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주만드 뷰티 살롱
이진 지음 / 비룡소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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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샬롱도 아닌 뷰티살롱.  그저 미용관련 쯤으로 생각하고 표지를 봤는데, 이 표지가 여간 요사스러운것이 아니다.  여학생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세명이 양탄자 위에서 요상한 포즈를 취하고 있고 사막위에 낙타의 줄을 잡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게다가 옛날 미용실에 많이 걸려있던 색색의 발까지 요상한 것 투성이인 이 표지에 눈이 간 이유는 '이진 장편소설'이라는 작가명 때문이었다.  아이들 말로 환장하게 좋아하는 이진작가의 글이다.  『원더랜드 대모험』을 만났을 때, 이 작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그 책은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되는 책이었다.  거의 2년이 흘렀는데도, 딸 아이는 아직도 '원더랜드'를 이야기하고, 지금은 '뷰티살롱'의 세아를 이야기 한다.  자신이 세아랑 같은 처지라고 우기고 있는 딸아이 떄문에 10만원에 가능한 '아르주만드 뷰티살롱'을 찾아야만 할것 같다.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 당신의 잠재된 아름다움을 발굴해 드립니다.' 45

 

  학교 후문에 가게들은 파리만 날리는 곳이었다.  그곳에 ‘아르주만드 떡볶이 집’이라는 이름도 특이한 가게가 생기고, 아랍인 오마르가 요리하는 기묘한 떡볶이의 맛은 아이들을 잡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화려한 옷차림의 주인언니 ‘아르주만드 민’은 아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기에 딱인 그런곳이어다.  아랍 왕자는 없지만 끝내주는 떡볶이와 환상이 있는 곳이었으니까 말이다.  떡볶이 집에 붙어있는 광고지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아르주만드 뷰티살롱'의 광고는 고민을 안고 있는 세 아이에겐 꼭 참여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다이어트가 고민인 세아, 여드름이 날 때마다 성적이 하락하는 징크스를 깨고 싶은 윤지, 보이시한 외모에서 벗어나 여자다워지고 싶은 화영.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르주만드 언니의 수업을 들으면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은 번데기였다.  그리고 만두 언니는 화려한 날개를 지닌 나비였다.  언니는 화려한 날개를 보란 듯이 퍼덕이며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였다. 우리는 번데기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는 작은 애벌레이며, 석 달 후에는 멋지게 탈피할거라고.' (p.121)

 

  뷰티 살롱의 수업을 들으면 삼 개월 안에 진짜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르주만드 언니의 이야기는 정말  그럴 수 있을것 같았고,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근사하게 다가왔다. 부자 아버지의 숨겨진 딸이라는 이야기도 아랍에서 살았다는 것도, 언니의 입에서 나오면 아라비안 나이트의 '셰에라자드'의 이야기처럼 폭 빠져들수 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터무니없는 괴상한 포즈를 취하고 구호를 외치면서  삼개월 후의 자신의 모습을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이라는 번데기에서 빠져나온 훨훨 나는 나비로 그리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진행되면서 아이들의 속 이야기를 조그씩 꺼내기 시작한다.   아빠가 주유소에서 일하는 동안, 엄마는 보험 회사에 다니며 능력을 인정받았고, 그런 엄마의 눈엔 과체중인 세아도, 게임중독인 오빠도 기름냄새 폴폴 풍기는 아빠도 달가울 리 없었겠지만, 세아는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교 3등’으로 불리는 윤지는 여드름의 징크스에 빠져 있다.  더 높은 성적을 올리고 싶고 그런 적도 있지만 여드름이 세 개 난 이후부터 3등의 늪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에 빠져 딸에게 따듯한 관심을 보여 주지 않는 부모님에게 잘 보이려고 성적에 과하게 집착하는 윤지는 여드름이 사라지면 1등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운동부 출신에 차림새도 남자 같아 여자애들에게는 인기가 넘치지만, 자기를 유일하게 여자로 봐준 대학생 남자친구에게서 상처를 받은 후 화영은 진짜 여자가 되고 싶었다. 자신의 본 모습을 좋아하는 줄 알았던 남자찬구에게 받은 배신감은 화영을 세아와 윤지와 함께 '아르주만드 뷰티살롱'의 문을 두드리게 만들었다.

