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저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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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명탐정의 저주』. TV 드라마 시리즈로도 각색되어 방영되었던 <명탐정의 규칙>의 후속작으로, 전작의 주인공들이 다시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라고 하는데, 전작 <명탐정의 규칙>을 읽지 않아서 누구의 말처럼 배신감을 느끼는 일은 없었다.  전작이라고는 하지만, 이글만 읽고도 이야기는 충분했으니 그리 아쉽지는 않다. 몇일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플래티나 데이터>를 읽은 탓도 있었지만, 다작 작가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번 글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떠오르게 했다.



이야기는 원자력 발전소를 무대로 한 소설을 쓰기 위해 자료 수집차 도서관에 간 소설가가 도서관 내부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알 수 없는 세계로 이끌려 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가 가게 된 곳은 생긴 이유도, 역사도 알 수 없는 ‘저주받은 마을’. 자신이 살던 곳과는 다른 차원인 그 세계에서 어쩐 일인지 사람들은 자신을 알아보며 ‘덴카이치 탐정’이라고 부른다. 거부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자신을 조종하는 것을 느끼며 그는 어느 새 마을의 도굴품을 찾아달라는 사건 의뢰를 맡아 해결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연달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본격 추리’가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밀실 살인’, ‘사라진 범인’, 그리고 ‘폐쇄된 산장’. 본격 추리의 대표적인 세 가지 패턴이 차례차례 등장하면서 범인 맞추기 게임으로 독자를 몰고 간다.  워낙에 자주 등장하는 패턴이기 때문에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그가 들어간 마을사람들은 의아해하면서 덴카이치 탐정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에 매료된다.

 

전작인 <명탐정의 규칙>이 일본 추리 소설계를 발칵 뒤집어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탐정이 돌아와버렸다.  그러니 전작을 읽은 독자들은 배반이라고 외칠 수도 있었을 듯 하지만, 읽지 않는 나는 감사할 뿐이다. 글을 읽으면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와 함께 떠올랐던 작품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탐정클럽>이었다.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서 사건을 해결하고 청구서를 내미는 남녀 한쌍.  그들의 이야기 속 내용이  '밀실 살인’, ‘사라진 범인’과 같은 이야기였다.  너무나 자주 작가가 이야기에 패턴으로 사용했기에 작가는 전작에서 속속들이 파헤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왜 작가가 이런 세계를 만들어내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작가를 누르고 있는 어떤것이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책속 세상속으로 들어가는 문을 만들었을까?  결론은 책의 말미에 나와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추리소설 작가의 고뇌와 함께 여전히 그는 추리소설 작가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돌아가지 않는건 덴카이치 탐정만이니 말이다.  독자는 단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이다.

 

“이곳은 이제 나와는 맞지 않는 세계라는 것. 격리된 공간, 인위적인 설정, 그리고 체스의 말과도 같은 등장인물들……, 그런 것들이 내게 맞지 않게 된 거야.”“당연하지. 그건 당신에게도 다행한 일이야.”“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야.” “그렇다면,”  문지기는 총구를 내게 겨누었다.  “더는 미련이 없겠지. 명탐정 따위의 우스운 캐릭터는 이쯤에서 죽어 줘야겠어.” “잠깐. 물론 나는 다시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지 몰라. 그래도 내 마음속에만은 이 세계를 남겨두고 싶어.”-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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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쏘는 사람들 - 자연의 아이들
이지유 지음, 송진욱 그림 / 풀빛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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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쏘는 사람들.  얼마나 근사하고 예쁜 말인가?  어감만으로 별을 쏜다는 말이 너무 예뻐서 제목을 읽고 또 읽었다. 별을 쏜다.  천문학자들을 그렇게 부른단다. 별을 관찰하는 사람들을 이지유씨가 학교 동아리에서 잠이 확 달아날 정도로 정신이 번쩍나게 한 단어란다.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별을 쏘는 사람들. 이지유작가는 천문학을 공부하신 분이지만, 천문학자는 아니다. 하지만, 천문학을 공부하셔서 그런지, 맛깔나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별을 쏘는 사람들과 그 별을 쏘기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에 대해서.



