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시오리코 씨와 두 개의 얼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4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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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물은 한꺼번에 읽는 편인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시리즈물인지 모르고 읽다가 꽂히는 경우나 양이 많아서 시리즈가 끝났는 줄 알고 읽다가 꼬꿰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몇날을 안절부절하게 만드는 시리즈물은 완결이 안된 상태로 읽고는 또 끙끙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또 읽는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은 시리즈인지 모르고 읽었던 책이다.  어찌나 드문 드문 나오시는지 새 책을 만날때마다 긴가민가하면서도 책을 읽었을때의 행복했던 기억때문에 또 읽고 있다.  2년에 한번 나오는 『얼음과 불의 노래』에 비하면야 양반이긴 하지만 그 녀석에 비하면 『비블리아 고서당』은 워낙 두께가 얇으니 책 두께만 따져본다면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어찌되었든 책을 읽기전에 전에 쓴 리뷰를 읽으면서 어떤 내용이었고, 읽었을때 다가왔던 느낌들을 더듬어보는 것도 책 읽는 재미 중에 하나이니 그것에 감사하며 4권을 만났다.

 

 

 

  로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서점이라는 제한된 장소에서 발생하는 세상에 있는 모든 책에 관한 사건추리가 가능한 비블리아 고서당도 일본이라는 지리적 여건은 벗어날 수가 없는지, 지진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다.  그리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시오리코의 어머니, 지에코.  시오리코가 나이가 든 모습인 듯 나타난 그녀의 등장은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그 와중에도 아야카는 행복해한다.  아야카의 최대 관심사는 왜 엄마가 언니에게만 책을 남기고 자신에게는 책을 남기지 않은 것이었을까 였고, 그 문제는 정말 알 수 없는 두 자매가 각자 엇갈리게 서로의 책을 보유하고 있던것으로 판명이 난다.  함께 있으면서도 묻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을 다물고 있었으니 묘한 자매다.  중간에 낀 다이스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이젠 비블리아 고서당을 지탱하는 힘이 다이스케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중심을 잡아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냥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같이 나가지 않을래요? 보너스가 아니라... 데이트요." (p.112)

 

  드디어 다이스케가 시오리코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책 빼고는 너무 둔해서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을까 싶은 사오리코가 어찌 답할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책속 시간의 흐름으로는 다이스케가 비블리아 고서당 직원이 된지 반년이 흘렀다고 나오지만, 나는 장장 2년을 기다려서 이들의 로맨스를 만나게 됐으니 반갑지 않을수가 없다.  어찌되었든 '고서당 사건수첩'답게 언제나 사건이 터지는 비블리아 고서당.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상한 의뢰가 비블리아 고서당에 접수된다.  '에도가와 란포'의 열혈팬인 가야마 아키라가 남긴 정교한 금고를 열어준다면, 에도가와 란포의 희귀 초판본 컬렉션을 싼 값에 넘겨주겠다는 의뢰.  싼 값에 책을 사는것보다 책에 대한 미스테리를 푸는걸 좋아하는 시오리코가 그냥 있을리가 없다.  책만 만나면 흥분하면서 삶이 풍요로워지는 고서당 주인이 아닌가?  그리고 이번엔 시오리코 뿐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인 지에코까지 사건에 관여를 한다. 

 

  모녀가 어쩜 이렇게 똑같은지 책에 대해서는 귀신들이다.  물론 연륜이 있어서 인지 시오리코보다 지에코가 보여주는 책에 대한 해박함은 혀를 내두룰 정도지만 역시나 비블리아 고서당의 주인은 시오리코다.  지진을 틈타 저렴하게 책을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온 지에코.  어떤 책 때문에 아이들도 두고 나갔다고 하는데, 어떤 책인지는 아직은 모른다.  '에도가와 란포'가 누군지 모르는 내게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만 토대로 하자면 일본의 '아서 코난 도일'쯤 되는 듯 싶다. 아니 그보다 더 할지도 모르겠다.  『외딴섬 악마』,『소년 탐정단』,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에 관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에도가와 란포'가 얼마나 뛰어난 작가이고, 퍼포먼스에 능한 작가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 비블리아 고서당이 받은 의뢰는 '명예를 중요시 하는 집안의 가장이 정부에게 남긴 비밀 금고를 열어라!'. 
 

