 역활이 지대하다. 물론, 간바라만의 능력은 아니다. 있는듯 없는듯 조용하던 노다 겐이치가 간바라의 조수를 자청하면서 이 아이에게 이런면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겐이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 11월 14일 수요일 오후, 조토 3중학교 2층 과학실에서 오이데 슌지, 하시다 유타로, 이구치 미쓰로 세 사람과 가시와기 다쿠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2월 24일 밤 이 아이들은 가시와기 다쿠야가 죽은 시간에 함께 하고 있었을까?  12월 24일 성모마리아 조토 병원의 응급실 입구, JR 아키하바라 역내, 아카사카 우체국 옆, 신주코 역 서쪽 출구와 고바야시 가전제품점 앞 전화부스에서 가시와기 다쿠야집에 전화를 건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자살이라면 전혀 공통점이 없이 이곳에서 왜 전화를 건것이고 만약 가시와기 다쿠야에게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라면 이곳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툭툭 던져 놓고만 있다.  오이데 집에 화재사건과 불꽃장인, 하시다 유타로와 이구치 미쓰로의 관계. 모리우치 선생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가키우치 미나에의 공격등 1권과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사건 당일의 광경은 잡히지 않고 있다.  '솔로몬의 위증'이다. 누군가는 위증을 하고 있는 이 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는 3권 - 법정편을 통해서 보여지게 될것이다. 1990년 그땐 무슨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고교입시 준비에 한창일 아이들에게 가시와기 다쿠야에 죽음은 풀어야만 할 과제였을 것이다.  다음권에서 펼쳐질 재판을 통해서 아이들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알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역시 미미 여사다.  다음권을 이렇게 궁금하게 만들어 버리니 말이다. ㄱ녀의 날카로운 시선과 압도적인 필력은 역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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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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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을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하지만, 그런 의미보다는 초 모완으로 분했던 양조위와 수 리첸역을 맡았던 장만옥이 따오르는 것은 그 시절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오래 흘러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음에도 기억을 차지하는 것은 '아름다운 사랑'이다. 지금 '화양연화'를 본다면 '이런 말도 안되는 불륜'이라고 치부해 버리겠지만, 어린시절에 본 영화는 애타는 OST와 그들만 사랑으로 보였으니까 그 기억이 잘못 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다.  '화양연화'만으로도 인생의 절정을 논할 수 있겠지만, '내 인생의'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뭘까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말이다.

 

 

  편하게 책장을 넘겼다.  이야기에 깊이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 였기에 그냥 듣고 생각만 하면 되었다.  어느덧 마흔이 넘어 누구나 나를 중년이라 부르는 나이가 되어 버렸음에도 나는 여전히 꿈을 꾼다.  내일을 꿈꾸고 10년 뒤, 20년 뒤 아니 평생을 꿈을 꾼다.  대학에 갓들어 무엇이 될것인가를 고민하던 것을 서른에도 했고, 마흔에도 했으며 지금도 내가 무엇을 하고 무엇이 될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고 꿈을 꾸고 미래를 그린다.  중학교에 입학한 딸아이에게 꿈을 이야기 하는 것은 이 꿈을 꾸고 그리는 것이 참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작가는 흔들림없이 책, 영화, 음악, 그림을 통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아직 꾸고 있는 꿈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꿈을 꾸고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찾아내라고 말이다. 

 

  그림 한 폭에서, 노래 한 소절과 책 한줄에서 전율을 느끼는 경우가 참 많다.  문맥과 상관 없이 글 한줄이 나를 후벼파고 이야기를 전해줄 때가 있다.  그런 경험을 송정림 작가는 무수한 이야기 속에서 찾아내어 인생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스무살 청년들이 아닌, 이제 가정도 있고 사회적으로도 왠만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마흔의 그녀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나 또한 포함되어 있다.  두아이의 엄마로, 남편의 아내로, 회사의 구성원으로서의 내가 아닌 오로지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말하고 있다. 지금이 인생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말이다.  '인생의 르네상스 시대, 일으킬 수 있겠지요. 단,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그 문은 열리지 않아요. 위기는 또 다른 기회입니다. 절망하지 않는다면, 확신을 갖는다면, 당당하게 두드린다면, 지금 시도한다면, 당신 앞에 굳게 닫혔던 그 문은 열립니다. 마법처럼.'(p.49)

 

  아침드라마의 주인공은 거의 30~40대의 주부다.  젊은 시절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그녀들은 사회에 가장 밑바닥처럼 보인다. 남편에게 무시당하고 아이들에게 무시당하던 그녀들이 어느날 그녀들은 결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 사랑을 하고 자신의 능력을 펼쳐내는 것이 아침 드라마속 공통된 내용들이다.  어제까지도 별 볼일 없었던 그녀들이 하루 아침에 당당하고 멋지게 변한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야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이런 신데렐라를 꿈꾸는 것은 오로지 꿈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송정림 작가는 이야기 한다. 중년. 인생의 후반기를 시작하는 지점이 중년이고, 새로 시작할 수 있기에,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다질 수 있기에 좋은 것이라고 말이다.  

