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의 연인 1
유오디아 지음 / L&B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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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잃은 것이냐...?" 어린 시절, 가장 끔찍했던 5년의 시간을 알리던 그날. 바로 그날 이 그 5년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다.'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전 지식이라고는 네이버 웹소설 부동의 1위가 다였다. 읽어야지 하고는 있었지만, 웹소설이어도 분량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이 소설이 아주 묘하다.  책으로 출간되고 있는데 웹소설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아직 연재중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돌려말하면 연재중인 웹소설이 벌써 종이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얼마나 인기가 있기에, 얼마나 배짱 튕길정도로 근사하기에 웹소설을 여전히 읽을 수 있는 상태로 종이 책이 출간된 것일까?   

 

 

(출처 : 네이버 웹소설- 광해의 연인 일러스트)

 

  타임슬립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 중 하나다. 『시간여행자의 아내』에서 주인공은 아내를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시간여행을 하고, 그 중간에 딸을 만나기도 한다.  드라마 『나인』은 어린시절로 돌아가 인생을 바꾸려고 하지만, 끊임없이 어긋나기만 한다.  『광해의 연인』속 시간여행자들은 다른 타임슬립속 시간여행자들 처럼 제약을 가지고 있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가능하지만 남자만이 현재로 돌아올수가 있다.  여자들은 과거로 갈수는 있지만,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시간여행자인 남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경민은 어린시절 조선 세종때로 넘어갔다가 5년동안 세종대왕과 함께 생활을 했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아빠의 경민 찾기가 5년이나 걸렸다는 말이다.  그덕분에 이 열일곱 소녀는 세종 시절에 옹주들과 함께 왕실 문화를 배웠고, 지금은 검정고시를 준비중이다.

 

  2013년 가을, 느닷없이 아빠의 서재에 나타난 열일곱의 소년은 1592년에서 넘어왔단다.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닌지, 경민은 '혼'이라는 이 소년에게 하트모양 달걀도 만들어 주고, 아빠가 올때까지 기다리려 하는데, 선조시대로 시간여행을 간 아빠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소년에게서 들은 이야기. 전란중에 왜인 머리를 한 사람이 자신을 구하면서 이곳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아닌가?  아빠에게 무슨일이 생겼다.  다시는 조선으로 가지 않으려 했는데, 유일한 가족인 아빠를 그곳에서 죽게 할수는 없다. 아빠를 만나야만 한다. 그렇게 열일곱의 '혼'과 '경민'은 1592년 9월 19일 전란중인 함경도 회령으로 돌아간다.  아빠를 구하기 위해 간곳이지만, 경민은 아빠를 구할 수 없고, 죽어가는 아빠에 의해서 2013년으로 다시 넘어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혼'이 광해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경민아, 시간여행자가 아무리 그 역사를 바꾸려고 해도, 한 번 정해진 역사는 결코 변하지 않아. 만약 역사를 바꾸려고 시도한다면 역사는 정해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를 어그러뜨리려는 시간여행자를 죽음으로 내몬단다. 그걸 우리 집안에서는 <소리 없는 죽음>이라고 부르지.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역사는 제자리를 찾아간단다. 지금의 미래가 존재하기 위해서" - '왜란의 한가운데에서' 중

 

  역사를 바꿀 수 없기에 경민의 아빠가 죽고, 광해군이 서울로 온것임을 알았지만, 경민은 아빠를 만나야만 했다.  역사의 일부가 되면 조선에서 살수 있다는 고모에 말대로, 경민은 1600년의 조선으로 다시 돌아가 광해군이 왕이 된후에 아빠를 만나려는 계획을 짠다. "내가, 네가 알고 있는 내가 조선에 있지 않느냐. 그러니 이젠 너도 조선에 아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말하지는 못하겠지."라는 광해군의 한마디 말만 믿고 1600년의 조선으로 돌아간 경민. 처음엔 그저 아빠를 보고자 하는 마음 뿐이었다. 열일곱 소녀에게 다른 무엇이 있었겠는가?  그저 시간이 흘러 역사의 일부가 되면 아빠를 볼 수 있을것이기에 조선에 일부가 되기만 하면 되리라고 생각을 했었다.