  지금까지 시오리코가 문제를 해결했던것 처럼 시오리코는 '에도가와 란포'의 열혈팬인 가야마 아키라가 남긴 금고의 열쇠와 비밀번호를 찾아낸다.  그 과정에서 집안에서는 언제나 근엄했던 가야마 아키라와 아버지를 두려워했던 아이들 사이에서 아버지가 숨겨뒀던 부정을 꺼내주기도 하고, 가야마 아키라의 딸과 히토리서방의 이노우에의 인연도 들려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야마 아키라가 금고를 남긴 기시로 게이코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알게 해준다.  가야마 아키라의 금고만이 사건의 전부는 아니였다.  기시로 게이코와 그녀의 동생, 다나베 구니요를 밝혀내는 과정은 시오리코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에코가 시오리코에게 내미는 손.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의 초본을 읽고 싶지 않느냐는 엄마의 유혹. 서로간의 오해였다해도 그 긴 세월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살았던 시오리코가 책이라는 매개체로 훅~하고 앙금이 풀린다면 너무 말도안되는 이야기일까?  시오리코는 아야카가 아니니까.

 

"다음 휴일에 다이스케 씨와 데이트해야 하거든요." (p.317)

 

  본격적으로 로맨스를 알리는 말이었을까?  다음권을 봐야 알 수 있지만 분명 다이스케에게 큰 변화로 다가오는것은 확실한 듯 하다.  그뿐이 아니다.  6개월만에 책을 읽지 못하는 특이 체질의 다이스케가 읽어나가는 책의 분량이 늘어난걸 보면 5권에서는 책 한권도 거뜬하게 읽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희대의 추리작가, 에도가와 란포의 비밀을 둘러싼 '책벌레'모녀의 추리 대결은 둘다 막상 막하였지만, 여전히 왜 엄마가 딸들만 남겨두고 사라져버렸는지 어떤 책을 쫓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  어찌되었던 두딸에게 책을 남겼다는 것도, 아야카의 메일을 모두 읽었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지에코에게 비블리아 고서당의 일들을 보고하는 스파이도 찾아냈다.  어찌보면 딸들에게만 가혹한 지에코와 어딘지 모르게 닮은 시오리코.  그들에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인지 모르겠다.  한 작가의 이야기만으로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 미카미 엔이 다음권에선 어떤 작가의 이야기와 이 모녀의 비밀을 풀어낼지, 비블리아 고서당의 로맨스를 확 뿌려줄지 궁금하다.  그래서 또 이 시리즈물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아... 또 6개월을 기다려야하나...?  책을 읽는 두시간은 행복하지만 6개월의 기다림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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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가렵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4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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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사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처음 떠오른 생각은 '근사하다'였다.  『시간을 파는 상점』을 필두로 만났던 김선영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근사한 책이 나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고 근사하다.  요즘 자모 청소년문학 시리즈에 푹 빠져서 읽고 있는 딸아이가 열광을  할 것 같은 그런 책이다.  처음 제목을 읽고는 이게 뭘까 싶었는데, 『미치도록 가렵다』라는 문장이 이렇게 묵직하게 다가와서 이 근사한 책을 꼭 안고 있게 될지 몰랐다.  미치도록 가려워서 중2병이 걸리는 걸 알았고, 나 역시 미치도록 가려운 이유를 알았으니 꼭 병원에서 처방전으로 책 한권을 받은 것 같다.

 

 

 

  사서 선생님은 계약직이나 한 학교에 계속 근무를 하는 분인지 알았는데, 보통의 선생님들처럼 로테이션을 하나보다.  책에서 만나게 된 수인은 학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다.  첫 부임지였던 수산나 고등학교에서의 활약이 워낙에 뛰어나서 수인이 전근 온 형설중을 주변인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수인 또한 불만에 가득 찬 모습으로 등장을 한다.  결혼을 약속했던 율은 스펙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공부를 하겠다며 유학을 외치고 있고, 잘나가던 고등학교에서 전근을 온 학교의 도서관은 학교에서 가장 외진곳에 위치한데다 책들은 널부러져 있고, 처음 만난 아이들은 지금까지 함께 해 온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니 '사서 교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를 백 번도 넘게 상기했던 기억은 사라지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구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학교생활이 감당하기 조차 벅차게 다가온다.