 

'청춘일 때는 생각했지요. 나이가 더 들면 내가 가는 길이 분명히 보이리라, 내가 얼마만큼 가고 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있으리라. 그러나 아직 내  손에 쥔 나침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디로 갈지 막막하고, 어디쯤이 종착역인지 아득합니다. 보이지 않으니까 불안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자각으로 더 위태롭습니다.' (p.97)

 

  소녀가 청년이 되고, 그 청년이 아줌마라 불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중년이 되었건만, 나 역시 내가 얼마만큼 가고 있는지, 어디까지 왔고, 어디쯤이 종착역인지 알수가 없다.  하지만,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것인가?  내인생이 얼마만큼 왔고, 어디까지 왔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그냥 내 길을 가는것이 내 인생을 타인에게 의존하여 묻지 말고, 내 안에 있는 나에게 맞는 목표를 정해서 내길을 가는 것이 지금의 내가 가는 길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내 인생을 좌지우지 할수 없다.  남의 보폭에 맞추어 걸을 필요도 없고, 남에게 내꿈을 기댈 필요도 없다. 그저 스스로 꿈을 세우고 그 꿈을 향해 하는것, 그저 꿋꿋이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길이 나올것이다. 가지 않은 길이었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내가 가면 그곳이 또 길이 될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걷다보면 빌리 홀리데이처럼 이거 하나는 자신있어요 하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난 나를 사랑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말할것이다. 지금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라고.

 

"다른 건 몰라도 그것 하나는 자신 있어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그것을 찾아보세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아니, 인생의 그 어떤 때든 늦은 때는 없습니다. 지금이 가장 빠른 시기 입니다.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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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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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웹소설을 꽤나 좋아한다.  읽는 거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니 웹소설을 놓쳤을 리rk 없지만, 모든 소설을 읽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웹소설은 별점제도가 있어서 낮은 별점의 글들은 읽혀지지 않는게 현실이고, 워낙에 많은 소설들이 챌린지 리그를 통해서 정식으로 올라오기 위해서 애쓰고 있으니 그 많은 작품들 중에서 괜찮은 작품을 찾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다.    웹소설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로맨스다.  달달한 사랑이야기는 어린시절에 읽은 하이틴 로맨스를 떠오르게 만들정도로 달큰하게 다가오고 쉽게 읽히기 때문에 십대 청소년들이 주 고객층인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에서는 로맨스가 1, 2위를 다투는 것이 당연한것 처럼 느껴졌었는데, 올 7월부터 9월까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찾아오던 소설하나가 묘한 기운을 풍기면서 강하게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연재 기간 내내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 『하품은 맛있다』. 제목부터 묘한 이 이야기는 현재 가장 유행하고 있는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이용하면서도 기존 웹소설에서 발결할 수 없었던 스릴를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2013년 7월 1일에 첫 연재를 시작하면서 작가는 '낡은 옷을 정리하다 색이 바랜 야구점퍼 한 벌을 발견했어요. 버리려고 보니 놀랍게도 양면이더군요.  새 옷 한 벌이 생긴 기분이었어요. <하품은 맛있다>도 그런 이야기였으면 좋겠어요.'라고 작가의 글에 포문을 열었었다. 별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던 이야기를 무심코 뒤집어 보니 양면 옷처럼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야기를 만난다는 것은 책 좋아하는 이에게는 반갑기 그지 없다. 

 

  가진것도 없고 외모도 별볼일 없는 이경이 돈을 벌기 위해서 뛰어든 곳은 살해 현장 청소 아르바이트였다.  이런 직업이 있을까 싶었는데, 있나보다.  작가가 묘사해 놓은 부분을 읽다보면 깜짝 깜짝 놀라게 하니 말이다.  자살이나 살해 현장은 바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지 현장은 끔찍함을 넘어서지만, 그만큼 알바비는 높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그저 돈을 벌어 아버지 병원비를 대기 위해 일하던 이경은 어느날 부터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이경은 학벌, 재력, 미모까지 모든 걸 갖춘 '다운'이 되어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깨어나기 싫은 현실같은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현실같은 꿈을 이경만 꾸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가진것같은 다운 역시 자신이 겪을일 없을 것 같은 살해 현장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꿈을 꾸고 있었으니 말이다.  

