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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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는 모든 장면을 뷰파인더를 통해 보기 때문에 위험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된다. 카메라가 방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카메라 뒤에 있으면 어떤 피해도 입지 않을 듯 느껴진다.  카메라 덕분에 위기 상황에 대한 면책특권을 얻는 것 이다  -P.397

 

내가 아닌 남이 된다는 것은 언제나 매력적인 소재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시작으로 완벽한 타인이되어 주인공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은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들면서도, 그 인물이 악역이든 아니든간에 동화되기 일수다.  그리고, 지금 난 그런 인물을 만났다.  매력적인 변호사, 벤과 위대한 사진작가, 게리를 말이다.




월가의 변호사 벤은 아름다운 아내 베스, 귀여운 아들 에덤과 조시와 살고있다.  벤은 어린 시절부터 사진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변호사가 된다.  벤의 아내 베스는 벤을 마치 벌레라도 본 듯 피해다니기 바빠 벤의 일상은 지쳐만 간다.  벤은 어느 날 베스가 이웃집에 사는 사진가 게리와 불륜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게리네 집에 찾아가 말싸움을 벌이던 중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한다.  요트사고로 위장하여 게리의 시신을 불태운 다음, 몬태나 주 마운틴폴스로 도망간 벤은 남은 생애를 게리로 살아가기를 결심하고는 젊은 시절에 접어버린 사진가의 꿈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벤이 찍은 사진이 지역 신문에 실리게 되면서, 벤, 아니 게리는 일약 스타 작가가 되어간다.  

 

3부로 이어진 이야기를 읽으면서, 벤이 게리가 되어가는 과정은 숨 쉴수 조차 없이 조마조마 하게 만든다.  뻔뻔하다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베스와 게리의 애정행각을 보면서도 드러내놓고 말을 못하는 벤이 답답해서 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다가, 벤의 손에 들려있던 와인병의 행로부터 긴박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하나 하나를 너무 자세히 써 놓아서 약간 걱정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그걸 따라한다면 그 사람들 정신세계가 문제일것이니 책은 책으로만 끝내야 한다.  어쨌든, 그 순간부터 게리로 화해가는 벤. 몬태나 주에서 게리가 된 벤의 일상과 사랑, 그리고 그가 꿈꾸어 오던 작가의 길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대리 만족을 느끼다가도, 점점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성공과도를 달리는 그가 걱정되기도 했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어떻게 읽어내렸는지 모르겠다.  올 초에 선물을 받고는 더글라스 케이지의 <위험한 관계>가 출간되는 것을 보고는 읽어야지 하고 잡았다가, 손을 놓을수가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거의 쌍둥이 책이라고 할 정도로 표지가 비슷한 <위험한 관계>와 <빅 픽처>를 옆에 두고는 글을 써 내려가면서도 그가 쓴 다른 작품,<위험한 관계>가 궁금할 정도로 읽는 사람을 빨아들인다.  게리가 되어버린 벤이 만난 앤, 그리고 그 후에 그들의 이야기는 그냥 잔잔하지만은 않다.  어쩜 또 다른 이야기가 깔려있을지도 모른다.   책장을 덮고 난 후에야 표지를 보게 되었다. 피묻은 손으로 잡고있는 타인의 사진.  그를 누구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는 게리인가, 벤인가? 아님 또 다른 타인인가?  인생을 어떻게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어떤 삶이 다가올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삶이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정답이 아닐까?  그가 누구였든 최선을 다하는 벤, 아니 게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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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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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불쌍하게도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다.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을까?  읽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상한건 기분도 좋지 않고 화가나는데, 책장을 놓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둥시는 중국대표작가이다.   우리나라엔 <언어 없는 생활>이 소개된 바 있고, 미스터 후회남은 두번째 작품이다.  이 <미스터 후회남>은 중국에서는 <후회록>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는데, 후회록보다는 미스터 후회남이 우리 정서에는 훨씬 어울리는게 사실이다.  왠지 후회록은 참회록처럼 도를 닦거나 경전의 느낌이 나니까.