 

  쿵하고 조선으로 넘어간 순간 광해군을 만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렇다면 『광해의 연인』은 벌써 연재를 끝냈어야 했을 것이다. 역사와 픽션을 교묘하게 오가는 유오디아의 솜씨가 펼쳐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광해군의 배다른 아우 정원군. 정원군의 아들 종. 이 아이가 후에 인조가 된다.  역사가 이미 스포이니 경민이 어찌할 방법도 없이 경민은 정원군과 종을 만나고, 정원군의 도움으로 2년을 종의 보모상궁으로 수라간의 나인으로 생활을 하게 된다. 정원군의 생모인 인빈이 기거하고 있는 양화당에서 생활을 하면서 드디어 경민은 광해군 '혼'을 만나게 된다.  엉망으로 만들어진 하트모양의 달걀로 경민을 알아보는 '혼'. 그렇게 1601년 겨울 첫눈이 내리는 날 혼과 경민은 다시 만난다.

 

  단 하루의 인연은 그저 아름다운 추억으로 끝날 수 있었다. 역사에 단 한 줄도 남지 않은, 왜란 중에 세자 광해가 겪었던 신비한 기억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 만남으로부터 10년 뒤, 그 소녀가 다시 나타났다.  10년 전 자신이 처음 보았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경민을 마음에 품고 있는 정원군이 키다리 아저씨로 끊임없이 경민에게 도움에 손길을 주지만, 역시 주인공은 광해와 경민이다.  스포인 역사를 알기에 광해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있지만, 읽으면서 역사속 이야기는 들어오지 않는다.  스마트하고 잘생긴 광해가 언제 경민을 만날지 궁금하고, 경민이 어떻게 아빠를 만나게 될지 궁금할 뿐이다. 임진왜란과 분조의 무게를 열여덟의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세자 '혼'이 왕이 되어 '경민'앞에 나타난 이 순간, 그들에 이야기에 푹빠져 버린 나에게 스포인 역사는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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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탐정의 사건노트 1 - 그리고 다섯 명이 사라졌다 오랑우탄 클럽 1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이영미 옮김, 정진희 그림 / 비룡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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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도서관에 갔다가 선그라스를 낀 시커먼 케릭터를 만났는데, 도대체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분명 어디서 만났던 인물이었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 내 메모리 용량이여.  대여순위가 상당히 높아서 한권을 빌려왔다.  읽으면서 예전에 시즌 2로 만난 케릭터라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이 왜 이리 기억이 나지 않나 했더니, 리뷰를 쓰지 않았다.  깔깔거리고 작은녀석하고 읽었던 기억은 나는데, 그렇게 읽고는 휙 집어던졌던가 보다.  안방 책장에 깔려있는 시즌2를 보고 리뷰를 찾아보니, 없다.  물론, 지금 시즌2의 내용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러니, 리뷰는 바로 바로 써야 한다.  생각나는건 아이와의 깔깔거리던 기억만이 존재하는『괴짜탐정의 사건노트』라니... 청소년 도서는 읽는 속도가 빨라서 300페이지도 두시간이면 읽는데, 주의해야한다.  꼭 읽고 리뷰쓰기..  몇해만에 다시 만나서 이렇게 혼란스러울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책이 한두권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 유메미즈 기요시로: 자기 스스로 명탐정이라고 떠들어 대는 상식 빵점의 탐정 아저씨.  원래는 대학에서 논리학을 가르쳤던 교수. 게으로고, 건망증 심하고, 자기 위주. 세쌍둥이에게 '교수님'이라 불림.

☆ 이와사키 아이: 세쌍둥이 중 첫째. 책 읽기를 좋아하는 모법생 스타일

☆ 이와사키 마이: 세쌍둥이 중 둘째. 운동이 특기이고 활동적임.