 

  "그 학교 소문 좋지 않던데, 그 동네에서는 기피학교 1호야." "학교 폭력이 전국 서열로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래."(p.26 )라는 말이 들릴 정도이니 '형설중'에 있는 아이들이 궁금하면서도 무서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니 말이다.  모든 아이가 다 학교 폭력을 당할리 만무하지만, 수인이 만난 아이들은 역시나 예사롭지가 않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교장선생님의 '독서회를 운영하라'는 한마디에 각 반마다 활당을 채우기 시작하고 저마다의 꿍꿍이속으로 아이들이 독서회에 지원하여 도서관에 모이기 시작한다.  사사건건 말싸움을 하는 준표는 강제 배정을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그말에 동조를 하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만 있는 건 아니다.  방과 후 활동을 하지않는 도범과 해명, 세호도 있고 도서관을 정말 좋아하는 이담도 있다. 

 

  수인의 눈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아이들을 기선제압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폭력 사건에 휘말리며 여러 학교를 전전하며 전학 다녀야만 했던 도범은 일진 생활을 정리하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손가락을 짓찧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말보다 가방 속에 망치를 꺼내는 것이 빠른 해명의 부모님을 만나게 되면서 아이를 이해하게 된다.  그 옆에 함께 다니는 새처럼 조잘거리며 유쾌한 세호와 책이 말을 건다는 이담, 그리고 성적 스트레스로 미쳐버렸다는 도서관의 전설 희곤까지. 수인은 아이들을 알아가고 아이들에게 동화되기 시작한다.  학교는 아이들만 있는곳이 아니다.  뒤에 숨어 조정하는 교장 선생님도 혼자서 모두를 따시키는 미술 선생님도 있고,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 선생님들의 모습도 보인다.  모두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같은 존재들이지만 모두 그 속을 알수 없기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다.  수인 역시 다른이들과 다를바 없지만, 수인에겐 수인을 100% 받아주는 치매 초기에 엄마가 있다. 

 

"뼈도 자라고 날개도 자라고 깃털도 자라야 하니께 만날 가려운겨. 미치도로 가려운 거야. 부리고 날개고 등이고 비빌 곳만 있으면 무조건 비비대고 보잖어." (p.216)

 

  노모의 말은 어쩜 이리도 현답을 알려주시는지. 알고 싶고 고민하게 만들던 답을 장자도 맹자도 아닌 치매 걸린 노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수인과 함께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엄마를 꼭 끌어 안고 싶어진다.   노모의 말씀처럼 병아리가 아니니 봐주지도 않고, 폼 나는 장닭도 아니니 대접도 못받는, 무얼 해도 어중간한 아이들. 중2병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병을 앓고 견디기 위해 여기저기 부딛기는 아이들.  가렵다고 크느라고 가려워 죽겠다고 투정부리는데 아무도 안 받아주고, 왜 그러냐고 면박이나 주고, 꼼짝없이 가둬놓기만 하는데 어떻게 견딜까?  '어질더질',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말을 듣는 아이.  엄마, 아빠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 홀로 삭이는 아이.  말보다 손이 빠를 수 밖에 없음에도 말을 시작하는 아이.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것이 왜 이리 어려운지.  내 아이의 이야길 귀기울여 듣는것이 왜 이리 고된 시간이라고 생각을 했던지. 

