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외동딸 4 블랙 라벨 클럽 4
윤슬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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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가출할 거야." (p.196)

 

 

 

 

2015년 장르문학 대상 로맨스부분의 최우수상을 <황제의 외동딸>이 차지했단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소설을 로맨스라고 했나? 딸바보 아빠와 점점 아빠 바보가 되어가는 딸의 이야기가 로맨스라니. 성별로 따지기만 한다면야, 남/여 사이의 사랑 이야기니 맞지만 묘하게 다르다. 참 말썽많은 아빠님이 열 여덟살이 되도록 따님을 황궁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 보지 못하게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자그만치 십년 하고도 팔년이다. 아이가 튕겨 나가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리고 우리의 리아님이 누군가? 미친 일곱살을 거치면서 말도 안되는 아이들을 평정하고 살아온 아그리젠트 제국의 유일한 황녀아니신가?

 

열여덟이 되도록 황궁 밖을 한 발자국도 나가 보지 못한 불쌍한 인간이 바로 여기 있다. 왜 못 나가냐고? 아빠가 못 나가게 하니까. 허락받으면 되지 않냐고? 그런 건 이 왕국에서, 미친 황제에겐 잊을 수 없는 일이다. 돈 많고 시간 많은 잉여인간이 되어 이 아름다운 한세상 여행이나 해 보려 했건만 눈앞에서 떡하니 아버지가 막고 있다니. 열여덟 살이 넘으면 가출이 아니라 독립이다! 가출하려는데, 아빠님 말고도 해결해야할게 왜 이렇게 많은지.. 재상에게 허가도 받아야 하고, 수호기사에게 의논도 해야하고, 엄마에게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게 무슨 가출이야. 게다가 프렌치아의 황제님은 왜 따라 오시는 거예요?

 

페르델이 재상하기 싫다고 외국으로 튀었을 때 아빠님의 행동을 생각한다면 가출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열여덟의 싱그러운 나이에 그냥 당할 수만은 없다. 페르델은 군대 끌고 바로 쳐들어간 카이텔의 패기에 앤시프 왕가에서 아빠님 앞에 잡아서 고이 갖다 바쳤었지만, 난 따님인데, 설마 그렇게 까지 할까? 아빠님에게 잡히기 전에 우선은 즐기자. 사건의 발단은 프렌치아의 사절단으로 온 하벨이었다. 하벨과 이야기 좀 나누고 산책 좀 했다고 난데없이 궁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말라고 유폐령을 내리는 아빠님이 문제지 따님이 문제는 절대 아니다. 그러니 엄마도 아시시도 묵인하는거 아니겠는가? 산책 하는데 "상대가 뭐가 됐든 결혼은 절대 안 돼."(p.182) 라고 이야기 하는 애비가 제정신은 분명 아니다. 그러니 이건 모두 애비, 아빠님의 잘못이다.

 

'아빠는 날 가둬 놓으려고만 한다. 제 손아귀에서 나가지 못하게. 제 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어차피 어릴 적이야 행동반경이 좁으니까 상관 없었지만 이제 다 큰 성인이 된 지금은 달랐다. 그 전에도 정신은 이미 어른이었지만 몸이 아이라 참았다면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나도 내 인간관계라는 게 있고, 아빠랑 상관없는 나만이 인생이라는 게 있다, 언제까지나 아빠 그늘 아래에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인데 . 계속 그렇게 가장 안전한 제 손바닥 위에만 가더 두려고 하니, 내가 미치지 않고 배기겠는가, 아빠가 일럴 때면 꼭 내가 딸이 아니라 마치 기르는 애완동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p.194~195)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리아의 떨거지들과 함께 156cm의 키만 제외하고는 제국 최고의 미녀라 칭송받는 리아에게 드디어 로맨스가 시작되는 줄 알았다. 강아지 마냥 따라다니는 프란치아의 황제 하벨도 그러려니와 일곱살에 만나고 눈부시다 느꼈던 북제국의 예하 아힌까지 거짓말 처럼 만나는 것 뿐 아니라 또 따라다닌다. 왜? 할일 많으신 분들 아니셨어요? 은근슬쩍 좋아한다고 표현도 하고 같이 있자고 이야기도 하는데, 우리 공주님 이렇게 둔탱일 줄 누가 알았을까? 이런 둔탱이가 어째 남의 연애사는 참 잘도 연결해 준다. 이상하다 이상해. 날이면 날마다 하는 가출이 아니니 가출한 김에 어머니의 나라인 부레티까지 무조건 직진이다.

