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평점 :
광해군 1년 1609년 8월 25일. 조선의 하늘을 부유하는 거대한 비행물체에 대한 한줄의 기록은 참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현존하고 있는 문학 작품속 외계 생명체의 출현은 그 한줄의 기록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얼마나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별에서 온 그대>속 주인공도 광해군때 조선에 와서 현대까지 살았던 걸로 이야기를 풀어냈었고, 영화나 만화 속 외계 생명체들도 대부분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사를 모두 경험한 걸로 나오니 말이다. 단 한줄의 기록이 얼마나 짜릿하게 다가오는지 모른다. 이 기록에 어린시절 부터 들어왔던 <선녀와 나무꾼>을 접목시키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 질까하고 고민했던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없었기에 외계인과 선녀를 동일시 하는 이 이야기가 만들어 졌고, SF가 될 수 있는 외계 생명체에 선녀의 모티브를 접목시키는 순간 로맨스가 탄생했다. 그것도 2012년 제1회 퍼를 로맨스 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유성의 연인』으로 말이다.

유성의 연인이라니 제목 한 번 참 유치하다. 제목뿐인가? 일러스트도 딱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좋아라 할 그림이다. 아무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중2병과 동거하고 있는 딸아이가 표지를 보고는 '유치 짬뽕'이라고 하더니 읽으면서 좋아죽는걸 보니 딱 우리 아이에게 맞는 책이다. 청소년 문학이라는 이름을 들고 있지는 않지만, 로맨스 소설은 수위 정도에 따라 성인용과 청소년용으로 나뉘니, 이 책은 청소년용이다. 달달하고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든 걸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반드시 잊지 마십시오. 가장 먼저 눈에 띈 물건을 몸에 지니고 그 누구에게도 뵈지도 주지도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선비님." (p.15 / 1권)
나무꾼은 사슴을 살려준 덕분에 선녀탕과 선녀의 날개옷에 대한 비밀을 알게되었는데, 도도, 단아, 깐깐이 딱 맞는 우리의 남주인공 휘지는 배고픈 무당에게 온정을 배푼 댓가로 귀인을 만날 운세와 함께 날개옷이 아닌 이상한 점괴를 받게 된다. 하늘에서 떨어진 유성에서 푸른 눈을 가진 여인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냥 잊고 말았을 점괴였을텐데, 정말 귀인이 나타났다. 하늘에서 떨어졌으니 선녀임에 틀림이 없는데, 전설 속 선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옷차림도 요상하고 눈색도 다르고, 죽어가는 사람까지 살리는데다 말은 하면서 글을 못 읽는 선녀라니, 선녀도 선녀 나름인것인지 명랑, 쾌할한데다가 뻔뻔하기까지 하다.
아이 셋을 낳기까지는 선녀옷을 내어주면 안되는 나무꾼과는 달리 유배 온 정휘지와 유성이 아닌 고장 난 우주선을 다 고칠 때까지 어쩔수 없이 동거를 시작하게 된 미르는 동일한 공간에 건강한 남녀가 함께 하니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사랑이 시작된다. 그렇게 2068년의 '유리아 미르'는 1608년, 정휘지의 사촌 누이인 '유미르'소저로 살아가게 된다. 문제는 유배자이니 사랑은 꿈도 못꾸는 남자와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여자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남자가 숨긴 날개옷은 우주선에 꼭 필요한 부품이니 휘지의 심장에 사랑의 감정이 들어온 이후에는 부품을 돌려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스럽기 시작한다.
이들만의 이야기라면 쉽겠지만, 어디 이야기가 그렇게 쉽겠는가? 휘지를 사모하는 수연아씨가 있고, 휘지의 절친인 수하와 미르를 좋아하는 천문학훈도 백도명까지 사랑은 이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랑만 이야기하기엔 너무 로맨스로 끌고가고 재미가 없다. 휘지만 바라보는 수연을 사랑하는 문혁. 그리고 사람을 헤하는 공포의 산짐승. 미르의 출현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는 인명피해는 미르를 궁지에 몰기 시작하고, 미르를 연모하는 휘지는 미르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온 몸을 받치기 시작한다. 아무리 감춘다고 해도 알 수 있는것이 사랑이라고 했던가? 꼬였다 이어졌다 주변의 이간질로 헤어질것 같은 이들도 사랑하기에 다시 이어지는 것은 과거나 현대나 변함이 없는것 같다. 아니, 미래라고 해야할까? 1608년을 살고 있는 휘지와 2068년을 살던 미르의 이야기이니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 보다 더한 재미는 공포의 검은 산짐승이야기이다. 조선판 해결사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휘지의 모습이 약간 오버스럽기 하지만, 그또한 도도, 단아, 깐깐을 컨셉으로 하는 휘지이니 그러려니 하고 본다. 누군가의 말처럼 상식을 뒤엎고 발상을 전환시키면 달콤한 진실이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광해군 일기>속 전해지는 실록의 글귀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전래동화가 어우러진 조선 판타지 로맨스.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면서 그 속에 빠져들기는 쉽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의 상상의 선물 덕분에 미래와 과거를 오가면서 사랑을 시작하는 두 연인의 모습을 보는것이 여간 즐겁지 않다. 어느 시대에 살던 사랑은 참 곱고 미소짓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