 

  한단계 성장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운동을 하면서도 단계를 넘는 것이 어찌나 어려운지 포기하고 싶을때가 많아진다.  삶은 포기할 수 없는 운동이다.  그러기에 가려움에 부딪치고 쉽지 않음에 들어달라고 소리지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뼈가 자라날 때 성장통을 앓는 것처럼 뼈의 자람 뿐 아니라 생각의 자람도 성장통을 겪게 된다 는걸 왜 자꾸 잊어 버리는지 모르겠다.  분명 내 어린시절에도 이렇게 아리고 아팠을텐데, 장닭이 되어서는 중닭 시절을 잊은 듯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넌 왜 그렇게 못하냐고, 왜 그렇게 답답하냐고.  처방전처럼 받아 읽은『미치도록 가렵다』는 소설 속 인물들이 그들 나름의 가려움을 견뎌내며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전에 나를 돌아다 보고 내 아이를 장닭이 아닌 중닭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사랑만 받아도 부족한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해지게 만드는 처방전.  이제 약을 만들 시간이다.  유통기한이 다 지나기전에 아이와 나에게 나만이 조제할 수 있는 약을 만들어 줄 시간이다.  아이가 다 커버려 내게 눈길 조차 주지 않고 등 돌려 버리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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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서 좋아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아베 다마에 & 모하라 나오미 지음, 김윤수 옮김 / 이지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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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어하우스를 처음 들어봤다.  일본 이야기라고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일본의 모습과 달라서 읽으면서 이런 가족 구성원들도 있구나 싶었다.  아니, 가족이라고 이야기하기는 뭐하고 세대 구성원이라고 해야할것 같다.  읽다보니 <세친구>라는 꽤 오래전에 방영했었던 시트콤 속 주인공들이 셰어하우스를 꾸미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선 미드 중 <프랜즈>를 예를 든 걸 보면 그런 느낌이다.  아니, <세친구>는 밥을 해주는 분이 계셨으니 그것과는 다를지도 모르겠다.  출판사의 책 소개글을 읽다보니 2014년 현재 대한민국 1인 가구의 비율은 23.9%나 된다고 한다.  당연하겠지만 이들은 주로 도시에 거주하는 20~40대고, 일본 역시 별반 다르지가 않다고 하는데, 홀로 생활하면서 직면하는 문제 중 거주 공간 문제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직장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려면 비싼 집세를 내면서도 좁은 공간에 살아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쓸쓸함을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 '셰어하우스'가 만들어진 배경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부모님 밑에서 살다가 결혼을 한 후 내 주변엔 항상 가족이 있어서 쓸쓸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퇴근 후 아무도 맞이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하면 '셰어하우스'가 왜 만들어졌을까라는 의문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개인성향이 강한 현대 젊은이들이 서로 맞추어 가면서 타인과 함께 산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어지지는 않는다. 책속 부록에 나와 있는 것처럼 아직 대한민국엔 이런 종류의 '셰어하우스'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장단점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일본 문화가 우리 사회로 퍼지는 시기가 계속 단축되는 것을 보면 조만간 이 문화 또한 흔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를 이야기하고 있는 『함께 살아서 좋아』는 익숙하지 않는 '셰어하우스'의 모든 것을 들려주고 있다.  셰어하우스의 A에서 Z까지를 소개하겠다는 포부처럼 주먹구구식의 관망하는 내용이 아닌 철두철미하게 사실적으로 셰어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는 일반인이 궁금한 내용일 수도 있고, 셰어하우스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관심사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들이 책 속에 포함되어 있다.  책을 쓴 아베 다마에와 모하라 나오미는 그녀들이 살고 있는 셰어하우스 야기와 다른 셰어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들려주고 있다. 가족도 아니고 애인도 아닌 타인끼리 도대체 어떻게 스트레스 없이 공동생활을 해 나갈까? 가사 분담은 어떻게 할까?  음식은 어떻게 해결할까? 부터 연인이 있다면 그들의 사생활은 어떻게 해결할까까지 정말 일본인답다고 할 정도로 별별 이야기들을 다 들려주고 있다.  