☆ 이와사키 미이: 세쌍둥이 중 막내. 어리광쟁이, 취미는 신문 읽기와 스크랩

 

  주요 등장인물은 세쌍둥이와 명탐정 유메미즈다. 대학 연구실과 아파트에 책을 너무 많이 쌓아 두는 바람에 쫓겨난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夢水 淸志郞)는 만우절날 거짓말처럼 이와사키씨댁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 명탐정이라고 하는데, 게으르고, 건망증도 심하고, 전혀 명탐정같지 않다.  별 고민없이 남에집에서 밥도 먹고, '자신감 은행'에 정기 적금이라도 들었는지 자신감 하나는 끝내준다. "정말로 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수없이 해결했단 말이야.  하지만 해결해 버린 수수께끼에는 더 이상 흥미가 없으니, 점점 잊어버리지." (p.29) 라고 자신의 기억력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명탐정 유메미즈 교수.  아이들이 세쌍둥이라는 것을 알아낸 걸 보면 명탐정 같긴 한데,  왠지 아이들의 생활이 편할것 같지가 않다.

 

  야호~!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중학생 아이들도 여름방학은 좋다. 게다가 '오무라 어뮤즈먼크 파크'로 명탐정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러간다니 얼마나 좋은가?  대책없는 명탐정과의 놀이공원행. 재미있는 놀이기구는 다 모였다는 이 멋진 곳에 턱시도에 가면, 은빛 눈동자를 가진 백작이라 불리는 괴이한 인물이 나타났다.  그가 벌이는 마술 쇼~!  어라. 진짜 아이가 사라졌다.  모두에게 선전포고를 하면서 백작은 이곳에서 네명을 더 사라지게 만든다고 공포를 한다.  조에쓰 경감이 현장을 조사하지만, 이 범죄를 막을 수가 있을까?  '도와줘요~ 명탐정, 유메미즈'를 외칠 차례다.  전에 무슨 사건을 해결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경찰총장까지 아는 것을 보니 명탐정은 명탐정인 것 같은 유메미즈.

 

  사라진 아이들이 이상하다. 천재 피아니스트, 오노 미사(10세), 체조계의 희망, 다카하시 신이치(12세), 천재 모형 제작자, 가토 가즈오(11세), 소녀 박둑 기사, 스즈키 도모코(8세).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아이들만 사라져 버렸다. 유메미즈는 이 사건의 키워드는 '여름방학'이라고 말하고, 해결방법은 '수동태와 능동태'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쌍둥이들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도대체 이 아이들은 어떻게 사라진 걸까?  은빛 눈동자를 가진 백작의 범행은 첫 번째는 무대에 매달린 상자 속.  두 번째는 맹렬한 스피드로 달리는 제트코스터.  세 번째는 미러하우스.  네 번째는 밀랍인형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범인 자신이었다.  아... 몰라. 몰라라고 외치고 싶지만, 유메미즈는 도통한 도인마냥 여름방학이 다 끝나야 사건을 해결해 주겠다고 하니, 답답한건 세쌍둥이 뿐이다.

 

"피아노는 도구야. 그렇지만 그걸 치는 인간은 도구가 아니지.  그런데 미사짱은 지금 피아노를 치는 도구가 되어 있잖아." (p.144)

 