 

이야기는 주인공 광센이 어떤 아가씨에게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광셴은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의 삶을 이야기 해주고 있는데,  이 사람 정말...  입만 열면 사고, 움직였다 하면 평지풍파, 정말 강마에 말처럼 '똥떵어리 인생'이다.  어떻게 이렇게 처절하게, 아니 완벽하게 되는 일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읽으면서 책을 덮지 못했던 이유는 우리 아이들을 광셴과 같은 환경속에서 키운다면 광셴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어떤 환경과 상황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하는것이다.

 

광셴은 문화혁명이 일어났던 시대에 살았던 인물이다. 그러다 현재의 시점으로는 자본주의가 들어와서 빼앗겼던 자신의 자산도 찾는다.  그러나, 그의 어린 시절은 너무나 불우했다.  광셴자신은 어머니로부터, 사회로 부터 그렇게 배웠기때문에 성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한다.  아니, 너무나 어린 나이였기에 성을 모른다.  그래서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잡혀갔다 나온 후에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또 다시 자오완녠에게 이야기를 하는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그에 인생은 꼬이고 또 꼬인다.

 

<진화완바오>는 '후회자'광셴은 최근 발표된 중국소설 주인공 중에서 가장 개성 있는 인물로 평했다. 철들 때부터 시종일관 성을 갈망하지만, 단 한번도 성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내.  그뿐 아니라, 그 주위인물들 조차 어쩜 그렇게 옳은 정신 세계를 가진 인물이 없는지...  읽으면서, 지금의 시대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이런 인물이 살 수가 있을까?

 

어쩜, 그럴 수도 있을것 같다.  알수 없고, 배울수 없어 눈을 감고 있었다면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미라서 그랬을 것이다.  어떤 책을 읽던 그 책에서 아이들을 생각하는것은.  광셴은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심지어 8년간 그를 기다렸다는 루샤오옌 마저도 그를 사랑했다고 할 수 있을까?   루샤오예는 사랑보다는 습관이었다.  광셴의 말처럼 자기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존재로 그를 선택한후 습관이 되어 버린 사랑.

 

여덟명이 한사람을 사랑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그 사람의 삶은 풍요롭고 따뜻하다고 한다.  광셴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매력적으로 그려진 인물의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광셴처럼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오늘도 난 아이들을 꼭 안아줘야겠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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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인격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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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뗄수가 없다.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어떻게 이런글로 데뷔를 했을까?  데뷔작이라면 조금은 허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작가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

 

제목이 13번째 인격- ISOLA다.  인격이 13개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중인격을 찾아봤다.  다중인격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해리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이 가지는 다중 인격의 수는 평균 5~10가지 정도이다. 성격간의 이동은 때로는 매우 급작스럽고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진다. 환자들은 각각의 성격에서 경험한 것들을 일반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성격의 존재를 완벽하게 인지하기도 하고 때로는 본인이 아닌 친구 같은 남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성격은 성을 달리 할 수도 있고 원래 가족의 기원과 다른 인종과 나이를 가지기도 한다.  - 서울대학병원제공

 

다중인격이라고 해봐야 몇가지의 거짓 말로 만들어진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큰 무지였는지를 알았다.   그리고, 이 소설속, 엠파스... 소설속에서만 있는 단어인가?  몇해 전 일본 드라마 중에 생각하는 것이 주의에 들리는 능력을 가진 <사토라레>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와는 반대로 다른 이들의 성격이 들리는 것을 엠파스라고 한단다. 엠파스라고 하면, 우리나라 토탈 사이트만 생각하고 있었던 터이기 때문에, 이 엠파스라는 단어가 일본어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13번째 인격, ISOLA는 다중인격 소녀 치히로와 다른 사람의 사고와 감정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엠파스인 미모의 유카리의 이야기이다.   1995년 일본 효고 현 남부지방에는 진도 7을 기록할 정도의 강진이 발생하고, 이 강진으로 6000명 이 넘는 사람이 죽는 재앙이 일어난다.  이 대 지진의 여파로 대피소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치료를 돕기 위해 유카리는 자원봉사를 자청하고, 그곳에서 치히로를 만난다.