 

  첫장은 역시나 이경의 살해 현장 청소였는데, 이 살인사건에 뭔가가 있다. 너무나 끔찍한 살인현장. 시신도 없고 아무것도 발견된지 않는 이곳이 왜 이렇게 꺼림직 한걸까?  알길 없었던 이경은 꿈속 다운의 말을 통해서 다음 번 청소 장소를 알게 되고 '단아름다운'과 '박이경'이 꿈을 통해 서로의 몸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5개월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오직 꿈을 통해서만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이경과 다운.  처음엔 이경의 시선과 과거를 살고 있는 다운의 세계로 들어간 이경의 시선을 번갈아 묘사하면서 누구에 이야기도 아닌,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경은 다운의 5개월전 모습을 보기 시작한다.  자신과 같은 부류가 아닐것 같은 다운의 치부를 보기 시작하고, 화려한 다운역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내게 선전포고라도 하듯 다운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유나의 말대로 조금 검색만 하면 누가 어느 학교에 다니고, 저번 달엔 무엇을 사들였고, 어떤 이벤트에 참가했는지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과거의 나로서는 다운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p.130)

 

  이경과 다운을 둘러싼 인물들, 어린시절 신내림을 받았던 이경의 친구인 유나, 청소용역을 하고 있는 남사장과 임대리, 다운의 친구 가을이 시실과 날실처럼 서로 얽히면서 빠져나올 수 없는 그물을 만들고 그 속으로 이경을 몰아 놓기 시작한다. 과거에서 현재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나를 보는 것이 아닌 그 속에 타인의 시선이 존재한다면 어떤 시선으로 자신을 보게 될까?  현재에 있는 이경과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 함께 존재하는 다운은 꼭꼭 숨겨둔 검은 거래를 보여주게 된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  내 편이라 여겼던 사람이 적이 되고, 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선량한 사람으로 드러났을때의 황당함은 믿음의 부재를 만들어 낸다.

 

(출처 : 네이버 웹소설 <하품은 맛있다> 일러스트)

 

  픽션이라는 것을 알고 읽으면서도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심장이 쫄깃거리는 이유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마치 선전포고를 하듯 몰아치는 다운의 이야기와 경찰의 조사도 없이 마무리된 의문의 살인사건은 알수 없는 스토리 전개와 섬뜩하게 묘사된 살해 현장등으로 읽는 내내 심장을 움켜쥐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가 오가고, 명을 바꾸는 이야기들은 '이런 말도 안돼~'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타임슬립'을 꿈꾸고 있는 이 시대에 왜 그런 이야기는 불가능 하단 말인가?   이야기는 한숨을 돌리면서 끝 맺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꿈틀거리면서 스믈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한다.  숨겨둔 복선이 툭하면서 터져나오는 이런 이야기들이 좋다.  왠지 한권의 책속에 두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웹소설로 마지막을 읽어보지 못해서 전에 내용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통해 만난 결말은 오직 꿈속에서만 이뤄지는 전혀 다른 두 여자의 수상한 동거의 끝을 확실하게 끝맺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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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광해군은 억울해했을까? - 광해군 vs 이귀 ㅣ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34
김태희 지음, 박상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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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왕조 500년 역사 속에 '묘호'를 얻지 못한 왕은 단 두명에 불과했다. '묘호'란 왕이 죽은 뒤 종묘에 모실 때 붙이는 이름으로, 높이는 뜻이 담겨 있는데, 태조, 태종, 세종처럼 '~조'나 '~종'으로 끝나는 임금 이름을 말한다.  조선 왕조에서 '~군'으로 끝난 임은근 노산군, 연산군, 광해군 이렇게 세 명이었지만, 노산군은 후에 단종이라는 묘호를 얻어, 조선 시대의 왕 가운데 오직 연산군과 광해군만이 세자 때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연산군과 광해군은 쫓겨난 왕이었다. 그래서 역사는 그들의 '공'보다는 '과'를 더 많이 알려주고 있다.  내고 알고 있는 머릿속 지식들도 광해군은 천하의 나쁜놈 이었다. 그런 광해군을 새롭게 보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광해군 그는 정말 쫓겨날 만큼 나쁜 임금이었을까?