  천재 소년,소녀의 실종. 여름방학, 수동태와 능동태. 사건은 여름방학의 끝과 함께 해결이 된다. 누가 백작이냐고?  중요할까?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왔다.  여름방학이 끝나는 날에. 아무런 기억도 없이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다 집으로 돌아왔다는 아이들.  물론, 우리의 명탐정님은 깔끔하게 해결해 주지만, 거기까지 이야기하면 안될듯 하니, 여기서 끝을 맺으려 한다.  그렇지. 피아노는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그걸 치는 인간은 도구가 아니다.  피아노 뿐이겠는가?  모든것이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한 도구다.  그 도구를 위해서 행복하지 않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독특한 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와 개성 강한 세 명의 아이들이 펼치는 사건해결 노트.  시즌 2가 나올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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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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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작 소설을 읽으면서 사랑을 이야기한 사람이 있다. '프레시안'에 연애 상당소 소장 박수현 작가가 그러하다.  『서가의 여인들』은 2012년 5월부터 12월까지 '프레시안'에 <박수현의 연애상담소>라는 제목으로 인기리에 연재된 글에 더 다양한 내용을 추가하고 다듬어 펴낸 책이다.  사람들은 '연애상담소'를 아픈 마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담은 '마음의 백과사전'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문학평론가이자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박수현 연애상담소 소장은 명작소설이 지닌 치유의 힘을 믿으며 '소설 읽어주는 여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녀는 소설을 엄살떠는 친구, 나도 감기 걸렸다고 고백하는 친구에 가깝다고 이야기를 한다.  나만 감기에 걸려 아픈것이 아닌, 흔하디 흔한 병, 남들도 다 걸리는 병에 걸려있다고 말이다.  당신만 아픈것이 아니라 당신만큼 아픈 사람이 이 책속에도 있다고 말이다.  아프겠지만 참을만 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아픈 마음을 기묘한 연애심리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명작 소설 속 사랑엔 신경증이나 광기에 가까운 기이한 연인의 심리, 판타지를 벗긴 사랑의 누추한 면모 혹은 인문학적 통찰, 사랑의 기적 또는 기적을 행하는 방법이 들어가 있다고 연애소장은 프롤로그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랑은 아름다운 국면이나 올바르게 사랑하기 위한 교훈보다는 사랑의 비극적 양상을 더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사랑이 지닌 구원의 힘을 연애상담도 소장은 믿고 이야기를 한다.  어째서, 연애 상담소 소장은 명작 소설, 그것도 아기자기하고 달콤한 사랑이 아닌 읽으면서도 괴로운 사랑이야기들로 가슴아픈 소설 속에서 구원을 얻으려고 하고 있을까?  그녀는 이야기를 한다.  이것은 모순이 아니라고. 건강하기 위해서는 병의 존재와 양상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이제 그녀가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서두에는 민, 경, 희, 연, 도 등 익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박수현의 연애상담소>에서는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출판물로 본명이 나오는 것은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익명으로 나온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보통의 흔한 사랑은 아니다. 아니, 내가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렇게 이야기 할지 모르겠지만하지만, 어쩌면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연애소장은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사랑을 소재로 한 열두 편의 명작소설을 통해 사랑의 달콤함 뒤에 숨겨진 고독, 질투, 불안, 의심, 결핍 등 다소 병리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마음의 문제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나만 독단적인 사랑을 한것이 아니라고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의뢰인의 마음을 녹여주기 시작한다.  

   제3자의 눈에는 그들의 사랑이 보이는데도 사랑에 빠진 사람은 질문한다.  정말 나를 사랑하는지 어떻게 알수 있냐고, 자신의 행동과 마음은 진짜 사랑이냐고 말이다.  '그렇게 사랑을 할꺼면 그만 둬!'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의뢰인들의 질문은 미치게 만든다.  아니 의뢰인들의 행동을 다분히 보통의 인간인 나는 이해할수가 없다.  미친듯이 사랑하고, 사랑하기에 헤어지고, 두려워서 아무 이유없이 사랑하는 이들을 괴롭히면서 사랑이라 외치는 이들.  그런이들의 마음을 연애소장은 기가막히게도 소설속에서 뽑아내서 '당신만 그런게 아니예요.  이들의 사랑은 당신보다 더한걸요.'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사랑이 벌써 예전 작가들의 손끝에서 나와서 우리에게 읽혔는데, 어째서 내 머릿속에선 기억의 실타래 하나 풀어 놓지 못하는 것일까?