어렸을때, 보았던 만화영화, 특히 우주공상과학 만화에는 어김없이 안드로메다가 나오고 그곳에는 오로라 공주가 있었다.  긴 팔과 긴 다리,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오로라 공주를 보면서 언제가는 안드로메다에 가야지 하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 안드로 메다가 은하란다. 우리 은하계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이지만, 안드로메다 은하는 200만 광년이나 떨어져있다고 하니, 빛의속도로 200만 광년을 살려면, 얼마나 과학기술이 발달해야할 지 모르겠다. 오로라 공주를 만나는 건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젠 다른 꿈을 꿔야겠다. 안드로메다 은하를 어떻게 확인하는지가 궁금해졌다.

 

이지유작가는 별을 쏘기위해 세가지의 큰 이야기로 작은 이야기를 끌어서 보여주고 있다. 세계 천문대 이야기를 해주는 별빛을 모으는 사람들. 외계 생명체와 외계행성을 찾는 이야기인 거기 누구 없나요?  마지막으로 별을 쏘는 특별한 방법들을 이야기 해주고 있는 별을 쏘는 사람들.  아이들의 흥미를 일으키기 위해서 삽화 또한 심혈을 기울인것이 확실하다. 송진욱그림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그림만으로 얼마나 웃음이 나오는지 모른다. 요즘 뜨는 게그 이야기들이 상황에 맞게 그려져 있어서,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들도 쉽고 재미나게 풀어준다. 

별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건조한 곳이어야 한단다. 습기가 별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건조해야하고, 그러기위해서는 사막이나 높은 산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하와이 섬 마우나케아 산꼭대기로,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으로 간단다. 생소하고 어려운 이름들의 망원경들이 이곳에 모여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보현산 천문대에 있는 망원경이 가장 큰 망원경인데, 지름이 1.8미터라고 한다.  1.8미터도 작은 것은 아닌데, 마우나케아에 있는 망원경들의 지름을 보면 '헉~'소리가 절로 나온다. CFHT(캐나다-프랑스-하와이-망원경사업단의 약자란다)가 3.6m, 일본 SUBARU망원경이 8.2m, 미국 KECK1 망원경이 10m란다. 하지만, 망원경이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망원경이 다르기 때문인다. 큰 망원경은 보고자 하는 것을 자세히 볼수는 있지만, 좁은 지역밖에 볼수가 없단다.  그래서 구상성단처럼 별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는 성단을 보려면 작은 망원경으로 봐야한단다.  이지유 작가는 망원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망원경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기부문화를 함께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미국 켁제단의 기부로 켁 망원경이 만들어 진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켁제단이 뭔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기부를 한 곳이 켁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기부로 그 제단을 홍보한 셈이다.

 

별을 쏘는 사람들은 별을 따라다닌다한사람이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별을 따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것도 모자라 계속해서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  서로 다른 대륙에 있으면서도 24시간 돌아가며 관측한 자료를 인터넷망을 통해 온 세계 천문학자들가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2008년 4월 <사이언스>지에는 저자가 69명이나 되는 논문이 실렸단다. 논문의 내용은 OGLE-2006-BLG-109라는 외계 행성계를 찾았다는 내용인데, 우리 나라 천문학자 세명도 포함되어있다. 충북대 한정호 교수, 한국천문연구원 박병곤 박사, 이충욱 연구원이 그들이다. 별을 쏘는 사람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이지유작가는 별을 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해주는 분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별을 쏘기위해서 필요한 장비들은 워낙에 고가이고, 사용하는 니즈가 부족해서 볼품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장비를 만드는 쓰레기통속 공학도들의 노력이 없으면, 별을 쏘는 것은 불가능했을것이라고 한다.

