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네이버 웹소설을 꽤나 좋아한다.  읽는 거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니 웹소설을 놓쳤을 리rk 없지만, 모든 소설을 읽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웹소설은 별점제도가 있어서 낮은 별점의 글들은 읽혀지지 않는게 현실이고, 워낙에 많은 소설들이 챌린지 리그를 통해서 정식으로 올라오기 위해서 애쓰고 있으니 그 많은 작품들 중에서 괜찮은 작품을 찾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다.    웹소설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로맨스다.  달달한 사랑이야기는 어린시절에 읽은 하이틴 로맨스를 떠오르게 만들정도로 달큰하게 다가오고 쉽게 읽히기 때문에 십대 청소년들이 주 고객층인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에서는 로맨스가 1, 2위를 다투는 것이 당연한것 처럼 느껴졌었는데, 올 7월부터 9월까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찾아오던 소설하나가 묘한 기운을 풍기면서 강하게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연재 기간 내내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 『하품은 맛있다』. 제목부터 묘한 이 이야기는 현재 가장 유행하고 있는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이용하면서도 기존 웹소설에서 발결할 수 없었던 스릴를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2013년 7월 1일에 첫 연재를 시작하면서 작가는 '낡은 옷을 정리하다 색이 바랜 야구점퍼 한 벌을 발견했어요. 버리려고 보니 놀랍게도 양면이더군요.  새 옷 한 벌이 생긴 기분이었어요. <하품은 맛있다>도 그런 이야기였으면 좋겠어요.'라고 작가의 글에 포문을 열었었다. 별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던 이야기를 무심코 뒤집어 보니 양면 옷처럼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야기를 만난다는 것은 책 좋아하는 이에게는 반갑기 그지 없다. 

 

  가진것도 없고 외모도 별볼일 없는 이경이 돈을 벌기 위해서 뛰어든 곳은 살해 현장 청소 아르바이트였다.  이런 직업이 있을까 싶었는데, 있나보다.  작가가 묘사해 놓은 부분을 읽다보면 깜짝 깜짝 놀라게 하니 말이다.  자살이나 살해 현장은 바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지 현장은 끔찍함을 넘어서지만, 그만큼 알바비는 높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그저 돈을 벌어 아버지 병원비를 대기 위해 일하던 이경은 어느날 부터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이경은 학벌, 재력, 미모까지 모든 걸 갖춘 '다운'이 되어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깨어나기 싫은 현실같은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현실같은 꿈을 이경만 꾸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가진것같은 다운 역시 자신이 겪을일 없을 것 같은 살해 현장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꿈을 꾸고 있었으니 말이다.  

 

  첫장은 역시나 이경의 살해 현장 청소였는데, 이 살인사건에 뭔가가 있다. 너무나 끔찍한 살인현장. 시신도 없고 아무것도 발견된지 않는 이곳이 왜 이렇게 꺼림직 한걸까?  알길 없었던 이경은 꿈속 다운의 말을 통해서 다음 번 청소 장소를 알게 되고 '단아름다운'과 '박이경'이 꿈을 통해 서로의 몸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5개월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오직 꿈을 통해서만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이경과 다운.  처음엔 이경의 시선과 과거를 살고 있는 다운의 세계로 들어간 이경의 시선을 번갈아 묘사하면서 누구에 이야기도 아닌,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경은 다운의 5개월전 모습을 보기 시작한다.  자신과 같은 부류가 아닐것 같은 다운의 치부를 보기 시작하고, 화려한 다운역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내게 선전포고라도 하듯 다운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유나의 말대로 조금 검색만 하면 누가 어느 학교에 다니고, 저번 달엔 무엇을 사들였고, 어떤 이벤트에 참가했는지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과거의 나로서는 다운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p.130)

 

  이경과 다운을 둘러싼 인물들, 어린시절 신내림을 받았던 이경의 친구인 유나, 청소용역을 하고 있는 남사장과 임대리, 다운의 친구 가을이 시실과 날실처럼 서로 얽히면서 빠져나올 수 없는 그물을 만들고 그 속으로 이경을 몰아 놓기 시작한다. 과거에서 현재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나를 보는 것이 아닌 그 속에 타인의 시선이 존재한다면 어떤 시선으로 자신을 보게 될까?  현재에 있는 이경과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 함께 존재하는 다운은 꼭꼭 숨겨둔 검은 거래를 보여주게 된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  내 편이라 여겼던 사람이 적이 되고, 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선량한 사람으로 드러났을때의 황당함은 믿음의 부재를 만들어 낸다.

 

(출처 : 네이버 웹소설 <하품은 맛있다> 일러스트)

 

  픽션이라는 것을 알고 읽으면서도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심장이 쫄깃거리는 이유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마치 선전포고를 하듯 몰아치는 다운의 이야기와 경찰의 조사도 없이 마무리된 의문의 살인사건은 알수 없는 스토리 전개와 섬뜩하게 묘사된 살해 현장등으로 읽는 내내 심장을 움켜쥐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가 오가고, 명을 바꾸는 이야기들은 '이런 말도 안돼~'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타임슬립'을 꿈꾸고 있는 이 시대에 왜 그런 이야기는 불가능 하단 말인가?   이야기는 한숨을 돌리면서 끝 맺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꿈틀거리면서 스믈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한다.  숨겨둔 복선이 툭하면서 터져나오는 이런 이야기들이 좋다.  왠지 한권의 책속에 두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웹소설로 마지막을 읽어보지 못해서 전에 내용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통해 만난 결말은 오직 꿈속에서만 이뤄지는 전혀 다른 두 여자의 수상한 동거의 끝을 확실하게 끝맺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