 

"증오한다. 황제여. 내 육체와 피가 너를 용서치 않으리라. 내몸마저 으스러지면 내 피를 이은 이 아이가 나 대신 너를 저주하리라." (1권 p.207)

 

아이의 기억은 아무리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다고 해도 단편적일수 밖에 없다. 신체적 한계가 있으니 어쩌겠는가? 증오의 말인 줄 알았다. 열달을 뱃속에 품고 지냈을 엄마를 어째서 떠올리지 못했을까? 그저 미친 황제를 향한 증오라고만 생각했던 말들이 이렇게 다른 의미로 다가 올 수도 있구나. 열여덟살의 달달한 로맨스보다 어느새 사랑하고 있는, 아니 자신의 모든 것이 되어 버린 딸을 찾아 미친듯이 달리는 제국의 미친왕의 행적이 더 주요하게 다가오는 로맨스 같지 않은 로맨스 소설. 어렸을 때 '엄마찾아 삼만리'라는 만화를 본 기억이 나는데, 엄마를 향한 아이의 절절함 보다 더한 딸 바보 아빠의 좌충우돌 육아기는 참 거창하기도 하다. 아직도 육아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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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외동딸 3 블랙 라벨 클럽 4
윤슬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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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워낙에 외동이 많아서 모르겠지만, 어렸을 땐 엄마랑 아빠가 동생 말고 나만 돌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나만의 방을 가지고 물려입는 옷이 아닌 나만을 위한 옷을 입는 꿈을 어린 시절엔 가졌었다. 만화의 영향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왠지 부자집 딸은 모두가 외동일 것 같았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적게 낳다 보니 아이들의 생각도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고, 중국의 소황제 처럼 아이 하나만 바라보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런 외동의 아이가 재상도 기사도 황제마저 정상적인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외치는 아그리젠트 제국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그것도 천상천하 유하독존이라는 황제, 카이텔의 외동딸로 말이다. 한두살일때는 황제가 언제 자신을 죽이나하는 두려움을 숨겨둔채 지났지만, 이젠 모두가 인정하는 미친 일곱살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니 책이 3권에 달했을 땐 일곱살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빠른 시간속에 자신만 보면 난리가 나는 저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아할지 오늘도 리아는 고민이다.

 

 

 

미치광이 황제, 바보 재상, 순둥이 기사만 극복하면 될지 알았다. 아... 리아의 인생 시련은 왜 이렇게 긴것일까? 오만 아이들이 다 튀어 나오고 있다. 사랑하는 엄마, 세르이라의 아들 그레시토, 천사같은 시르비아와 바보 재상 페르델의 쌍둥이 아들인 발토르타와 산세바스티안. 이것들이 모이기만 하면 싸운다. 머리 아프게 싸운다. 그것도 너무 유치하게 싸운다. 고고한 공주의 신분을 만끽하려고만 하면 어디서 튀어나와 유치의 극을 다한다. 게다가 아빠라는 황제는 그 싸움을 보면서 자기가 더 쎄다고 하고 있으니 이것들을 어쩌면 좋을까? 신이시여~~ 제 인생 그냥 환불해 주시면 안 될까요?