 

  그 피곤한 사랑, 도대체 왜? / 네가 사랑했던 그녀는 나의 이상형 / 당신, 나를 망치고 죽음에 이르게 할 이 / 정말 날 사랑해? 나의 무엇을? 얼마나? / 수인의 사랑법 / 광신도이며 과학자인 그대 홀로, 상상 숲길을 방랑하네 / 결핍을 등에 지고 결핍 사이를 걷기 / 참을 수 없는 연애의 쓸쓸함, 포기할 수 없는 기적의 엄연함 / 님은 먼 곳에 / 나의 애물단지아자 보물단지 / 사랑, 피투성이며 또한 기적인으로 이루어진 가슴 아픈 사랑의 병명은 연애소장에 의해서 감기약보다 독하고 강한 처방전으로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들에게 내려진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백년 동안의 고독』,『사랑과 다른 악마들』, 밀란 쿤데라의 『히치하이킹 놀이』,『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미겔 데 우나무노의 『더도 덜도 아닌 딱 완전한 남자』,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미겔 데 세르반떼스의 『돈 끼호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잠자는 미녀』,윤대녕의『달에서 나눈 얘기』, 한강의『채식주의자』, 정미경의『나의 피투성이 연인』, 윤영수의 『귀가도 3-아직은 밤』등의 소설들이 사랑에 가슴아파하고 미치려 하는 연인들에게 처방전으로 내려지고, 사랑으로 무너지는 이들에게 사랑이 가진 구원의 힘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연애소장은 이야기를 한다. 사랑을 보답 받지 못한 쓸쓸함,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 이별 후의 고통 등은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마음이지만 이 책에 언급한 그를 사랑하지만 밀어내는 마음, 사랑하는 그를 고통스러운 시험에 빠트리는 마음, 그의 옛 애인을 연구하고 모방하는 마음, 연적에 대한 막연한 호감, 그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마음, 사랑이 두려워서 그를 악마로 몰아가는 마음 등등은 깊은 마음이라고 말이다.(p.297 참조)  이런 마음들이 소설속에선 뻔하지 않게 스며들어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누구나 이렇게 처방전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강한 의뢰인들에게 강하디 강한 처방전을 내릴 수 있는 연애소장은 그만큼 책을 탐독하고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에 대한 처방을 할수가 없다.  강한 사랑에 대한 처방은 연애소장에게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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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선 시대에는 양반과 노비가 있었을까? - 억울해 VS 나양반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40
손경희 지음, 이주한 그림 / 자음과모음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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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작에 읽고 싶은 내용이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조선은 519년이나 유지되었는데, 어떤 사회나 조직이 500년 이상 유지된다는 것은 그만큼 장점이 많다는 뜻일것이다.  조선의 가장 큰 장점은 기록 문화라는 것은 이제 상식으로 통할정도로 모두들 알고 있다. 조선 사회를 경영했던 핵심 내용은 '조선왕조실록'에 실려있고, 왕조 뿐 아니라 양반들은 다섯 살 무렵부터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끊임없이 읽고 쓰면서 기록을 했다.  알고 있듯이 조선시대의 신분제는 양천제로, 모든 백성을 크게 양인과 천인으로 나뉘는데, 양인은 양반, 중인, 평민으로 구분하고 천인은 노비, 광대, 백정, 기생, 사당, 악공, 무격등으로 나뉘었다. 천인인 노비는 사람이 아니고 물건으로 취급되어 매매.증여.상속이 가능하는 것에서 한국사법정 40번의 재판은 시작된다.

 

 