 
  어른들은 알고 있다. 이 터무니 없는 뷰티살롱의 주인이 어떤 인물인지. 하지만 고등학생인 아이들의 눈에는 보이지가 않는다.  아이들의 성장이 빨라지면서 중학교만 되어도 어른들은 아이를 어른으로 대하려 하고, 아이들의 터무니 없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때도 많다.  그 나이에는 당연한 행동임에도 말이다.  외면의 문제로 뷰티살롱은 찾은 아이들은 내면의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아가 엄마의 아픔을 알게 되고, 화영이 다시 남자친구를 만나고, 윤지가 억울해서라도 모델대회에 나가기까지 이야기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지만, 그저 아이들의 목소리에 킥킥 거리고 웃을 수 만은 없게 만든다.  검은 승용차의 괴담이 오마르를 어떻게 했는지는 알수 없다.  그저 시간이 흐른 후 세아가 우연히 마주친 광고판이 만두 언니 였는지도 확실하지가 않다.  하지만, 작가는 이야기한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이다.  분명 책의 내용은 유쾌하고 재미있고, 톡톡 튄다.  하지만,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작가의 말'속에 있는 몇줄 이었다.  내가 느끼지 못하고 넘겨버렸던 이야기들 말이다.  

 

'아이들은 대부분의 어른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유로 죽음을 생각하고, 때로는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그 대수롭지 않은 이유들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것은 또래, 친구뿐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간절히 친구를 찾아 헤메는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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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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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를 좋아한다.  무협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정도가 일반 책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퇴마록』이 시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허황된 이야기라고 하는 책들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작품들을 만날때 느끼는 짜릿함은 격한 운동후에 느끼는 상쾌함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흥분되게 만들고있으니 누군가의 말대로 나는 책벌레다.  드디어 『십이국기』의 완전체가 나온단다.  절판된 후 구할 수 없었던 판타지 소설의 레전드.  책을 찾을 수가 없어서 에니메이션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면서 좋아라했던 『십이국기』의 첫번째 이야기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를 가제본으로 만나게 되다니,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가제본이라고 하는데, 거의 본책과 구분이 안될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물론 삽화가 빠져있으니 십이국기 의 맛을 확실히 느낄수는 없지만, 워낙에 여러번 애니로 만났던 작품이라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주변배경과 인물들이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예전 두권분량이 한권으로 묶여있다.  묵직하게 손에 잡히는 책이 좋은건 어쩔 수가 없다.  역시 이야기는 책으로 만나야 한다.  애니보다 훨씬 실감나게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는 그림들이 책을 펼치는 동시에 스크린을 펼치듯이 펼쳐지고, 애니속에서 그냥 스쳤던 이야기들을 살을 붙이면서 더욱더 완벽한 스토리 라인으로 이끌어 간다.  작가의 개점휴업상태가 너무 오랜동안 이어져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작년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엘릭시르에서 완전체 출간이라고 하니 끝까지 간다는 이야기니 더욱 궁금하다.

 

  '십이국기' 시리즈 첫 번째 에피소드에 해당하는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여고생이 십이국기의 세계에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출판사의 말처럼 세계관은 하나지만 각 권에서 이야기가 완결되기 때문에 '십이국기'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이다.  판타지니까.  판타지의 매력은 어디에서 치고 들어와도 문제 없이 받아들여지는것일 것이다.  모두에게 인정받지만 어디에도 속해있지 못하는 요코는 있는듯 없는 듯 존재하는 학생이다.  어디서도 볼수 없는 빨간색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요코 앞에 알수 없는 존재들이 나타나기전까지 요코의 일상은 보통의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요코 앞에 기모노같은 옷을 입고, 긴 금발 머리로 나타난 남자가 요코에게 주인이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살기위해서 계약을 맺어야하고 자신을 따라야한다는 남자를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요코의 꿈속에서 요코를 괴롭히던 거대한 새의 추격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추격을 피해 요코는 게이키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함께 허해라고 불리는 알수 없는 공간을 지나 일본과는 전혀다른 세계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으로 왔으니 게이키가 자신을 돌봐주면서 다시 일본으로 보내줄지 알았는데, 요코앞에서 사라져버렸다.  요코의 몸에 봉인된 보이지 않으나 힘을 쓸수있는 조유와 함께 요코는 요마들을 물리치지만, 이곳은 허해를 건너온 이들에게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모두가 요코를 죽이려하고 있고, 간간히 만나는 허해를 건너온 일본인들도 믿을 수가 없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걸까?  자신을 주인이라고 했던 게이키는 왜 나타나지 않는것일까? 