 

작년에 61년만의 일식이 있던 날이있었다업무중에 일식이 있어서, 부랴부랴 필름지를 가지고, 코팅안된 CD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바나나모양의 해를 보고서도 환호하는 우리들..  이지유 작가의 말처럼 이 무한한 우주...  태양계 그속 지구에만 생물체가 산다면 외로울것이다.  광활한 이 우주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책으로 읽고, 우리 아이들이 꿈을 꾸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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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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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아이와 함께 보는 공연중에 김성녀님의 모노드라마가있다.  1인 50인역을 하는 김성녀님에게도 반하지만, 이야기의 내용이 가슴을 적셔와서 몇해전부터 빠지지않고 보려고 노력하는 극이다.  이 모노드라마를 10년 계약을 하셨다고 했기에, 아마 그 시간동안 아이들과 함께 극을 볼것이다. 그 극의 이름이 <벽속의 요정>이다.  1950년대 말 일본을 배경으로 늦은밤 아이는 벽속에서 사람의 말소리를 듣고, 벽속에 있는 사람을 요정이라 여기면서 자란다.  좌우익의 이념대립속 반정부 인사로 몰리던 아버지가 벽속에서 50년을 숨어 지내면서 아이에 수호천사가 되어 주는 내용이다.  원작은 일본인이 아니었는데, 극은 일본 작가가 시나리오를 쓴 것이라 다분히 동양적이었다. 


 
<나가사키>의 소개글을 읽으면서 <벽속의 요정>을 떠올린것은 아마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럽원작을 일본인이 다시 만든 작품과, 일본 이야기를 유럽인의 눈을 통해서 들여다본 반대의 이야기.  거기에 남에게 들키지 않기위해서 숨어있는 자들의 모습의 조마조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가사키>는 여러 신문에 보도되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남의 집에 몰래 숨어 살던 한 일본 여성의 실화를 담고 있는데, 2010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이다.  루이터 통신 기자로 일본에 머물렀던 에릭파이가  “한 오십대 독신 남성이 부엌에서 음식물이 없어지고 있음을 알고 놀랐다”는 2008년 어느 신문 기사의 첫머리가 이 글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굉장히 얇다. 30분 정도면 책한권을 다 읽을수 있을 정도로 책의 두께가 얇다. 그속에 들어가 있는 내용도 단순하다.  56세 독신남 시무라와 이름을 알수 없는 58세의 여인. 이 두사람이 자신의 관점으로 쓴 글이 나오고 그녀가 왜 그럴수 밖에 없었는가가 나온다.

 

시무라 고보. 56세의 독신남. 결혼한 여동생이 있으며, 서로 왕래가 거의 없다. 나가사키시의 기상청에서 위성사진을 보면서 어선들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태풍 발생 여부를 체크하는 일을 하는 기상관측사. 매일 8시에 출근하여 6시 반쯤 퇴근하여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독신으로 살면서 일종의 규칙들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회사에서는 혼자 점심을 먹고, 퇴근 후에는 동료들과 술자리를 하지 않는 편으로 사교적인 성격이 못 된다. 자신의 집에서 음식이 사라지는 등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자 아침에 먹고 남은 과일 주스의 높이를 적어놓는 등 꽤 꼼꼼하고 치밀한 스타일이다.
벽장속의 여인. 58세의 여성. 16세에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친척집에서 자랐다. 일자리를 잃고 (나이 때문에) 취업이 어렵자 이웃들 보기가 부끄러워 살던 지역을 벗어나 노숙 생활을 시작한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한 가을, 우연히 잠겨 있지 않은 시무라의 집에 들어가게 되고, 벽장에 숨어 살면서 자신처럼 외로운 처지의 시무라를 연민한다. 후반부의 편지에서 시무라의 집이 본인이 8살부터 16살까지 행복하게 살았던 집이었음을 밝힌다.