 

"난 우리 엄마한테 이를 거야! 우리 엄마 짱세!" " 우리 아빠가 더 짱세! 우리 아빠는 비테르보 백작이야!" "우리 아빠도 백작이거든! 페이스트릴 백작이야!" "우리 아빠는 재상이야! 너 까불지 마! 너 우리 아빠가 한 마디만 하면 너네 집은 끝이야!" " 헹, 웃기시네. 우리 엄마가 한마디만 하면 넌 이제 이 궁에 못 오거든!" "우리 앙빠가 더 세다니까! 서류 맛좀 볼 테냐!" "우리 엄마가 더 세! 넌 잔소리 폭탄 모르지?!" "아빠, 얘네 싸워. 막 지네 집이 후작가고 백작가래. 자기 아빠 짱 세대!" "그래? 난 황젠대." (p.78)

 

유치한 아이들의 싸움판이 되어버린 리아의 뜰이라니... 그래도 재밌다. 아이의 일상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그리고 리아의 인생에 끼어든 또 다른 인물들. 탐스럽게 흘러내리는 회색 머리카락, 총명하게 빛나는 은청안. 한 번 봤다 하면 절대 잊을 수 없을 미모를 자랑하는 북제국의 아힌 뤼체른 헨보와 프레치아의 사생아 출신이라는 검은 머리의 하벨 란츠후드 율토스. 이곳에 나오는 아이들은 왜 이렇게 잘났는지 후광이 비추지 않는 아이가 하나도 없다. 저렇게 말도 안되게 싸움을 하면서도 말이다. 감히 황제의 외동딸에게 나타나 얼굴을 보이고 웃는 아이, 칼을 휘두르는 아이까지 참 가지가지 한다. 게다가 안두르스의 제1공주라는 알스메르는 네 살쯤 된 작은 아이를 데려와서는 아빠의 아들이라고 하고. 아... 머리 아프다.

 

북부 대륙에 있는 작은 왕국으로 통칭 '북마녀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나라. 사슴뿔이 달린 오팔이 나라의 상징이고, 수호신은 검은 흑표범이며, 스헤르토헨보스 건국 이전 가장 위세 높았던 왕국이다. 특이하게 이 나라는 왕위 계승이 모계 혈통으로 이어지고 아직도 공주가 왕자보다 계승 순위가 우선이라고 한다. 또 마녀의 혈통을 잇고 있기에 이 나라의 왕족은 성흔을 가진 자와 닿으면 거부반응으로 눈동자 색이 변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p.297)

 

대체 신경써야 할 것은 왜 이렇게 갑자기 한꺼번에 생기는 건지. 이젠 북마녀의 왕국이라는 부레티까지 신경을 써야 할것만 같다. 내 스승님이 되시는 철혈재상이라는 페르텔이 제국의 역사를 알려주면서 마지막에 알려준 곳. 부레티... 와우... 어쩌란 말인가?

 

"공주님 어머님의 나라십니다." "부레티?"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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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외동딸 2 블랙 라벨 클럽 4
윤슬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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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인간이라니. 드디어 인간이 되었어. 난 인간이야! 아, 왜 갑자기 눈에서 습기가 차는 기분이지. 그동안의 서러웠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개 취급, 벌레 취급, 별별 취급을 다 당했는데! 한이 풀리는 구나. 이제 나도 드디어 인간이다.' (p.56)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시기를 지나 18개월 정도 되면 분명 아이는 작은 사람의 형태를 띤다. 아니, 작은 사람보다는 여전히 인형의 모습이라고 해야 맞을 지도 모르겠다. 3등신의 몸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예쁜 아이를 부모가 똥강아지라고 하는 경우가 참 많다.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하는 말임에 틀림 없지만, 아그리젠트 제국 황제 인'카이텔 르슈 바이비즐 루안 아그리텐트'은 리아에게 진심으로 이야기했을 것 같은 기분은 나만 느끼는 걸까? 리아 역시 똑같이 느꼈기에 저렇게 1권을 지나 2권에 이르러 환호를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속으로 만. 18개월 아이임에도 25살 아니 이젠 27의 정신 연령에 접어든 아가씨이니 말이다. 책 속 리아의 정신 연령은 분명 차원이동 전 나이와 함께 현명해질것을 기대하게 되지만, 작은 몸에 적응하다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영악하긴 영악한것 같은데, 영...

