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외동딸 1 블랙 라벨 클럽 4
윤슬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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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다. 내눈에 처음 들어온 작가인데, 책을 읽은 후엔 윤슬작가의 책들이 참 많이도 보이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가 <황제의 외동딸>에 빠져있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듣고는 이게 무슨 이야기길래 그리 얇지 않은 책을 빠져서 읽을까 싶었는데, 여간 재미있는게 아니다. 작은아이 중학교 도서관 봉사를 가니 학교에서도 여학생들 사이에서 <황제의 외동딸>이 난리가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물으니 완벽한 로맨스란다. 이걸 로맨스라고 분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들 눈엔 그렇게 보인단다. 책을 읽고 찾아보니, 이 책이 카카오페이지에서 난리가 났었단다. 거기다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이젠 만화까지 나오고 있다. 여학생들 감성을 콕 집어서 설레게 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웃음코드가 굉장히 많이 들어있다.

 

웹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고, 그로 인해서 어려운 상황을 한마디로 해결해 줄수 있는 차원이동이나 환생에 대한 소재들을 요즘들어 자주 만나고 있다. '아리아드나 레르그 일레스트리 프레 아그리젠트'이라는 엄청나게 긴 이름의 '리아'도 차원이동과 환생이라는 설정으로 25세의 묻지마 살인의 피해자신분에서 아그리젠트 제국의 유일한 공주로 신분 이동이 되었다. 하지만 이걸 신분 이동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태어나자 마자 어미의 절규가 들리고, 눈도 제대로 못뜨는 아이를 한손으로 목졸라 죽이려는 자가 나타난다. 나름 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음에도 태어날 때부터 온갖 동정 어린 시선은 다 받고 태어났으니,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리아의 아버지가 원흉일줄 누가 알았을까?


'아버지가 미친놈이시라면서요?' 이 한마디로 <황제의 외동딸> 1권은 이야기를 끝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반역으로 피로 얼룩진 옥좌에 올라선 반왕,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은 희대의 폭군. '카이텔 르슈 바이비즐 루안 아그리텐트'. 이반 황제의 14왕자로 제국황제다. 아그리젠트 제국 황제 인데 폭군이요, 황제인데 전쟁만 하고, 황제인데 불구하고 나라에 관심이 없는 이 남자가 리아의 아빠되는 사람이다. 제국 황실이 자랑하는 은적발에 진홍안, 은적발이라고 말은 하지만 거의 은발에 붉은 그을음이 보이는 정도로 묘사되어 있는 이남자는 아버님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잘생겼다. 이러니 후궁에 있는 여러나라 공주들이 물불안가리고 달려들만 하지만, 아이를 낳는 족족, 아니 자신의 아이를 가지기만 해도 죽임을 면치 못하는 이상한 미친놈이심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의 유일한 아이가 '아리아드나'다. 살 수만 있다면 말이다.

 

분명 카이텔의 선정이라면 죽이고도 남았을텐데, 아직 리아가 살아있다. 울라고 하면 울고, 웃으라고 하면 웃는 아이. 이런게 가능하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보면서 울고 웃는 아이가 신기하다. 못생겼다고 놀리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 자신만큼 미친놈인 페르델이 틈만나면 리아에게 찝쩝데는 것도 마음에 안든다. 왜 자꾸 내 소유에 관심을 두는지. 어째 저런놈을 아그리젠트의 철혈재상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뿐인가? 완벽한 황궁의 군식구인 드란스테도 페르델 못지한게 저 조그만 아이에게 찝쩝거린다. 왠지 내거에 관심 가지는 것들은 다 마음에 안든다. 그냥 얼마간 더 살려두웠다 죽여도 상관없을것 같다라고 카이텔이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조금 더 살려두려고 할뿐이었는데, 시간은 흐르고 이 쪼그만하고 못생긴 녀석이 자꾸 눈에 밟히고, 씻겨도 주고 싶고, 먹여도 주고 싶고, 이상한게 한두게가 아니다. 그렇게 일년이 되어버리다니. 미친건 확실한데, 이걸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으니 어쩌나. 카이텔만의 일은 아니다. 저 폭군의 미친놈이 자신의 목을 조르려고 했던 순간을 25살의 정신을 그대로 가지고 환생한 리아가 모를리가 없으니, 움직이기 힘든 어린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미친놈이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매일 못생겼다고 하고 벌레같다고 하는 저 인간이 왜 자꾸 생각나는 걸까? 아... 세상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저는 앞으로 공주님이 어여삐 자라나 폐하께 기쁨을 알려 드렸으면 해요. 누군가의 것을 빼앗고 짓밟아 얻는 활기가 아니라, 지키고 키우며 알아 가는 생기를 그분께 알려 드렸으면 해요. 그렇게 바라요."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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