 

 

  이번 법정에서는 광해군이 원고로 인조반정을 일으킨 이귀가 피고로 나온다.  나쁜 임금이라는 이미지가 워낙에 굳어져 있어서 광해군이 어떤일은 했었는가에 관한 것들은 그리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은것이 사실이다.  근래에 들어 광해군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이 꽤 많이 보여지고 있다.  선조때 일어났던 '정여림 모반사건'을 통해서도 임해군과 광해군에 대한 모습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지고있고,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 보여지고 있는 광해군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광해군의 모습이 아니다.  소설과 드라마속 임금은 극과 극을 달릴 정도로 좋고 나쁨이 나뉘어지기 때문에 그런 모습만 보고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광해군은 어떻게 세자가 되고 왕이 된 후 쫓겨나게 되었을까? 조선의 15대 임금인 광해군의 이름은 혼이다. 1575년에 선조와 공빈 김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공빈 김씨는 정실 왕비가 아닌 후궁이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 한양이 함락될 위기에 있었던 4월 29일 선조는 분조를 위해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했고, 1608년 선조가 죽은후 왕위에 올랐다. 세자시절 전란이 있었고, 전란을 수습하는 기간중에 왕위에 올랐으며 1623년 3월 반정으로 왕위에서 물러나 강화도와 제주도 등지에서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다 유배지에서 죽게 된다. 광해군 대신 선조 임금의 손자인 능양군이 왕으로 추대되어지는데, 능양군이 바로 인조 임금으로 이 반란을 후세에서는 '인조반정'이라 부른다.

 

  임진왜란은 일본의 100년동안의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군사력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해결책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하기위해 전쟁을 일으킨 것이었다.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일본군이 1592년 5월에 한양을 점령하면서 조정은 혼비백산을 하고, 선조는 분조를 하여 조정을 둘로 나눌방책을 세운다.  광해군보다 형인 임해군이 있었으나, 임해군의 행적은 광해군에 비해 총명함이 뒤떨어졌고, 정실왕비인 인목 왕후가 영창 대군을 낳았으나 그일은 후에 일이었기에 광해군은 갑작스럽게 '세자'책봉을 받게 된다.  이렇게 특수한 상황에서 세자가 되었고, 이때 활약한 것이 바탕이 되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왕위에 오른 광해군의 치적은 어떠했을까?

 

 

  임금 광해군이 남긴 업적을 한두가지만 이야기 할 수 없지만, 크게 세 가지로 간추려 중요한 것만 이야기 하자면, 첫째, 대동법 실시였다. 방납에 대한 폐혜를 막기위한 방법이 대동법으로 공물을 현물로 걷는 대신 쌀로 내도록 간소화 시킨 것이다.  둘째, 허준의 『동의보감』편찬을 들 수 있다. 선조의 죽음으로 당시 어의였던 허준은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것이 관행이었던 것을 광해군에 의해서 허준이 죽음을 면하면서 총 25권 25책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탄생하게 된것이다. 세번째로 광해군의 치적은 중립 외교라고 할 수 있다. 근래에 들어서는 중립외교의 달인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임금 광해군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명나라와 청나라, 그리고 일본에 사이에 있으면서 적절한 외교를 했다는 점이다.

 

  인조반정은 왜 일어났을까?  이귀가 반정을 일으킨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는데, 첫째, 광해군이 인륜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어머니로 모시지 않고, 형과 아우를 죽이고 주변 사람까지 죽이는 패륜적 인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두번째 정치적으로 어려운 나라 상황에서 여러 차폐 큰 옥사를 일으켜 죄 없는 사람들을 가혹하게 죽였다는 점이고, 마지막으로는 나라 사이에 은혜를 저버렸다고 이야기를 한다.  물론, 그 당시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중국과 조선을 군주와 신하의 사이로 보고 있는 관행으로 인해서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역대 임금 가운데 권력을 잡거나 유지하려고 형제를 죽인 경우가 어디 한둘인가?  유독 광해군에게 그런 평가를 하는건 '인조반정'이 승리를 거두었고, 역사를 기록한 이들이 이들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광해군의 비극은 정치력이 부족하여 스스로 초래한 명이 있다.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소수 권세가를 중심으로 무리하게 정국을 이끌어 갔기 때문에 반란이 일어났고, 일을 막아 줄 사람이 없었다.  정치인은 도덕가처럼 옳다는 신념만으로 행동할 수 없다.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대동법 시행과 『동의보감』편찬등으로 공적이 인정되지만, 궁궐 건축 사업은 지나쳐서 백성을 고통스럽게 했고, 중립 외교는 매우 신중하고 적절한 정책이었다고 평가됨에도 불구하고 대외 정책이 신하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은 지도력의 부족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폐모살제'등으로 가족 간의 윤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교 국가에서 반정의 명분을 만든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나간 역사의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돌아봐야만 한다. 그래서 왜 정치가 잘 되었고, 왜 정치가 잘못되었는가를 끊임없이 살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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