 

"넌 안 인간!" (p.56) 이라는 말을 카이텔에게 남기고는 아주 순진한 18개월 아가의 얼굴로 "파파!", "이따 봐!"와 같은 '심쿵'한 대사를 아무 꺼리낌없이 하고 있는 주인공 리아. 우리나라 나이로는 거의 3살이 되어 가는 아이의 일상은 밥먹고 씻고 공놀이하는게 다다. 그리고 리아 주변 인물들 탐색하기 정도. 다들 무서워하는 인물들이 리아 앞에만 서면 완전히 바끼니 그걸 보는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여전히 아비란 작자의 속을 알 수 없으니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지만 말이다. 사람이 사는 건 과거나 현재나 어렵다. 18개월 인생에선 더 하면 더하지 쉽지가 않다. 철혈재상이란 놈은 사실 팔불출 허당이고, 검은 기사라는 놈은 사실 순둥이라니.. 이런 사실을 누가 믿겠는가?


 

<황제의 외동딸>2권 역시 리아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시르비아와 검은 기사, 아시시가 그려지고 있다. 리아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게 아름다운 시르비아가 바보같은 페르텔의 아내가 된다는 것은 믿을 수 없지만, 결혼해서 궁으로 신혼여행을 오고 "발토르타는 페르텔, 산세바스티안은 시르비아를 닮았어." (p.310) 쌍둥이까지 낳았으니 의심할려고 해도 할수가 없다. 그리고 찬바람 몰아치는 검은기사. 리아만 보면 도망다니던 아시시가 리아의 수호 기사로 임명된다. 별것도 아닌것 같은데, 나이도 있으신 분이 리아라면 환장을 한다. 물론, 리아도 잘생긴 아시시에 푹 빠져 있긴 하지만 말이다.

 

소소한 리아의 주변 일상들이 그려지면서 카이텔, 아시시, 페르델, 시르비아의 관계가 나오고, 군식구라 표현되어 있는 드란스테가 가끔씩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리고 1권부터 리아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페이스트릴 선대 백자부인인 세르이라 이빌라스트 페이스트릴과 르테로스턴 자작가의 둘째딸인 일린 A. 르테로스턴. 공주의 유모와 시녀의 신분이 이렇게 높을 줄 누가 알았을까? 5권까지 읽다보면 아주 중요한 아그리젠트 제국의 사료로 나오는 『어느 황궁 시녀의 일기』를 쓴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그냥 육아 일기일 뿐인데도, 이 육아일기가 인물들 성격을 확실히 보여주니, 사료가 될법도 하긴 하다.

 

'아시시도 사촌이고, 카이텔도 사촌이라니. 게다가 남편은 페르델.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시르비아야말로 진정한 승리자가 아닐까. 무려 피의 반왕과 검은 기사가 사촌오빠고, 철혈재상이 남편이다. 거기에 엄마는 공주였고, 아빠는 백작. 친정은 건국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서 깊은 명문가. 거기에 본인도 예쁘잖아? 와. 이 언니 봐라. 이기적이네 완전.' (p.312)

 

"널 아리아드나 공주의 수호기사로 임명하마."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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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외동딸 1 블랙 라벨 클럽 4
윤슬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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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다. 내눈에 처음 들어온 작가인데, 책을 읽은 후엔 윤슬작가의 책들이 참 많이도 보이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가 <황제의 외동딸>에 빠져있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듣고는 이게 무슨 이야기길래 그리 얇지 않은 책을 빠져서 읽을까 싶었는데, 여간 재미있는게 아니다. 작은아이 중학교 도서관 봉사를 가니 학교에서도 여학생들 사이에서 <황제의 외동딸>이 난리가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물으니 완벽한 로맨스란다. 이걸 로맨스라고 분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들 눈엔 그렇게 보인단다. 책을 읽고 찾아보니, 이 책이 카카오페이지에서 난리가 났었단다. 거기다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이젠 만화까지 나오고 있다. 여학생들 감성을 콕 집어서 설레게 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웃음코드가 굉장히 많이 들어있다.