 

  셰어하우스의 실상만 들려주면 에세이처럼 느껴질텐데, 이 책이 세어하우스 입문서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세어하우스가 등장하고 번성한 배경을 그래프로 수치화 시켜서 보여주고, 셰어하우스의 유형별 소개까지 해주고 있는데다가, case by case로 유형별 셰어하우스의 상황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지은이들이 살고 있는 셰어하우스처럼 하나의 집을 빌려서 함께 사는 걸로만 생각을 했었는데, 셰어하우스가 하나의 사업이 된 이유가 일본 빌라들의 공실률 때문이라는 것을 보게되면서 오피스텔을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 역시 빌라나 맨션의 공실 률해결 방법 중 하나로 셰어하우스 문화가 생기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셰어하우스라는 것이 점점 콘셉트화 되간다고 하니 그 또한 재미있는 사실이다.

 

  대가족으로 부대끼며 살던 사람들이 독립을 외치면서 핵가족화 되고 그 핵가족마저도 1인 가구가 되더니 이젠 외로워서 타인과 함께 살기 시작한다니 참 아이러니 하다.  심지어 0세부터 80세까지 함께 살고 있는 셰어하우스도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것이 현실이다.  가족간에 유대관계는 따라올수가 없겠지만, 가족이기에 짊어져야 하는 짐을 셰어하우스에서는 질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어떤 주거형태가 바른 형태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현대 사회가 이렇게 변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가족보다 이웃이 더 가까웠던 시대도 있었고, 이젠 바로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그러기에 이런 셰어하우스가 만들어 졌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관계 조차도 자립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시대가 만들어 낸 주거환경이 '셰어하우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아직 내가 일본이 아닌 정이 넘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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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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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해군 1년 1609년 8월 25일. 조선의 하늘을 부유하는 거대한 비행물체에 대한 한줄의 기록은 참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현존하고 있는 문학 작품속 외계 생명체의 출현은 그 한줄의 기록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얼마나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별에서 온 그대>속 주인공도 광해군때 조선에 와서 현대까지 살았던 걸로 이야기를 풀어냈었고, 영화나 만화 속 외계 생명체들도 대부분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사를 모두 경험한 걸로 나오니 말이다.  단 한줄의 기록이 얼마나 짜릿하게 다가오는지 모른다.  이 기록에 어린시절 부터 들어왔던 <선녀와 나무꾼>을 접목시키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 질까하고 고민했던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없었기에 외계인과 선녀를 동일시 하는 이 이야기가 만들어 졌고, SF가 될 수 있는 외계 생명체에 선녀의 모티브를 접목시키는 순간 로맨스가 탄생했다.  그것도 2012년 제1회 퍼를 로맨스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유성의 연인』으로 말이다.

 

  유성의 연인이라니 제목 한 번 참 유치하다. 제목뿐인가?  일러스트도 딱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좋아라 할 그림이다.  아무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중2병과 동거하고 있는 딸아이가 표지를 보고는 '유치 짬뽕'이라고 하더니 읽으면서 좋아죽는걸 보니 딱 우리 아이에게 맞는 책이다. 청소년 문학이라는 이름을 들고 있지는 않지만, 로맨스 소설은 수위 정도에 따라 성인용과 청소년용으로 나뉘니, 이 책은 청소년용이다.  달달하고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든 걸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반드시 잊지 마십시오.  가장 먼저 눈에 띈 물건을 몸에 지니고 그 누구에게도 뵈지도 주지도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선비님." (p.15 / 1권)

 

  나무꾼은 사슴을 살려준 덕분에 선녀탕과 선녀의 날개옷에 대한 비밀을 알게되었는데, 도도, 단아, 깐깐이 딱 맞는 우리의 남주인공 휘지는 배고픈 무당에게 온정을 배푼 댓가로 귀인을 만날 운세와 함께 날개옷이 아닌 이상한 점괴를 받게 된다.  하늘에서 떨어진 유성에서 푸른 눈을 가진 여인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냥 잊고 말았을 점괴였을텐데, 정말 귀인이 나타났다.  하늘에서 떨어졌으니 선녀임에 틀림이 없는데, 전설 속 선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옷차림도 요상하고 눈색도 다르고, 죽어가는 사람까지 살리는데다 말은 하면서 글을 못 읽는 선녀라니, 선녀도 선녀 나름인것인지 명랑, 쾌할한데다가 뻔뻔하기까지 하다. 