  십이국기는 판타지다.  애니로 만나는 십이국기는 화려함과 속도감을 더하고 있고, 책을 통해서 만나는 십이국기는 인물들의 삽화는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다.  어디에서도 생각할 수 없었던 것들을 오노 후유미는 과감없이 들려주면서 아... 이럴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과일처럼 아이들을 나무에서 따는곳. 그러기에 반인반수도 인간을 엄마라고 할 수 있고, 부모를 닮았다는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곳이 십이국기다.  기린이 왕을 선택하고, 선택된 왕은 신이되어 덕으로 통치하는 곳에 오게된것을 알게 되고, 쥐 모양을 하고 있는 라쿠슌과 함께 요코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아가게 된다.  처음에 속도감보다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속도감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제 첫번째 이야기의 시작이다.

 

  꽃모양의 십이국 이야기를 다 끝내기 위해서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  엘릭시르에서 이 이야기가 완전체로 다 나올떄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11권을 9권정도로 묶여서 나온다고 하고, 다른 이야기들을 오노 후유미가 쓰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본다.  오랜 휴업으로 문을 닫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갑다.  『십이국기』.  신수가 날아다니고 왕이 신으로 변화는 곳.  인간 세계와는 전혀 다르지만 비슷한곳. 어디에서나 인간은 살아가고 그 곳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태과로 인간세계에 온 아이든, 인간이든 말이다.  왕과 기린이 하나가 되어 이루어가는 세상. 요코가 만드는 세상으로 요코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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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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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세 노인』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여직 읽지 못했다.  벌써 몇번째 대여를 하고는 펼치지도 못하고 반납을 했는지 모른다.  요나스 요나손의 『100세 노인』은 그렇게 또 반납을 했으면서도 이 책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워낙에 인터넷 책방에서 홍보를 많이해서 그의 작품이라는 건 알고 있었고, 전작을 읽지 못했기의 그가 어떻게 이야기를 들려주는지도 몰랐다.  그러기에 이책은 내게 그의 첫 작품으로 다가오고 전작의 아우라와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전작을 읽고 '까막눈이 여자'를 만난 다수의 책 동무들의 리뷰가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내겐 전작의 대한 어떤 지식도 없으니 참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이 만델라가 되기 훨씬 전 이야기로 거슬러올라가야만 한다.  역사교과서를 통해서 만났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인종차별이 심한 곳이었고,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 열네살의 놈베코가 사는곳도 다를바 없었다.  더군다나 놈베코가 일하고 있는 게토의 공동변소는 제대로 학교를 나오고 일은 시작하는 관리직들에게는 통틀어서 <까막눈이>일 뿐이었다.  신참 피트 뒤토잇이 분뇨 수거 관리소장을 글도 모르면서 숫자계산을 완벽하게 해내는 놈베코로 바꾸면서 이 모든 일들은 시작된다.  자신이 수정되자마자 도망간 아버지, 백색가루에 빠져 죽은 엄마에게서 이런 딸이 어찌 태어났을까 싶을 정도로 놈베코의 수학적 능력은 뛰어나다.  옆집에 살고 있는 문학애호가인 호색한과 라디오를 통해 가위하나로 글을 배운 그녀는 호색한이 강도의 습격으로 죽자 그의 치아에 박혀있던 수백만 달러 어치의 다이아몬드와 땅속에 묻힌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세상으로 나가기위해 빈민촌을 탈출한다.