 

내용은 단순하다.  조금씩 음식이 사라지고,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집주인 시무라 고보는 집안에 캠을 설치한다. 그리고 그녀를 발견한다.  볕 좋은 어느날 자신이 출근하고 난 후  나타나는 그녀. 밥솥으로 밥을하고 커피물을 올려놓는 그녀는 58세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너무나 행복한 표정과 움직임으로 집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1년 가까이 이 집에 자신과 함께 동거함을 알아버린다.  이 두 사람의 일상은 삭막하다.  원자폭탄의 폐허를 딛고 살아난 잿빛 도시. 나가사키.  작가는 몇차례나 나가사키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눈에 띄지 않는' 두 존재가 나가사키라는 도시에서 살아간다. 폭탄에 잿더미가 되었던 나가사키에서 말이다.  굉장히 단순하지만 이 작품이 지금 눈길을 끄는것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문제로 일본 열도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폐허의 도시는 다시 살아났으니 말이다.  일본이란 나라의 기묘한 이야기. 거대한 나라가 아님에도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그 곳. 일본. 1945년 8월 9일  원폭이 터졌던 그곳에 그들에 기묘한 동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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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틀리
알렉스 플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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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이 어두운 밤, 아버지는 사랑하는 딸 벨에게 줄 장미 한송이를 발견하고 장미를 꺾는다. 그 순간 그가 본건 야수였다. 목숨을 구하고 싶으면 딸을 데리고오라는 야수의 말에 반항도 없이 아버지는 딸을, 세딸중 가장 사랑한다고 믿었던 딸을 야수에게 바친다. 그리고 벨과 야수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흔히 알고 있는 <미녀와 야수>의 이야기이다.  디즈니 만화 덕분에 미녀는 벨이라는 이름을 써야 만 할것 같은 강박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털복숭이 바야바를 닮은 야수와 공주시리즈의 맥을 잊는 벨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한두번은 꼭 봤을 만한 그런 이야기다.

 

뉴욕야수가 나타났다.  요즘들어 눈에 들어오는 배우가 한명 있다. 알렉스 페티퍼.  <아이엠 넘버포>를 통해서 나온 주인공이 알렉스 페티퍼 였는데, 그가 이번에는 야수로 돌아왔다.  야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겉모습의 변화는 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니,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는 절대 판단해서는 안될듯 싶다.  책속 뉴욕야수의 이름은 카일 킹스버리. 잘생긴 외모로 학교에서 그는 언제나 왕족이었다. 아버지의 두툼한 지원도 그를 왕족으로 만드는 것에 한몫을 했다.  사랑이 없어도 자신을 따르는 학교의 퀸이 있었고, 그에게 있어 못생긴것은 죄악이었다.  그런 그에게 켄드라의 등장은 모든것을 망가트리는 전초일 뿐이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 모두가 네가 원하는 모습처럼 변해야 한다고, 카일 킹스버리?"(P.16)  그녀에게 장난이라도 댄스파티에 같이 가자고 하는것이 아니었다. 그 시간 이후 그는 변했다.


 

그럼 네가 못생기게 변하지 않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카일, 넌 지금도 가장 중요한 마음속이 흉측하거든. 만약 네 잘난 외모를 잃게 되면 그걸 되돌릴 수 있을 만큼 영리하지도, 강하지도 않을 게 분명하고, 카일 킹스버리. 넌 야수 같아  - p. 16
내가 짐승이 되었다. 송곳니가 입술 바깥으로 길게 나오고, 손은 구부러져 발톱이 튀어나왔고, 온몸엔 털이 돋았다. 내가, 여드름이 나거나 입 냄새 나는 사람들을 경멸하던 내가 괴물이 됐다. 나는 야수였다  - p. 51

 