 

  아이 셋을 낳기까지는 선녀옷을 내어주면 안되는 나무꾼과는 달리 유배 온 정휘지와 유성이 아닌 고장 난 우주선을 다 고칠 때까지 어쩔수 없이 동거를 시작하게 된 미르는 동일한 공간에 건강한 남녀가 함께 하니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사랑이 시작된다. 그렇게 2068년의 '유리아 미르'는 1608년, 정휘지의 사촌 누이인 '유미르'소저로 살아가게 된다.  문제는 유배자이니 사랑은 꿈도 못꾸는 남자와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여자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남자가 숨긴 날개옷은 우주선에 꼭 필요한 부품이니 휘지의 심장에 사랑의 감정이 들어온 이후에는 부품을 돌려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스럽기 시작한다.

이들만의 이야기라면 쉽겠지만, 어디 이야기가 그렇게 쉽겠는가?  휘지를 사모하는 수연아씨가 있고, 휘지의 절친인 수하와 미르를 좋아하는 천문학훈도 백도명까지 사랑은 이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랑만 이야기하기엔 너무 로맨스로 끌고가고 재미가 없다.  휘지만 바라보는 수연을 사랑하는 문혁. 그리고 사람을 헤하는 공포의 산짐승. 미르의 출현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는 인명피해는 미르를 궁지에 몰기 시작하고, 미르를 연모하는 휘지는 미르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온 몸을 받치기 시작한다.  아무리 감춘다고 해도 알 수 있는것이 사랑이라고 했던가?  꼬였다 이어졌다 주변의 이간질로 헤어질것 같은 이들도 사랑하기에 다시 이어지는 것은 과거나 현대나 변함이 없는것 같다.  아니, 미래라고 해야할까?  1608년을 살고 있는 휘지와 2068년을 살던 미르의 이야기이니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 보다 더한 재미는 공포의 검은 산짐승이야기이다.  조선판 해결사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휘지의 모습이 약간 오버스럽기 하지만, 그또한 도도, 단아, 깐깐을 컨셉으로 하는 휘지이니 그러려니 하고 본다.  누군가의 말처럼 상식을 뒤엎고 발상을 전환시키면 달콤한 진실이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광해군 일기>속 전해지는 실록의 글귀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전래동화가 어우러진 조선 판타지 로맨스.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면서 그 속에 빠져들기는 쉽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의 상상의 선물 덕분에 미래와 과거를 오가면서 사랑을 시작하는 두 연인의 모습을 보는것이 여간 즐겁지 않다. 어느 시대에 살던 사랑은 참 곱고 미소짓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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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연산군은 폭군이 되었을까? - 연산군 vs 박원종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28
이한우 지음, 김경찬 그림 / 자음과모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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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년 조선 왕실에는 비정상적 집권이 네 차례 있었다.  태종 이방원이 태조 이성계를 끌어내리고 왕위를 차지한 '왕자의 난', 수양 대군이 조카 단종을 내쫓아 죽이고 왕위에 오른 '계유정난'과 신하들에 의해 연산군이 왕위에서 쫓겨나고 중종이 왕위에 오른 '중조반정' 그리고 서인들이 광해군을 내쫓고 인조를 추대한 '인조반정'이 있다.  이중 태종과 세조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비판의 대상이고, 광해군의 경우는 '외교의 달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평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연산군은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폭군이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영상물 속에서도 연산군은 폭군이었고 광군이었다. 몇해전에 본 <왕의 남자>라는 영화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그만큼 연산군에 대한 이미지는 폭군과 광군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산군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27대 임금 중 태어날 때부터 임금으로 예정돼어 있던 사람은 많지 않다.  태조에서 연산군까지 아홉 명의 임금만 보더라도 원자에서 임금까지 된 인물은 단종에 이어 연산군이 두 번째 인물이었다.  원자로 나서 세자가 되었다가 정상적으로 왕위에 오른다는 것은 그 만큼 힘들었다는 이야기다.  연산군은 그만큼 임금으로서의 정통성에는 하자가 없었다. 단 한가지 어머니 폐비 윤씨의 문제를 제외하면 말이다.  <연산군일기>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연산군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일까?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의 28번째 사건은 폭군이 될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느 연산군과 연산군을 몰아낸 박원종에 이야기이다.  