 

  돈도 있고 빈민촌을 탈출했으니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만취한 백인의 차에 치인'어마어마한 죄를 범하면서 죗값을 치르기 위해 이중 철책으로 둘러싸인 비밀 핵무기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하게 된다.  배운 백인은 똑똑한 줄 알았는데, 비밀 핵무기 연구소인 <펠린다바>의 연구소장인 멍청한 엔지니인 판 데르 베스타위전은 어찌어찌 부모의 재력과 넘치는 행운으로 남아공 최고 핵 전문가가 된 인물이었기에 핵폭탄은 아무것도 모르고 '네 이름이 뭐더라'가 되어버린 놈베코의 활약으로 핵폭탄 생산이 순조롭게 이어지게된다. 그냥 아무일 없이 지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멍청한 엔지니어의 실수로 서류상에 존재하지 않는 핵폭탄 하나가 더 만들어지게 되면서 놈베코는 또다른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된다.

 

 <펠린다바>에서 놈베코는 그녀와 비슷한 처지에 있지만 판단력이 온전치 못한 중국인 소녀들을 만나게 되고, 중국 소녀에게서 배운 우어로 중국 구이저우 성의 총서기인 특사와 인연을 맺기도 한다.  사람의 일은 하루 앞을 알수 없지만 7년동안만 <펠린다바>에 있어야 하는 놈베코는 개념없고 멍청한 엔지니어로 인해 스물다섯살이 될때까지도 그곳에 있게된다.  핵폭탄에 대한 모든것을 알고 있는 그녀는 나가는 순간 죽게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 말이다.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핵폭탄은 엔지니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핵폭탄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인 A,B에 의해서 위험에 빠지지만, 놀랄만큼 똑똑한 놈베코는 스웨덴으로 정치 망명자로 가장해 입국하게 된다.  이책의 원제가 <The Girl Who Saved the king of Sweden>이다.  이제 드디어 어떻게 놈베코가 스웨덴왕을 구하는지 나오게 된다.  하지만 그전에 놈베코만큼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홀예르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가 없다.

 

  왕권 신봉자였다가 국왕 구스타브 5세에게 모욕을 받은후에 왕권철퇴를 외치는 잉마르는 태어난 쌍둥이 아늘의 이름을 홀예르1, 홀예르 2로 정하면서 한명만 세상의 존재하는 인물로 만들어버린다.  왕조를 끝내야한다는 아버지의 신념을 고스란히 받아들였음에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나 존재하는 홀예르2는 이성적인 인물로 자라나고, 부모님의 죽음 이후 세상에 나가기 위해서 애를 쓰지만, 그때마다 아무생각없는 홀예르 1에 의해서 무너지게 된다. 그러던 그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이성적인 인물인 놈베코를 만나게 된다. 이 둘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어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들어주려고 하지 않고, 놈베코에게는 트럭에 실려있는 핵폭탄까지 처리를 해야한다.  그뿐인가?  아무생각 없는 홀예르 1과 그의 여자친구인 휘발유녀, 셀레스티네로 인해서 이야기는 끊임없이 극적인 상태를 넘나들게 된다

 

  놈베코와 홀예르와 함께하는 인물들은 어느 누구도 평범한 사람은 없다.  불안증에 걸린 미국인, 짝퉁을 죄책감 없이 만들어 내는 중국인 자매들, 세상 모든일에 분통을 터트리는 소녀, 백작부인의 환상에 젖어있는 감자 농사꾼, 농부가 꿈인 국왕. 게다가 핵폭탄을 안고 있는 놈베코와 홀예르 2. 핵폭탄으로 인해서 이들은 서로가 말도 안되는 일에 동참하게 되고 서로가 지향하는 것은 다르지만, 놈베코의 뜻에 따라 자신들도 모르게 움직인다.  놈베코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 안주하고 포기하지를 않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역사속에 들어가 있지만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애를쓰고 있고 그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그렇게 그녀는 세상의 존재하지 않는 놈베코와 홀예르2에서 스웨덴에 평범한 사람이 되어간다.