 

16세의 치히로가 지니고 있는 인격들은 하나 하나 인격이라고 불릴만큼 너무나 특이하다.

1. 료코 : IQ175의 20세 전후. 머리라 아주 좋고 통찰력이 뛰어나며, 치히로가 '수호천사'라고 부름.

2. 도쿄: IQ145로 16세임. 외향적이고 밝으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침착성을 가짐.

3. 히토미: 5-6세 정도의 여자아이

4. 유키오: 14세의 남자아이. IQ104의 무력감을 상징하는 인격으로 졸린듯하며 냉소적.

5. 요코: 속인다를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거짓말을 종종하고 IQ129

6. 주리: 나이와 성별이 불명하며 죽인다의 뜻을 가지고 있음.

7. 시노부: 나이와 성별은 불명하며, 육체적인 고통을 견뎌냄. IQ 195-107

8. 소: 남자아이. 말이없고 약하며 12세로 트라우마에 대처하기 위한 인격

9. 유코: 포스트 인격으로 내성적이며 자기주장을 못하는 IQ 125

10. 미쓰로: IQ133으로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는 나이 15세의 남자아이

11. 노리코: 나이 불명이며, 언어능력도 거의 없고 IQ 측정 불가능

12. 이소라: 가장 새로운 인격으로 한신대지진이 일어난 며칠 뒤에 나타남. 아무것도 알수 없음.

 

한 사람에게서 이렇게 많은 인격이 나타날 수가 있을까?  소설속이니 가능하겠지만, 유카리가 치히로의 내면속 이야기를 들어가는 내용이 오싹할 정도로 흥미롭다.  하지만, 소설은 이 인격만으로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다. 왜 13번째 인격인 이소라가 나타났는지, 이소라가 어떻게 치히로의 13번 번째 인격이 된 것인지가 흥미롭다.  유체이탈이라는 여름철 공포물로 딱 맞는 내용이 이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고, 그속에 미모의 유카리와 너무나 멋진 대학교수, 마나베의 사랑이야기가 들어있다.

 

공포가 스물스물 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긴박하고, 뭔가 툭 튀어나올것 같은 것을, 어쩜 이렇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뒷 부분은 조금 아쉽다 싶다가, 다시 또 한번 반전을 일으킨다.  악한것은 선한것을 참 쉽게 변하게 만든다.  하나의 악이 그 많은 선이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그래도 하나의 악보다는 선한것들을 물들여 버린다. 그리고, 그 모든것이 여과없이 들려오는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엠파스' 유카리.  꿈을 꿀까 두렵다. 오싹한 공포.  다가오는 여름을 ISOLA가 시원하고 오싹하게 만들어 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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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블루
박태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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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파랗다. 지금 잘빠진 고속도로를 쾌속으로 질주하는 그녀의 승용차도 파랗다. 짙은 파란색  쿠페. 완벽한 자웅동체. 그녀의 원피스도 파나색이다. 원피스 위에 걸친 카딘건도 파란색이다. 귀고리, 목걸이는 파란빛의 상징 사파이어. 시계도 파란색이고 늘 애지중지 챙기는 토트백도 파란색. 새치름한 채 늘씬한 굽이 시선을 낚아채는 힐도 파란색이다. 팬티도 브래지어도 파란색. 여기에 파란색 립스틱에 파란색 마스카라.   - P.15



 