 

웹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고, 그로 인해서 어려운 상황을 한마디로 해결해 줄수 있는 차원이동이나 환생에 대한 소재들을 요즘들어 자주 만나고 있다. '아리아드나 레르그 일레스트리 프레 아그리젠트'이라는 엄청나게 긴 이름의 '리아'도 차원이동과 환생이라는 설정으로 25세의 묻지마 살인의 피해자신분에서 아그리젠트 제국의 유일한 공주로 신분 이동이 되었다. 하지만 이걸 신분 이동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태어나자 마자 어미의 절규가 들리고, 눈도 제대로 못뜨는 아이를 한손으로 목졸라 죽이려는 자가 나타난다. 나름 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음에도 태어날 때부터 온갖 동정 어린 시선은 다 받고 태어났으니,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리아의 아버지가 원흉일줄 누가 알았을까?


'아버지가 미친놈이시라면서요?' 이 한마디로 <황제의 외동딸> 1권은 이야기를 끝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반역으로 피로 얼룩진 옥좌에 올라선 반왕,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은 희대의 폭군. '카이텔 르슈 바이비즐 루안 아그리텐트'. 이반 황제의 14왕자로 제국황제다. 아그리젠트 제국 황제 인데 폭군이요, 황제인데 전쟁만 하고, 황제인데 불구하고 나라에 관심이 없는 이 남자가 리아의 아빠되는 사람이다. 제국 황실이 자랑하는 은적발에 진홍안, 은적발이라고 말은 하지만 거의 은발에 붉은 그을음이 보이는 정도로 묘사되어 있는 이남자는 아버님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잘생겼다. 이러니 후궁에 있는 여러나라 공주들이 물불안가리고 달려들만 하지만, 아이를 낳는 족족, 아니 자신의 아이를 가지기만 해도 죽임을 면치 못하는 이상한 미친놈이심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의 유일한 아이가 '아리아드나'다. 살 수만 있다면 말이다.

 