  원고인 억울해는 나양반의 노비였던 인물로 신분을 떠나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양반들은 경제 활동은 하지 않고, 먹고 놀면서 큰소리만 친다고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권리와 의무를 같이 져야 하는데, 누구든지 권리가 많으면 의무도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억울해는 양반은 권리만 행하고 의무는 다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피고인 나양반은 어떨까?  양반은 사회 지도층으로서 그에 걸맞은 도덕적 책무를 지고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야만 했다고 주장한다.  학식과 도덕성을 갖춘 양반들이 조선을 이끌었기 때문에 조선이 500년간 유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사법정 40화의 원고측 변호사는 김딴지, 피고측 변호사는 이대로 변호사가 맡았다. 이제 그들이 펼치는 공방전은 첫째날부터 셋째날까지 이어지게 된다. 첫째 날 - 억울해는 어떻게 노비가 됐을까?  1.양반과 노비는 어떻게 다를까?  2.억울해는 왜 노비가 됐을까?  3.노비의 생활은 어땠을까?  /  둘째 날 -  양반은 왜 과거 시험에 몰두했을까?  1.노비는 왜 글을 몰랐을까?  2.과거 시험에는 누가 응시했을까?  3.양반은 왜 관료가 되려고 했을까?  /  셋째 날 - 족보가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1. 족보는 단순한 집안의 기록인가?  2. 호적에는 누가 실렸나? 로 재판이 이어지면서 억울해와 나양반의 공방을 통해 조선의 가장 큰 특징인 신분제에 해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양반은 원래 동반과 서반을 합쳐 부르던 말로, 글공부를 하여 관료가 된 문반과 무술을 익혀 관료가된 무반을 합쳐서 이야기 한다.  문반은 동반, 무반은 서반이라고 불렀는데, 조회를 할 적에 왕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문반이, 서쪽에는 무반이 자리한데서 따른 것이다. 처음엔 관료에 한정되었지만, 조선 초기를 지나면서 신분개념으로 바뀌게 되었다.  노비제도는 기원전 2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대부분 전쟁포로를 이야기하던 것이 통일 신라이후 정복 전쟁이 사라지면서 신분을 세습시키는 노비세전번이 생겼다.  특히, 조선의 노비는 노비세전법과 함께 부모 중 한쪽이 노비이면 자식은 무조건 노비가 되어야 했기 때문에 매우 가혹했다고 할 수 있다. 노비는 공노비와 사노비로 나뉘고 사노비는 솔거노비와 외거노비로 나뉘게 되는데, 우리가 흔히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노비들은 주로 솔거노비이다.

 

  조선 초기 이후 중앙에서 벗어나 지방으로 이주한 양반들이 만든 '노비 동령'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관직에 나아가지 못한 지방 양반들이 노비 통제 목적으로 만든 것인데, 양반들은 노비를 무조건 몽둥이로 때려서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져 있다. 노비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에계 무례하고 불손한 노비, 남을 상하게 한 노비, 행패 부리는 노비, 밭 위로 모래를 흘려 보내는 노비에게는 몽둥이 50대라고 기록이 되어있다.  조선 후기엔 점점 노비의 수가 많아지자, 노비층 자체에서도 우열의 차이가 생겨, 공노비는 노비이면서 노비를 소유하기도 했고, 16세기 국가 재정이 악화되면서 돈을 바치는 노비에겐 면천을 해 주었고, 임진 왜란 이후에는 군량 문제의 해결이나 군공에 대한 대가로 면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면천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해도 과거시험에 응시하여 관료가 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였다.  노비들도 글을 알아야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인식했으나 현실적으로 그들이 공부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 유교 사회는 조상의 생명이 후손의 몸을 통해 대대로 이어진다고 믿었으며, 자식을 낳아야 제사를 지낼수 있기때문에 아들을 낳기 위해 많은 애를 쓴 사회다. 양반가의 아들은 과거를 위해 다섯살때부터 공부를 시작해서 25년 가까이 공부해야 합격이 가능했었다. 양반은 과거를 통과해야만 집안의 체면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생겼지만, 소과에 합격한 생원. 진사들이 들어갈수 있는 성균관 정원은 200명에 불과했다.  이럴지니, 평균 25년에서 30년을 글 공부만 한 양반 자제들에 비해서 여건이 되지않는 노비에게 글공부는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조선 후기에는 양반 사회의 모순이 심각해졌으니 당시의 지배 이념인 성리학은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에 성리학을 비판하면서 현실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를 탐구하려는 실학이 등장하였고, 농업중심의 개혁론을 펼친 대표적인 인물인 이익과 정약욕, 상공업의 진흥과 기술의 혁실을 주장한 박지원, 박제가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사법정 40화에선 노비와 양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비단 이 문제는 조선시대의 모습만은 아닐것이다.  신분제가 없어진 지 벌써 100년이 지났지만 요즘에도 학력과 재력 등을 기준으로 하여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의 입에선 아직도 양반이니, 노비니 하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는 사회적 약자가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역사를 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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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너에게도 상처로 기억될 시간이 지나간다
나서영 지음 / 젊은작가들의모임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상처가 많이 담긴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 마음이 두렵고 불안하다.  단지 소설일 뿐인 이 이야기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까 두렵고 불안하다.  허나 나는 이 소설을 택했다. 써놓은 많은 소설 중에 이 소설을 택해 책으로 만들려고 한다. 마음이 두렵고 불안한 소설을 책으로 만든다.' (p.221~222 / 작가의 말 중에서)