 

  작가가 역사를 꽤뚫어 나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별것 아닌듯 슬쩍 슬쩍 던져놓았던 사건들은 미끼에 물린 대어들처럼 나타나고는 이럴줄 몰랐을걸 하면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어 버린다.  중국어 통역을 해줬던 구이저우 성의 특사는 후에 놈베코를 국왕과 수상에게 안내해주는 인물로 나오는데, 이 사람의 신분이 대단하다.  보통사람들이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인물정도로만 이야기 하자.  그뿐인가?  놈베코를 분뇨 수거 관리소장으로 만들었던 피트 뒤토잇은 생각도 나지 않을쯤해서 툭하고 나오면서 깔깔거리게 만들어 버린다.  가장 크게 헉하는 부분은 놈베코가 어떻게 되었는가 하는 부분이지만 이 부분은 읽어보시길 권한다.  스웨덴의 평범한 시민이 된 놈베코가 그녀가 말하듯이 정말 평범한 시민이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책을 읽다가 책의 뒷표지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되어버린『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참 기분 좋아지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놈베코의 여정이 참 예쁘게도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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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칠드런 - 2014 제8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6
장은선 지음 / 비룡소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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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성장 소설을 좋아한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지만 그리 큰 기대를 한건 아니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했었고, 얼마전에야 읽게 되었던 『기억 전달자』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었기에 그저 궁금했을 뿐이었다.  미래의 인류에 대한 이야기들은 굉장히 많다.  옆에 섬나라에서는 인구억제정책의 일환으로 츠츠이 야스다카는『인구조절구역』같은 어마무시한 이야기를 펼쳤었고, 유토피아를 불노불사로 여기는 이들은 그러한 이야기들을 펼쳐냈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하는 주제이기에 어렵지 않게 읽을 생각으로 편하게 읽기 시작한것이 사실이다.  잠자리에 들기전에 몇장만 읽어야지 했던 책을 새벽까지 읽게 될줄은 몰랐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는 말이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에 들어갈 무렵엔 '둘만 낳아 잘기르자'라는 표어를 여기저기서 보았었고, 몇해지나선 '아들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기르자'는 표어들이 보이더니, 이젠 두명이상은 낳아야하고 세명 이상을 낳으면 애국자 소리를 듣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늘어나는 인구로 인해 아이는 한명으로 제한이 되고 양가 조부모와 부모가 아이만 바라본다고 '소황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에 함께 살고 있다. 한편에선 '소황제'가 살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한명 이상의 아이들은 호적조차 없이 숨겨진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중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렇게 중국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채 몰래 길러진 아이를 헤이하이즈라고 부른단다. 헤이라 불리는 헤이하이즈 아이들과 넘버즈, 그리고 등록아동은 미래에 불리게 되는 이름이란다.  이 아이들에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학교, 정부에 허락받지 않고 태어난 아이들을 집단으로 수용하고 교육하는 국가기관.' (p.13)

 

  우리가 알고 있는 학교를 말하는 걸까?  학교의 의미가 상당히 다르게 다가온다.  가까운 미래가 배경으로 되어있는 '밀레니얼 칠드런'속의 학교는 사망률이 낮아지고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자 정부는 산아제한정책의 일환으로 ‘자식세’를 신설하고, 그로 인해 자식세를 낼 능력이 없는 부모들이 정부 몰래 아이를 낳아 기르거나 낳자마자 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모두 ‘학교’라는 기관으로 보내 길러지게 된다. 몰래 기르는 걸 포기하고, 낳자마자 버린 아이들은 기관에서 등록번호의 끝자리를 이름으로 부여하게 되면서 '넘버즈'라 불리고, 몰래 기르다 걸린 아이들은 헤이하이즈의 준말인 '헤이'라고 부른다.  학교는 성년이 될 아이들을 가려내는 국가기관으로 학생들은 시험에서 받은 등급으로 숙소부터 급식의 수준까지 차별을 받고, 스무살이 되면서 치르는 성인능력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교육, 선거, 결혼 등 모든 것에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출발선이 주어질 순 없잖아.  내게 주어진 조건이 불합리하다고 투덜거려 봤자 낙오자밖에 될 수 없어.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지. 우리의 시험은 무의미하지 않아.  당당한 성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거잖아.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니야." (p.66)

  