카일은 야수로 변한 뒤 사실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언론에 나타날까 봐 두려워 떠는 아버지, 자신을 사랑 한다면서 보라색 코사지를 원하던 슬로언도, 카일이 야수가 된 후 다 떠나버렸다. 이제 그에게 남은건 보라색 난초대신 흰장미를 사와서 자신의 파티를 망쳐버린 가정부 마그다 아줌마와 눈이 안보여서 카일의 과외선생니 될수 있었던 윌 프라탈리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아무것도 할수 없던 카일은 장미를 키우기 시작한다.  캔드라가 이야기하던 2년안에 사랑을 만나 키스를 해야만 마법을 풀수 있다는 그말. 그게 말이되는가? 누가 야수에게 키스를 해준단 말인가? 그것도 진실한 사랑을 동반해서 말이다.   하지만 <미녀와 야수>는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  장미 온실에 침입한 마약쟁이. 그가 아드리언이 된 카일에게 딜을 한다. 자신을 잡아먹지 않으면 딸을 보내겠다고 말이다. 마법의 거울을 통해서 보여지는 딸, 린다의 모습.  카일이 잎사귀 떨어진 흰 장미를 건네줬던 아이. 예쁘지도 않고 부자도 아니면서, 카일이 다니던 학교에 장학생으로 다녔던 그녀가 보인다. 카일이었을때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던 린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에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그녀를 위해서 그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책으로 방하나를 가득 채우고, 그녀가 좋아하는  장미꽃을 그녀에 방에 넣어두고, 그녀가 좋아할만한 공주방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녀가 내가 말을 걸어주기만을 바라면서 말이다. 나는 유괴범이 아니니까. 그녀가 가고자 하면 언제든지 갈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녀의 흰 피부에 뿌려진 황금색 주금깨도 만져보고 싶고, 그녀에 손도 만져보고 싶은데, 이제 나는 카일이 아니다. 아이드리언 야수다. 나는 그녀를 위해서 책을 읽고, 그녀를 위해서 장미를 가꾼다.  그는 두렵다. 발톱과 털로 덮힌 그의 모습이 두렵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 학교 다닐때 짝사랑하던 카일과 닮았다. 하지만 아니다. 완벽한 카일이 건내준 다 떨어진 흰장미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가 보고싶다. 그런데 아이드리언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  조심조심 내게 선물을 주고 나만을 위해 정성을 쏟아 주는 이는 한사람도 없었다. 나만을 위해서 아이드리언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가 하는 노력들이 보인다. 그가 점점 좋아진다.

 

<미녀와 야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2년안에 사랑을 찾을수 있을까?  책속 뉴욕야수, 아이드리언은 <미녀와 야수>속 야수와 닮아 있다. 바야바의 모습을 한 모습 그대로는 말이다.  <미녀와 야수>를 읽으면서 왕자로 바뀐 야수의 모습만을 생각했었다. 왜 그가 야수가 되었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작가 알렉스 플린은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 그가 야수가 되었을까? 마녀의 치기어린 장난으로?  책속 마녀, 캔드라는 유능한 마녀는 아니다.  그녀가 마법을 건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고, 마법을 풀 능력도 그녀에게는 없다.  그래서 캔드라 는 이야기한다. 이렇게 빨리 카일이 변할줄 알았으면 이런 마법을 걸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카일에게 마법을 걸때는 타당성이 조금은 있었다. 네 마음을 보여주겠어였으니 말이다. 뉴욕에 나타난 야수, 아이드리언과 린다의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따고 있어서 결말을 읽기도 전에 다 알고 있다. 그래도 이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래서 헐리우드의 유망주들이 대거 참여해서 새로운 판타지를 만들지 않았던가?  마법이 풀린 왕자와 공주같지 않은 못난이 린다. 그들의 또 다른 사랑이야기가 기대되어 지지만, 2년동안의 정은 무시할수 없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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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다 죽으리
이수광 지음 / 창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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問汝何所恩 所恩北海湄 (문여하소은 소은북해미)
묻노니 그대는 무엇을 그리워하는가 나는 북쪽 바닷가 미인을 그리워한다네

 

애절한 사랑이 끊임없이 나온다.  북쪽 바닷가 미인을 그리워하는 누군가의 노래가 책한권을 채우고 있다. 애닿고 애닿게 그리워하는 미인은 누구이며,  미인을 그리워하는 님은 또 누구이길래 이리도 애절하게 그리워하고 있을까?  거기에 이 책의 제목이 『그리워하다 죽으리 』다.  지금 시대라면 비소가 딱 어울리는 제목일 듯 한데, 책 한권을 통틀어 그리워하고 있는 이가 조선시대 사람이고, 님을 향한 사랑에 이야기가 가슴을 절절하게 울리게 만든다.  



