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레드북 - 100명의 솔직한 초경 이야기 '여자는 누구나 그날을 기억한다'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엮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엄마, 내가 크면 언젠가 면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거기 말이야. 거기서 피 나!” 엄마는 웃기 시작했다. 나는 엉엉 울면서, 엄마는 내가 죽어 가는 게 기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 P.29

 

내 초경은 언제 였던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살았던 곳은 상습적인 수해지역이었다. 그리고 그때 난 열 두살이었다.  수해로 상가건물에 살던 모든 사람들이 내방이 있는 2층으로 모여들었던 그 시절에 생리를 시작했다.  엄마한테 이야기를 하기까지 그 무서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죽는지 알았으니까 말이다.  내 어린시절, 국민학교 6학년의 초경은 너무 빠른 시절이었다.  아무도 생리에 대해서 언급한적이 없었다. 학교에서 조차도 말이다.  그렇게 초경이 시작되었지만, 깜짝 놀라는 물난리와 함께 내게 온 생리는 그날을 시작과 함께 끝을 내고는 몇개월 후에 다시 찾아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녀석은 이제 매달 빠지지 않고 나를 찾아온다.  임신을 하고 수유를 하던 기간을 빼고는 말이다. 

 


이 새빨간 책이 눈길을 잡은건 딸아이 때문이었다.  올해 열두살이 된 내 딸.  가슴이 잡히기 시작하는듯해서 엄마입장에서는 걱정을 하고 있다.  너무 빠른 여성화는 아이의 성장을 멈추게 하기 때문에 그런것도 있지만, 요즘 대한민국에 사는 아이들이 얼마나 바쁘고 힘든지는 누구나 알 것이다.  이 아이에게 축복이라 말할수는 있지만, 거추장스러운 것 또한 사실인 생리가 너무 일찍 시작될까봐 조바심 내는 것 또한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교회를 가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아직은 초경을 시작한 친구는 없단다. 그리고는 그게 뭐냐고 하니 할말은 잃는다.  여전히 학교에서는 성교육이 내 어린시절 처럼 미미한가 보니 말이다.  임신과 출산에 관한 비디오는 보여줬다고 하는데, 여자가 되는 중요한 관문인 초경은 그냥 두리뭉실 넘어간듯 하다.  하지만, 그냥 넘길수는 없는 문제가 우리 아이에게 직면해 있고,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엮어나갔다. 너무 짧아서 이게 끝인가 싶을 정도로 호흡이 짧다. 거기에 1912년의 초경을 치루시던 100세 할머니의 이야기도, 얼마전에 초경을 경험한 10대 소녀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미국 뉴욕에서 아프리카 케냐의 작은 마을까지, 100여 명의 여성이 자신의 초경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그 중에 재미교포의 이야기도 있다. 엄마가 영어를 못해서 성교육을 받지 못하고 초경을 경험한 이야기였는데, 그 시절이 워낙에 보수적인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랬으리라 싶다.  지금과는 많은 다르다. 벨트로 생리대를 찼던 시절의 이야기와 템포를 쓰는 아이들.  여전히 우리 문화라는 조금은 거리낌이 있을 수도 있음이 사실이다.  초경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미국엄마들 처럼 자유로움을 위하여 템포를 권하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으니 말이다.  어떤것이 옳다 그르다라고는 말할 수가 없다.  그 사회에 맞는 선택을 할 뿐이다.

 

하지만, 사고처럼 들이닥친 초경을 둘러싼 해프닝을 책은 솔직하고 유쾌하게 보여 준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인 동시에 엄마와 딸,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읽기에 부담 없는 성교육서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 또한 확실하다. 워낙에 짧은 이야기들이 실려있어서, 딸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초경이야기와 생리대 사용법도 알려줄 수 있을것 같다.

 

몇해전에 딸아이가 10대가 되기도 전에, 아이를 위해서 천 생리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문컵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리대가 필요 없지만, 화학물질 덩어리인 생리대를 소중한 아이에게 줄수는 없어서, 한땀한땀 바느질을 해서 천 생리대를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쩜, 조만간 사용하게 될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그런 시기가 오면 어떤 행동을 취할까?  환호를 보내면서 가족이 파티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조용히 넘어갈까?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나 또한 내 딸아이를 위하여 준비를 할 것이다.  집에서 쓰는 생리대를 만든것 처럼, 혹시 엄마가 없을때 일어날수도 있기에, 아이 가방에 비상용 생리대를 준비해 줄것이고, 생리대 상자와 팬티라이너 상자도 만들것이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축복해주기를... 눈물흘리며, 안아주고 우리 아이가 여자가 될 준비가 되어가고 있음을 축하해주기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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