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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의 연인 1
유오디아 지음 / L&B북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길을 잃은 것이냐...?" 어린 시절, 가장 끔찍했던 5년의 시간을 알리던 그날. 바로 그날 이 그 5년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다.'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전 지식이라고는 네이버 웹소설 부동의 1위가 다였다. 읽어야지 하고는 있었지만, 웹소설이어도 분량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이 소설이 아주 묘하다. 책으로 출간되고 있는데 웹소설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아직 연재중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돌려말하면 연재중인 웹소설이 벌써 종이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얼마나 인기가 있기에, 얼마나 배짱 튕길정도로 근사하기에 웹소설을 여전히 읽을 수 있는 상태로 종이 책이 출간된 것일까?

(출처 : 네이버 웹소설- 광해의 연인 일러스트)
타임슬립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 중 하나다. 『시간여행자의 아내』에서 주인공은 아내를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시간여행을 하고, 그 중간에 딸을 만나기도 한다. 드라마 『나인』은 어린시절로 돌아가 인생을 바꾸려고 하지만, 끊임없이 어긋나기만 한다. 『광해의 연인』속 시간여행자들은 다른 타임슬립속 시간여행자들 처럼 제약을 가지고 있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가능하지만 남자만이 현재로 돌아올수가 있다. 여자들은 과거로 갈수는 있지만,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시간여행자인 남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경민은 어린시절 조선 세종때로 넘어갔다가 5년동안 세종대왕과 함께 생활을 했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아빠의 경민 찾기가 5년이나 걸렸다는 말이다. 그덕분에 이 열일곱 소녀는 세종 시절에 옹주들과 함께 왕실 문화를 배웠고, 지금은 검정고시를 준비중이다.
2013년 가을, 느닷없이 아빠의 서재에 나타난 열일곱의 소년은 1592년에서 넘어왔단다.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닌지, 경민은 '혼'이라는 이 소년에게 하트모양 달걀도 만들어 주고, 아빠가 올때까지 기다리려 하는데, 선조시대로 시간여행을 간 아빠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소년에게서 들은 이야기. 전란중에 왜인 머리를 한 사람이 자신을 구하면서 이곳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아닌가? 아빠에게 무슨일이 생겼다. 다시는 조선으로 가지 않으려 했는데, 유일한 가족인 아빠를 그곳에서 죽게 할수는 없다. 아빠를 만나야만 한다. 그렇게 열일곱의 '혼'과 '경민'은 1592년 9월 19일 전란중인 함경도 회령으로 돌아간다. 아빠를 구하기 위해 간곳이지만, 경민은 아빠를 구할 수 없고, 죽어가는 아빠에 의해서 2013년으로 다시 넘어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혼'이 광해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경민아, 시간여행자가 아무리 그 역사를 바꾸려고 해도, 한 번 정해진 역사는 결코 변하지 않아. 만약 역사를 바꾸려고 시도한다면 역사는 정해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를 어그러뜨리려는 시간여행자를 죽음으로 내몬단다. 그걸 우리 집안에서는 <소리 없는 죽음>이라고 부르지.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역사는 제자리를 찾아간단다. 지금의 미래가 존재하기 위해서" - '왜란의 한가운데에서' 중
역사를 바꿀 수 없기에 경민의 아빠가 죽고, 광해군이 서울로 온것임을 알았지만, 경민은 아빠를 만나야만 했다. 역사의 일부가 되면 조선에서 살수 있다는 고모에 말대로, 경민은 1600년의 조선으로 다시 돌아가 광해군이 왕이 된후에 아빠를 만나려는 계획을 짠다. "내가, 네가 알고 있는 내가 조선에 있지 않느냐. 그러니 이젠 너도 조선에 아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말하지는 못하겠지."라는 광해군의 한마디 말만 믿고 1600년의 조선으로 돌아간 경민. 처음엔 그저 아빠를 보고자 하는 마음 뿐이었다. 열일곱 소녀에게 다른 무엇이 있었겠는가? 그저 시간이 흘러 역사의 일부가 되면 아빠를 볼 수 있을것이기에 조선에 일부가 되기만 하면 되리라고 생각을 했었다.
쿵하고 조선으로 넘어간 순간 광해군을 만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렇다면 『광해의 연인』은 벌써 연재를 끝냈어야 했을 것이다. 역사와 픽션을 교묘하게 오가는 유오디아의 솜씨가 펼쳐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광해군의 배다른 아우 정원군. 정원군의 아들 종. 이 아이가 후에 인조가 된다. 역사가 이미 스포이니 경민이 어찌할 방법도 없이 경민은 정원군과 종을 만나고, 정원군의 도움으로 2년을 종의 보모상궁으로 수라간의 나인으로 생활을 하게 된다. 정원군의 생모인 인빈이 기거하고 있는 양화당에서 생활을 하면서 드디어 경민은 광해군 '혼'을 만나게 된다. 엉망으로 만들어진 하트모양의 달걀로 경민을 알아보는 '혼'. 그렇게 1601년 겨울 첫눈이 내리는 날 혼과 경민은 다시 만난다.
단 하루의 인연은 그저 아름다운 추억으로 끝날 수 있었다. 역사에 단 한 줄도 남지 않은, 왜란 중에 세자 광해가 겪었던 신비한 기억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 만남으로부터 10년 뒤, 그 소녀가 다시 나타났다. 10년 전 자신이 처음 보았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경민을 마음에 품고 있는 정원군이 키다리 아저씨로 끊임없이 경민에게 도움에 손길을 주지만, 역시 주인공은 광해와 경민이다. 스포인 역사를 알기에 광해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있지만, 읽으면서 역사속 이야기는 들어오지 않는다. 스마트하고 잘생긴 광해가 언제 경민을 만날지 궁금하고, 경민이 어떻게 아빠를 만나게 될지 궁금할 뿐이다. 임진왜란과 분조의 무게를 열여덟의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세자 '혼'이 왕이 되어 '경민'앞에 나타난 이 순간, 그들에 이야기에 푹빠져 버린 나에게 스포인 역사는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