그녀의 비서 민정이 말하듯 스머프 같은 그녀를 만난건, 작년 겨울이었다. 박태옥이라는 작가를 몰랐다.  웹진속 작가는 일러스트로 그려진 상태였고, 긴머리를 묶고 있어서 여자작가 인줄 알았다.  이 스머프같은 제이를 만들어 낸 장본인. 남자다.  제이를 사랑하는 또 한명의 남자다.  작년 겨울, 마담블루가 웹진으로 올라오고 5개월을 제이를 보기위해 박태옥 작가의 블로그에 들락거렸다.  100화를 끝으로 제이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자음과 모음에서 한달만에 책이 나왔다.  이런 느낌이었다. 제이는.  온통 파란 블랙홀.  일러스트를 만나기 전에 제이의 느낌이 이랬다.   파란색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그녀, 제이.

 

제이도 제이였지만, 내가 보고싶었던 인물은 원 형사었다. 이 바보스러운 남자의 선택이 궁금했다.  이틀 전에 만났던 여자로 인해 쌓아놓은 경력을 포기하는 남자.  175cm의 72g, 딱 부러지는 몸매, 이지적이고 향서마을 중간에 있는 기이한 경찰청 에서 유일하게 원두를 내려마시는, 기자였다가 경찰이 된 이 남자.  이 남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서 매일 작가의 블로그를 들어갔다.  100화까지의 이야기를 읽고, 드문드문 깨워놓은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서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책으로 나온 제이를 그냥 보낼 수 없는 이유 또한 이 남자 때문이었다.

 

성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하는 외모에 타고난 사교성, 뛰어난 학벌, 천부적인 재능, 풍부한 미술행정 경험, 아기 때 미국으로 입양되어 엄마를 찾으러 한국에 왔다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스토리까지, 제이는 정재계의 권력층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며 대중과 언론, 권력층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미술계의 스타다. 부유층만을 위해 새롭게 설계된 가연시 향서마을에 새롭게 들어설 종합 미술타운인 Artra의 기획실장 겸 수석 큐레이터인 그녀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KS그룹의 최선윤 회장과 역시 대기업 총수인 양 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었고, 최 회장의 신임과 양 회장의 도움으로 Artra의 대개관에 맞춰 갤러리 The-J를 열게 된다. 그러나 개관 이틀 전에 돌연 문자로 해임 통보를 받는다. 더불어 모든 방송, 강의까지도 해고당한 그녀. 그런 그녀 주위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참혹하게 살해당한 시신 곁에는 늘 그녀가 있다.

 

그녀를 파괴하려는 사람들과 그녀를 살리려는 사람들.   우습다.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한 사람에 의해서 좌지 우지 될수 있다는 것은 소설이니 가능한 일이다.  참 밉상이다. 제이.  너무나 이기적이고 너무나 자신만을 사랑한다.  악어의 눈물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서 사람을 홀리는 재주도 천부적이다.  그런데, 제이가 안쓰러워 보인다.  정활의 이야기로, 최회장의 이야기로 그들을 보면서 권력의 잔혹함을 본다.  그녀 주의에서 일어나는 죽음들이 그녀와 모두 관계가 있는듯 없는듯 들었다 놨다 한다. 그리고 그들과 그녀에 이야기. 그들의 과거 이야기.

 

마담블루가 연재될 당시 누군가가 떠올랐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이다.  모든것이 거짓이었던 사람.   끝없이 올라갔다가 거짓으로 인하여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 제이가 그렇다. 하지만 제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지켜주려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양회장의 말처럼. 그녀는 쾌락이다.  그 쾌락때문이었을까?  그녀를 지키고 죽어가는 사람들.  그녀와 그의 이야기는 끝이 났는데, 여전히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입안이 씁쓸해진다.