  이곳에 '문도새벽'이라는 이름을 가진 등록아동이 스무살까지 1년 6개월을 남기고 들어오게된다.  헤이와 넘버즈와는 너무나 다른 '등록아이'.  어느곳에서나 텃세는 시작되고 새벽을 이해하는 것 같은 '이오'로 인해 새벽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지만, 첫시험에서 새벽이 이오를 제치고 1등을 하면서 모든것이 바뀌기 시작한다. 학교 안 모든 상항이 이해가 되지 않는 새벽과 무조건 1등을 할 수밖에 없는 새벽을 통해서 세상이 처음부터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게되는 이오는 성년이 될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을 느끼면서 힘들어하다 자살을 택하게 된다. 성인능력시험 이후 극소수의 아이들만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기회가 주어지지만, 인공자궁에서 태어난 등록아동들은 학교안의 아이들과는 태어날때부터 다른 맞춤형 인자를 물려받음으로써 높은 지능과 예쁜 모습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18년만에 알게된 아이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스무살이 되기 전까진 정신이 미성숙해서 어른이 아니라고?  스무 살 경계에 줄이라도 쳐 놨냐?  누가정했지?  그런 규칙을 도대체 누가 정했는데? 가진 놈들이야.  다 어른들이 정하 거라고.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모든 걸 차지하고, 자기 몫을 안 빼앗기려고 온갖 법을 만들고, 그걸 지키라고 우릴 세뇌한 건 ..."  (p.219)

 

  유토피아를 꿈꾸면서 자신들의 삶의 기득권을 놓지 못하는 학교 밖 세계의 사람들과 학교라는 괴물같은 공간을 만들어 놓고 그곳의 아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사람들.  악어의 말처럼 어느 누가 규칙을 정하고 이 아이들을 정할 수 있단 말인가?  새벽의 독려에 조금씩 움직이는 아이들.  18년만에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갖기 시작하는 아이들.   새벽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아직 태어나지 조차 못했어.  태어나고 싶다면, 세계를 파괴햐애 해." (p.115) 라고 말이다.  시작부터 학교라는 알속에 갇혀있었기에, 그 속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아이들. 한줄의 희망도 보이지않는 곳.  학교 밖 유토피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디스토피아.  자식을 등록아동으로 키운다는 것은 재력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 이상한 곳에서도 억압하는 젊음에게는 알을 깨고 나오려는 몸부림이 계속된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울릴때, 『기억 전달자』의 세계가 흑백에서 색을 입힌 세상으로 바뀌는 것처럼 세상은 이렇게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세상은 변하지만, 제대로 된 삶은 나의 행복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모두가 행복해 질수는 없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은 해야한다.  그것이 인생이니까 말이다.  알을 깨기위해 기를쓰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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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정원 -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혜영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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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에 대한 별다른 그리움이 없다.  수원에서 태어났다고는 하는데 그 기억이 남아있지 않고, 줄곧 내 기억의 가장 밑바닥에 남아있는 곳은 지금살고 있는 곳이다.  몇해전에 고향이 그리워 수원으로 부모님은 거처를 옮기셨지만, 우리집보다 좋은 아파트 생활을 하시는 부모님댁에서 고향을 그리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그리는 것은 부모님이다.  그러니 내게 고향은 부모님이 계시는 곳이다.  서울이든 수원이든, 아니 타국에 계시더라도 내 고향은 부모님이 계시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밀 정원』을 통해서 만난 이요와 이율은 언제나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  '노관'이라는 독특한 분위기의 가문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이 신비한 곳으로 연어가 제 목숨을 다하여 돌아오듯이 그곳을 바라보며 돌아오려하고 있다.

 

 

"여기는 노관이야. 나는 지금 노관에 있어!" (p.9)

 

  작중 화자인 이요의 귀향으로 시작되는『비밀 정원』은 '노관'에 도착한 이요가 바라보는 안당의 모습으로 '노관'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앉곤 하던 색 바랜 우단 의자와 느티나무 탁자위 바느질 바구니와 성경책이 그래도 남아 시간을 가두어 둔  갔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비밀 정원의 문을 살짝 열어 그 안에 꼭꼭 감춘 이야기를 꺼내놓으려 하고 있다.   태어날떄부터 '노관'의 하나뿐인 장손으로 태어난 이요에게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성장소설 처럼 이요의 어린시절부터 이야기는 그려내고 있지만 큰 맥을 이루고 있는 것은 요의 삼촌인 율의 이야기다.  가려져 있는 율의 이야기는 커튼 하나만 걷어내도 보일듯이 여기저기에 묻어나 있기에 요의 성장을 따라가다보면 율의 모습이 여기저기에 투영되어 보여진다.  그럼에도 독자도, 작가도 아닌 척 하면서 요를 따라가게 된다.