분명 카이텔의 선정이라면 죽이고도 남았을텐데, 아직 리아가 살아있다. 울라고 하면 울고, 웃으라고 하면 웃는 아이. 이런게 가능하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보면서 울고 웃는 아이가 신기하다. 못생겼다고 놀리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자신만큼 미친놈인 페르델이 틈만나면 리아에게 찝쩝데는 것도 마음에 안든다. 왜 자꾸 내 소유에 관심을 두는지. 어째 저런놈을 아그리젠트의 철혈재상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뿐인가? 완벽한 황궁의 군식구인 드란스테도 페르델 못지한게 저 조그만 아이에게 찝쩝거린다. 왠지 내거에 관심 가지는 것들은 다 마음에 안든다. 그냥 얼마간 더 살려두웠다 죽여도 상관없을것 같다라고 카이텔이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조금 더 살려두려고 할뿐이었는데, 시간은 흐르고 이 쪼그만하고 못생긴 녀석이 자꾸 눈에 밟히고, 씻겨도 주고 싶고, 먹여도 주고 싶고, 이상한게 한두게가 아니다. 그렇게 일년이 되어버리다니. 미친건 확실한데, 이걸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으니 어쩌나. 카이텔만의 일은 아니다. 저 폭군의 미친놈이 자신의 목을 조르려고 했던 순간을 25살의 정신을 그대로 가지고 환생한 리아가 모를리가 없으니, 움직이기 힘든 어린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미친놈이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매일 못생겼다고 하고 벌레같다고 하는 저 인간이 왜 자꾸 생각나는 걸까? 아... 세상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저는 앞으로 공주님이 어여삐 자라나 폐하께 기쁨을 알려 드렸으면 해요. 누군가의 것을 빼앗고 짓밟아 얻는 활기가 아니라, 지키고 키우며 알아 가는 생기를 그분께 알려 드렸으면 해요. 그렇게 바라요."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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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파란 여름 하트우드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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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간결한 책이다. 군더더기 없이 짧은 문장들이 이어져 있어서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이 짧은 호흡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너무나 편하게 글이 읽혀진다. 비룡소에서 신작으로 나온 『이상하게 파란 여름』은 이상하리만큼 잘 읽혀지는 책이다. 워낙에 유명해서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한번쯤은 읽었거나 들어봤을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의 작가인 케이트 디카밀로의 신작은 올 4월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뉴욕 타임스에서도 "짧고 강렬한 장과 분명하고 다정한 문체로 풀어낸 압도적인 책"이라고 평을 했다는 걸 보면, 읽는 이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거의 비슷한것 같다. 사실 압도적인 책이라고 이야기하긴 뭐하지만, 압도적인이라는 단어의 포커스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니 그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출간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기염을 토했을 것은 확실하다. 나라도 궁금했을테니 말이다. 197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익숙한 내용들이 나오는건 아니지만, 근래들어 그 당시의 공연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 <보니 앤 클라이드>나 <태양을 향해 쏴라>등이 리메이크되고, 뮤지컬로 많이 나와서 인지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물론 이 소설속에 이야기들이 그런류의 이야기들은 아니다. 케이트 디카밀로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사회적 편견과 삶에 팍팍함에 힘들어하고 저항하거나 순응하는 인물들이 아닌, 사랑스런 소녀들이 자라나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리틀 미스 플로리다 센트럴 타이어 1975'대회에 나가기 위해 모인 세 소녀가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 대회에 왜 배턴 트월링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베턴 트윌링이라는 봉을 던지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오래전 배턴 트월링 챔피언이었던 선생님 집 마당에 모여 있다. 레이미, 루이지애나, 베벌리.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아이들은 배턴이라는 봉을 높이 휘릭릭 던져 받는 '배턴 트윌링'을 배우기 위해 모여있다고는 하는데, 레이미 외에는 그리 절실해 보이지도 않는다. 툭하며 겁나고 기절해 버리는 루이지애나나 모든 걸 망쳐 놓겠다고 주머니칼을 들고 다니는 베럴리때문에 꼭 '배턴 트윌링'을 배워서 대회에 나가야만 하는 레이미에겐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왜 배턴 트윌링을 배우고, 우스운 이름에 '리틀 미스 플로리다 센트럴 타이어 1975'대회에 나가려 하는지를 들어본다면 어른들 입장에서는 그게 말이되니 하고 핀잔 한번 줄텐데, 굉장히 진지하다. 바람나 집 나간 아빠가 신문에 나온 사진을 보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레이미, 보육원에 가지 않고 동물센터에 맡겨진 고양이를 되찾기 위해 나가려는 루이지애나와 아빠를 그리워하면서 강압적인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쓰는 베벌리까지 아이들의 사연은 한명한명 들어보면 딱하다 생각이 들지만, 이걸로 해결이 될까 싶다. 물론 아이들 각자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거대하기만 하다.

 

이어질것 같지 않은 수업이 이어지고, 세 아이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깊어지고 혼자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을 실행하기 시작한다. 친구의 존재는 이런게 아닌가 싶다. 분명 어른의 눈으로는 너희들끼리 뭘 할수 있냐고 말하겠지만, 아이들이기에 서로 소통할수 있는 부분이 있다. 1975년 센트럴 타이어 대회에 나가는 아이들에게는 말이다. 어떤 한가지의 동일한 목표가 있고,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목표들이 있는 아이들은 이상하게 파란 이 여름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시간을 파란 여름으로 채워놓으면서 말 할 수 없이 풍요로운 시간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레이미가 루이지애나를 구하고 베벌리와 함께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타워에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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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4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