 

  우리가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조선왕조 실록이다. 문제는 <연산군일기>와 <중종실록>에서 연산군에 관한 기록이 그다지 신빙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실록의 모든 내용을 부정할수는 없지만, 이 두 실록이 어쩔 수 없이 '연산군'에 관해서만은 심한 과장과 왜곡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국왕의 잘잘못을을 따지던 사관들도 왕이 바뀌는 혼란스런 상황을 기록할 때는 무너진 왕조나 쫓겨난 임금에 대해 가혹할 정도의 비판을 가해 왔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인지상정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기록들이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말이다. 연산군이 쫓겨난 1506년 9월 2일, 박원종을 비롯한 주도 세력들은 연산군이 쫓겨났어야 하는 '죄목'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연산군은 성품이 포악하고 의심하기를 좋아하였으며, 정치를 가혹하게 하였다.  주색에 빠져 종묘

  사직의 제사를 없애고, 쫓겨난 어미를 추숭하면서 대신드을 많이 죽였으며, 신하들이 간하는 것을 듣 

  기 싫어하여 언관들을 죽이거나 귀양 보냈고, 서모를 때려죽이고, 여러 아우들을 내쫓았다.  

 

 

  연산군은 12년 정도 왕위에 있었다.  그 중 3분의 2, 즉 8년 동안은 평범하거나 왕권 강화를 위해, 그리고 국방력 강화를 위해 애쓴 임금으로 <연산군일기>에서는 묘사되고 있다.  연산군을 '폭군'이나 '광군'이라고 말하는 것은 재위 말기에 이야기이다.  <연산군일기>에는 연산군이 경복궁내 경희루 앞의 연못에 만세, 영충, 진사라는 세계의 섬을 쌓아놓고 온갖 종류의 꽃과 희귀한 풀들을 심은 다음, 백성의 배를 빼앗아 타고 놀았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이는 과장된 이야기다.  경회루 앞 작은 연못은 베르사유 궁의 후원에 있는 연못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연산군이 '왕권 강화는 정의이고, 신권 강와는 불의'라고 여겼던 것도 사실인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의 사대사화 중 2개의 사화가 연산군 시절에 일어났다. '무오사화'와 '갑자사화'.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김을손이 사초에 쓴것을 보고 사림세력이 화를 입게 된 '무오사화'와 연산군의 어머니인 폐비 윤씨의 죽음에 관련된 인물들에게 광기를 드런낸 것이 '갑자사화'이다. '무오사화'의 경우에는 조선 사화중에서 가장 적은 인명피해가 있었지만 '갑자사화'는 역사적 자료에 따르면 100명이 죽고, 22명이 부관참시를 당하고 106명이 유배를 갔다고 되어있다. 사화는 신하들에게 국한된 일이기 때문에 궁궐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백성들에게 정통성있는 왕에 폐위는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차 폭정이 심각해지고 일반 백성까지 피해를 당하면서 급속하게 여론이 조성되었고 1506년에 연산군은 폐위된다.  폐위 후 강화도 교동에 유배된 연산군은 두달 후 역질에 거려 세상을 떠나게 된다.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28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왜 연산군은 폭군이 되었을까?>이지만 연사군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시대의 역사를 알고자 이 문제가 제기 되었을 것이다.  분명 '무호사화'는 훈구파 세력들의 입김이 연산군에게 가해졌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광군'이었던 연산군에게 '김처선'같이 죽음을 무릎쓰고 간언을 했던 이들이 너무나 적었던 것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용기내어 말하지 않고, 임금의 귀를 막아버리는 건 결국 위정자의 모든것을 끊어버리는 길이니 말이다.  연산군같이 매력적인 이야기 소재는 드물기에 끊임없이 연산군에 대한 이야기는 책으로 드라마와 영화로 나올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읽고 보면서 우리는 연산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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