 

  한편의 클래식을 듣는 것처럼 글들이 들려오는 '노관'의 이야기는 죽음 마저 아늑하게 만들어 버린다. "죽음은 문과 같지.  할머니는 그 문을 통과해 하느님 곁으로 가신거란다."(p.33)처럼 아련한 말들이 요의 일생을 관통하고 있다.  병약한 아버지의 죽음과 할머니가 돌아가신후 '노관'으로 돌아온 삼촌은 요에게 기댈수 있는 아버지처럼 든든하게 다가오면서 요의 어린시절은 '노관'의 평화로운 풍경과 삼촌의 방에 있는 책들로 더할 수 없이 풍요롭게 채워진다.  게다가 '열려라. 연못!'을 암호로 하는 수녀원에 사는 테레사의 편지는 요의 일상을 가슴뛰게 만들어 주고 있다.  '노관'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책의 클래식함처럼 고운언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열여섯이 되면 물레의 바늘로 100년동안 잠이 들어 버린다는 공주님의 편지들은 한통한통 쌓여서 '노관'의 비밀상자에 또 다른 비밀들과 함께 갇혀지면서 요의 어린시절을 채워간다.  

 

  요즘 드라마로 표현이 되었다면 '노관'의 역사와 이들의 이야기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막장 드라마의 모든 공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면 이 공식들이 모두 무너져버리고, 사랑만이 남는다.  어린시절 사랑했던 연인.  키울수 없는 아이, 형수가 되어 돌아온 연인, 부모를 그리워하는 버려진 아이, 첫사랑의 아련함,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족쇄까지 분명 이야기는 얼키고 설켜서 막장으로 치달아야하는데, '비밀의 정원'처럼 숨겨진 '노관'속 사람들의 삶은 고요하기만 하다.  물아래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호수위에 평온함을 가장하고 있는 백조들처럼 고요하고 평화롭게만 느껴지는 그들의 삶은 은은하게 풀빛으로 물들인 한지처럼 보일듯 말듯 그려지고 있다.  모두들 알고 있지만 모두 쉬쉬하면서 '노관'의 안주인과 이율 교수를 바라보고만 있다.  어머니의 부재를 두려워하는 아이는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또 한편으로는 경험해보지 않았던 곳에서 성장해가기 시작한다.

 

  '노관'을 흐르고 있는 그들의 사랑은 맺어질듯 하지만, 결국은 맺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손교수는  "율이는 사랑에 승리하지는 않았지만 사랑을 완성했어!" (p.286)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다.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이십여년이 흘러 형의 아내가 되고 조카의 엄마가 되었음에도 떠날 수 없는 사랑은 어떤걸까?  분명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이루어지면 안되는 이야기인데, 잊혀진 아이는 어떻게 해야할까?  햇님만 따라다니는 해바라기처럼 사랑만 바라보고 사랑만 갈구하는 이들의 모든것이 '사랑'하나로 완성되는 것처럼 그려진다.  그러기에 부모세대의 사랑을 당연한거처럼 받아들이듯 그리고 있다.  그러기에 요와 테레사와의 만남이 물결한번 일지않은 잔잔한 호수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한 여인을 향한 사랑, 그 사랑으로 온전한 인간이었던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외치다 사라져간 사람은 사람이 아닌 그저 사랑이다.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제 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많은 소설가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평하고 있고, 순수했던 시절로의 회귀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느끼고 있는건 뭘까?  책장을 다 덮고 나서도 잔잔한 울림이 멈추질 않고 성석제님의 말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같은 흔들림이 남아있다.  이런 이야기를 내가 좋아했던가?  왜 이렇게 가슴이 아릴까?  가을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요와 테레사를 보면 노관의 안주인과 율은 몹쓸 사람인데, 그렇게 다가오지 않으니 말이다.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서 살다간 율은 시인이다.  시인의 언어로 쓰여진 사랑은 곱다 못해 아리게 다가오고, 평생 시인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사람도 시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한국근대사와 함께 이야기된 그들의 사랑이 이토록 절절하면서도 그윽한 향을 뿜어내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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