 

제이를 만나고 깨달았지. 죽음을 대신할 건 쾌락이구나. 쾌락이 곧 자유구나. 제이의 그림엔 쾌락이 넘쳐. 쾌락의 에너지가 캔버스를 뛰쳐나와 공간을 잠식하지. 스스로 쾌락에 경도되거나 탐구하는 것도 아닌데 자기도 모르게 그런 그림을 그리는 거야. 무의식의 발로인 게지. 그림뿐 아니라 걔가 손대는 모든 게 다 그래. 쾌락의 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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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이들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로버트 스윈델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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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명만 보고는 재미있는 동화책이거니 생각 했다.  제목을 처음 접했을때 느낌은 저주받은 도시라는 영화가 생각이 나긴 했지만, 책과 콩나무에서 나온 책 아닌가?  심플한 이야기를 꿈 꾸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허걱~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나중에 책 소개글을 보고 이 책이 왜 이럴 수 밖에 없는 지를 알게되었다. 


 

2008년에 발매된 이책이 영국에서 출판된건 1993년 이다.  그 당시 영국은 신자유주의 시장 논리의 광품으로 공교육은 실패하고 가정은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었단다. 그런 시대 상황에 맞물려 이 책이 출간 되었으니 그 파장을 말로 할 수 없을 듯하다.  이 책은 1993년 카네기 메달과 셰필드 도서 상을 수상했단다.  이런 배경없이 글을 읽을때는, 어떻게 카네기 메달이나 셰필드 도서 상을 수상했을까 싶었다.

 

새 아빠의 폭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출한 링크는 거리에서 홈리스로 살아간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거리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를 곯기도 하고, 홈리스를 대하는 차가운 시선 또한 힘겹다. 설상가상으로 홈리스만을 노리는 연쇄 살인범까지 나타난다. 연쇄 살인범은 링크의 친구를 삼키고, 링크마저 노리고 있다. 차가운 거리에서 사라지는 아이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니까 잘 들어. 그런 신문에서 하는 말이, 우리 같은 애들이 집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거야. 온종일 사람들을 속여서 구걸한 돈이 사오십 파운드나 되는데, 밤이면 엄마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서 그 돈을 죄다 술 퍼먹고 마약하는 데 쓴다는 거지. - p.57 


아, 그런데 내가 왜 일자리를 구할 생각을 하지 않는지 의아하다면 확실히 설명해 주겠다. 난 눅눅한 누더기차림이었다. 손톱 밑은 새까만 게 갈퀴처럼 되어 버린 지 오래였으며, 헝클어진 머리는 어깨까지 내려오는데다 악취를 풍겼다. 당연히 나도 일하고 싶다. 일하지 못해 안달이 날 지경이지만 이런 상태로 취직이 된다는 희망 따위는 없다. 나라도 나 같은 사람을 채용하지는 않겠다.- p.95 

 

홈리스들을 보면서 생각했던 부분들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왜 일을 하지 않는거야 하는 질문까지 작가는 이야기한다.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할 수가 없었다고 말이다.  홈리스가 된 아이들과 함께 미치광이 연쇄살인범은 조금씩 조금씩 아이들 모르게 아이들곁으로 다가온다.  그가 왜 그렇게 했는지는 미쳤기 때문 이라는 말로 밖에 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이상한 행동을 할까?

 

문제는 링크나 미치광이 연쇄살인범이 아니다.  이 책이 쓰여진 1993년이 지금 우리 시대에 똑같이 반복되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출로 인한 청소년 노숙이 10만명에 이른단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을 그냥 쉽게 읽어내릴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일수도 있기 때문에 넘겨버릴 수가 없다.  얼마전에 인터넷 동영상중에 노래를 잘하는 청년에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20대인 이 청년은 다섯살때부터 노숙을 했단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 했다. 어떻게 다섯살 어린 아이가 노숙을 하고 살수가 있었을까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 청년이 이야기 한다.  고아원에서 얻어맞는 것보다 밖으로 나오면 살수 있을것 같았다고 말이다.  90년대 초의 영국 이야기를 지금 2011년 대한민국에서 만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봐야 하는 이야기 여기에 있다. 우리 주변을 돌아봐야 하는것. 대한민국에 살고있는 우리 모두의 의무이고,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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