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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이야기 - 가수 이기찬의 서른 그리고
이기찬 지음 / 시드페이퍼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너를 사랑하면 안되는 거니 / 나도 내맘 어쩔 수 없는 거잖아 / 너때문에 많이 울고 웃으면서 / 그래도 참 행복했었는데 / 일년이면 되니 돌아올 수 있니 / 기다리란 말도 하지 않는 거니 / 아파서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 말 못하는 나를 이해해줘 - 이기찬의 <감기>중
오랜만에 <감기>를 다시 들었다. 2002년 말이나 2003년 초 쯤 나왔던 노래였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 우리집 작은 아이가 태어 나기도 전에 나왔던 노래이니, 노래만 보면 이기찬이라는 가수가 굉장히 나이가 있는 가수 같은 느낌이 든다.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 고등학생 가수였다. 그 당시에는 그런 가수들이 흔하긴 했지만, 고등학생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있어 보이는 그런 외모였던 것으로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노안이라는 말은 아니다. 예쁘장한 얼굴의 미소년 이었지만, 고등학생이라기 보다는 대학생 정도로 보였다는 이야기다. 그가 벌써 서른 셋이란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공익근무를 하면서 책을 썼다고 하니, 부지런하기도 하다. 꾸준한 인기를 얻었던, 이기찬의 부재를 느끼지 못했으니, 그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을때도, 종종 그의 노래를 들었던것 같다. 그의 말처럼 그와 함께 데뷔한 많은 친구들을 지금은 볼 수 없다고 하니 그는 꽤나 건재한 가수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은 대중가요의 부흥기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밀리언셀러 음반들이 종종 등장하던 시기였다. 더불어 이 책의 저자인 이기찬을 비롯하여 많은 고교생 가수들이 등장해 또래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활동했고, 20대 후반부터 30대의 세대들은 그들이 나오는 라디오를 듣고, 그들의 음반을 사며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를 작가와 함께 보내왔다. 그래서 그가 이야기 하는 이야기들이 낯설지가 않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30가지의 이야기들은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삶을 이야기 한다.
서른 셋. 이젠 아주 어리다고 이야기 할수도 없지만, 많은 나이라고 할수도 없는 그런 나이의 가수가 되어버렸다. 십대의 아이돌이 때로 몰려나오기도 하지만, 신승훈, 김건모와 같은 불혹을 넘긴 멋진 가수들도 건재하니 말이다. 중간에서 중재를 하는 나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의 이야기 속에는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 남자의 장난스러움과 함께 삶이 녹아 있다.
물은 이미 엎어졌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습니다. 길을 걷다 미끄러운 길바닥에 대자로 엎어졌다고 해도 굳이 0.1초 만에 후딱 일어 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이미 엎어진 거니까요. - p.82 QUE SERA SERA
여지나 작가의 말처럼 그의 글은 문장 속 고소한 디테일이 키득키득 굴러다닌다. 그녀의 이야기처럼 마주앉아 커피 홀짝이며 속닥속닥 들려주고 있는 듯 하다. 이렇게 예쁘게 생긴 총각이 자신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고 있다. 유머를 곁들여 키득거리다가도 그의 촉촉한 눈을 보면서 이 남자 무슨 사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15년 차 가수, 이기찬. 어린나이에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향햐서 뚜벅뚜벅 걷던 그 소년이 이제 서른 중반에 다다라서 소년시절의 파릇한 꿈과 청년의 열정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나는 운좋게도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글을 여느 작가 마냥 매끄럽고 세련되게 써내려 가진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글에서 향기가 나는것은 그와 동시대에 살던 내 젊은 날의 추억때문이다. 그가 부른 <감기>와 <미인>을 찾아 들으면서 발라드의 귀공자라고 이야기하던 그의 노래가 내 맘을 아직도 촉촉하게 젖어들게 만드니, 참 감사하기만 하다. 어쩜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여전히 나는 랩보다는 발라드가 좋고, 이 글과 함께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될 그의 새로운 노래가 기대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