김려는 1797년(정조 21년) 강이천의 옥사에 말려들어 재판도 받지 않고 함경도 부령으로 귀양을 가게 된다. 귀양길에서 겪은 혹독한 고초와 부령에서 만난 연희와의 사랑 이야기는 각각 『감담일기』와『사유악부』에 남아 있다.  『사유악부』는 총 290여편의 한시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김려가 32세때 함경도 부령에서 유배살이를 할때 배수첩으로 있던 기생 연희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읊은 시이다.  그의 시속 연인인 연희가 소설 『그리워하다 죽으리 』에서 연화로  다시 태어났다.  배수첩이란 유배객의 시중을 드는 여인을 말하는데, 연화는 금기서화에 능하고 문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절세미인이었으며 ,더욱이 조선시대 북부지방의 기생들과 같이 무예도 능했다. 이조참의 이광표의 소실로 한양에 왔다가 파혼 당한 연화는 시인 김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파혼 당한 관기 신분인 연화는 고향인 함경도 부령으로 돌아가야 하고, 김려는 경남 진해로 유배를 떠나게 되어 두 사람 사이에는 3천리의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함경도에서 경상남도까지 편지가 닿는 데에 300일. 그럼에도 그들은 평생을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오랜 세월 동안의 유배가 해제된 뒤 김려는 연화를 찾아 부령으로 무작정 길을 떠난다. 부령으로 가는 길, 한때 유배길이었던 그 길을 되짚어 가며 김려는 일생을 바쳐 사랑한 여인, 연화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고통스럽다. 한편 부령의 연화는 평생 김려를 기다리며 수절을 하다가 곤욕을  치르고 죽음의 문턱 앞에 와 있다.

 

흔히알고 있는, 선비들의 님은 왕이거나 나라다. 충의를 기본으로 하는 유교중심의 나라에서 님은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김려라는 시인은 나라가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기생에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선비가 기생의 언행록을 지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녀로 인해서, 그 사랑의 힘으로 『사유악부』를 남겼다니 그들의 사랑이 어떠했을까?   소설은 소설이기에 앞부분을 추가하여, 이 둘을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버렸다.  그래서 그 둘의 사랑을 더욱 더 애절하게 만들어 버렸다.  유배로 인한 함경도 부령과 경상도 진해, 3천리란다.  그길을 나는 알지 못한다.  얼마나 먼길인지 알지 못하나, 그들이 쓴 편지가 님에게 가는 시간이 300일이라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오랜 기다림. 깊은 그리움.  유배가 풀리고 아들은 아버지가 벼슬길에 나가길 원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난다. 유배객 시절에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아내도 죽은 초로의 선비가 님을 향해 길을 떠난다.  

 

김려의 시에 의하면 백두산의 맑고 맑은 정기를 받고 2천 년 만에 태어난 여인이란다.  황폐해진 정신으로 삶의 의욕조차 잃고 있을때 "앵두가 붉어요, 내 입술이 더 붉어요?"하고 애교를 부리며 다가온 여인이었고, 그를 위하여 관기임에도 불구하고 수절을 한 여인이었다.   시인이 그녀를 위해 쓴 『사유악부』와 픽션의 결합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진실이고, 허구인지를 알수 없게 만들 정도로 이수광 작가의 글은 힘이있다.  인터넷책방에서 두달동안 연재되었다는 이 글의 누적 조회수가 1백만 회를 돌파했단다.  작가에 이야기처럼 김려와 지연화, 두 연인의 가슴 아픈 사랑만을 그리고자 한것은 적중한듯 하다.  가족은 안중에도 없고, 사랑만 바라본다고 욕할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리워하다 죽어가는 연화와 그녀를 찾아 떠나는 김려의 길로 인해 가슴 절절해 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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