 

 

  2013년 1월 말쯤에 쓰기 시작해 5일 만에 완성한 소설이라고 되어 있다. 갸우뚱?  이 이야기가 소설인가?  분명 '나서영 장편소설'로 되어있는데, 알 수가 없다.  작가의 이야기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도통 알 수가 없다. 소설이라 하니 소설인가 보다 하지만, '스물다섯 살의 나, 글을 그만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이천십삼 년 이 월 사 일부로, 열다섯 번째 장편소설을 마지막으로 그렇게 결심한다'(p.219) 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또 갸우뚱한다.  작가의 수필집인가? '작가의 말'을 읽다보니 이글을 쓴 뒤에도 환상, 봄의 햇살, 의식의 흐름, 날카로운 것, 우리가 올라야할 언덕, 형제, 미래에서까지 많은 소설을 썼단다. 앞으로도 쓴단다. 하지만 더 이상 한글로 소설을 쓰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한다.  또 꺄우뚱...? 이건 뭘까?

 

  소설이라 이야기를 하니 소설인가 보다.  소설이니 소설이라고 이야기를 하겠지?  『환상』에서도 나서영이 주요인물로 나오지 않는가?  이 소설속에 '나서영'이 작가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가 '나서영'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웠으면 그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된다.  소설 속 주인공 '나서영'은 소설을 쓰는 작가이고 소설 밖 작가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다.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 돕고, 친구도 그 도움의 손길를 뻗치게 만드는 능력자다.  가진게 많지는 않지만, 돕는다.  이 친구는 잘 되어야 하는데, 이리저리 사기도 잘 당하는 어수룩한 친구다.

 

  소설 속 서영에게 한통의 편지가 전해지면서 서영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어떤 행동과 글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놓는 다면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이제 그의 고뇌가 어린시절의 이야기들을 통해 하나씩 펼쳐지기 시작한다. 일곱살, 열한 살, 스물 네살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서영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보여주고 그 상처를 통한 파편들과 성장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부모의 이혼, 여동생과 누나의 상처, 동네형들과의 관계, 그저 남들이 깐난이라 불러 자신이 그렇게 불렀던 깐난이가 자신으로 인해서 받았던 상처.  난쟁이의 의미도 모르면서, 난쟁이를 이야기하고 난쟁이의 죽음속에서 죽음을 바라보던 어린 아이의 시선.

 

  서영은 친절하게 시간의 흐름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는다.  가만히 앉아 있을때 이 생각, 저생각이 떠오르고 그 곳에 떠다니는 사념들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서영이 만들어 내는 생각의 조각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읽는 이들은 서영의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커다란 퍼즐을 완성해 나가지만, 이 역시 어느것이 소설 속 이야기이고 어느것이 소설 속 현실인지 구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소설의 경계는 모호하다. 스물다섯 젊은 청년은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지나간 상처의 시간들을 기억해내고 이 시간 역시 지나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의 글은 읽는 이에게 어린시설즐 떠오르게 만들고, '나서영'이라는 작가의 맘이 얼마나 여린가를 들여다 보게 만든다. 나쁜 형으로 표현했던 소설 속 동네 형들에게 미안해 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애꿋게 혼난 형에게 사과를 한다. 그러면서 이 젊은 작가는 자신의 삶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고, 언제 끝이나든 담담히 받아들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  '작가의 말'도 소설의 일부인가?  책의 인세로 국내 빈곤 아동과 소아암 어린이를 지원하고 있는 나서영 작가. 그의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설에서 조차도 악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여하는 작가. 타인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미안해 하는 젊은 작가, 나서영의 글을 그의 말처럼 영문판으로 만나고, 그 작품이 상을 받아 영문판이 다시 한글판으로 번역되어 읽을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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