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블루
박태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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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파랗다. 지금 잘빠진 고속도로를 쾌속으로 질주하는 그녀의 승용차도 파랗다. 짙은 파란색  쿠페. 완벽한 자웅동체. 그녀의 원피스도 파나색이다. 원피스 위에 걸친 카딘건도 파란색이다. 귀고리, 목걸이는 파란빛의 상징 사파이어. 시계도 파란색이고 늘 애지중지 챙기는 토트백도 파란색. 새치름한 채 늘씬한 굽이 시선을 낚아채는 힐도 파란색이다. 팬티도 브래지어도 파란색. 여기에 파란색 립스틱에 파란색 마스카라.   - P.15



 

그녀의 비서 민정이 말하듯 스머프 같은 그녀를 만난건, 작년 겨울이었다. 박태옥이라는 작가를 몰랐다.  웹진속 작가는 일러스트로 그려진 상태였고, 긴머리를 묶고 있어서 여자작가 인줄 알았다.  이 스머프같은 제이를 만들어 낸 장본인. 남자다.  제이를 사랑하는 또 한명의 남자다.  작년 겨울, 마담블루가 웹진으로 올라오고 5개월을 제이를 보기위해 박태옥 작가의 블로그에 들락거렸다.  100화를 끝으로 제이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자음과 모음에서 한달만에 책이 나왔다.  이런 느낌이었다. 제이는.  온통 파란 블랙홀.  일러스트를 만나기 전에 제이의 느낌이 이랬다.   파란색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그녀, 제이.

 

제이도 제이였지만, 내가 보고싶었던 인물은 원 형사었다. 이 바보스러운 남자의 선택이 궁금했다.  이틀 전에 만났던 여자로 인해 쌓아놓은 경력을 포기하는 남자.  175cm의 72g, 딱 부러지는 몸매, 이지적이고 향서마을 중간에 있는 기이한 경찰청 에서 유일하게 원두를 내려마시는, 기자였다가 경찰이 된 이 남자.  이 남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서 매일 작가의 블로그를 들어갔다.  100화까지의 이야기를 읽고, 드문드문 깨워놓은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서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책으로 나온 제이를 그냥 보낼 수 없는 이유 또한 이 남자 때문이었다.

 

성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하는 외모에 타고난 사교성, 뛰어난 학벌, 천부적인 재능, 풍부한 미술행정 경험, 아기 때 미국으로 입양되어 엄마를 찾으러 한국에 왔다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스토리까지, 제이는 정재계의 권력층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며 대중과 언론, 권력층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미술계의 스타다. 부유층만을 위해 새롭게 설계된 가연시 향서마을에 새롭게 들어설 종합 미술타운인 Artra의 기획실장 겸 수석 큐레이터인 그녀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KS그룹의 최선윤 회장과 역시 대기업 총수인 양 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었고, 최 회장의 신임과 양 회장의 도움으로 Artra의 대개관에 맞춰 갤러리 The-J를 열게 된다. 그러나 개관 이틀 전에 돌연 문자로 해임 통보를 받는다. 더불어 모든 방송, 강의까지도 해고당한 그녀. 그런 그녀 주위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참혹하게 살해당한 시신 곁에는 늘 그녀가 있다.

 

그녀를 파괴하려는 사람들과 그녀를 살리려는 사람들.   우습다.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한 사람에 의해서 좌지 우지 될수 있다는 것은 소설이니 가능한 일이다.  참 밉상이다. 제이.  너무나 이기적이고 너무나 자신만을 사랑한다.  악어의 눈물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서 사람을 홀리는 재주도 천부적이다.  그런데, 제이가 안쓰러워 보인다.  정활의 이야기로, 최회장의 이야기로 그들을 보면서 권력의 잔혹함을 본다.  그녀 주의에서 일어나는 죽음들이 그녀와 모두 관계가 있는듯 없는듯 들었다 놨다 한다. 그리고 그들과 그녀에 이야기. 그들의 과거 이야기.

 

마담블루가 연재될 당시 누군가가 떠올랐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이다.  모든것이 거짓이었던 사람.   끝없이 올라갔다가 거짓으로 인하여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 제이가 그렇다. 하지만 제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지켜주려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양회장의 말처럼. 그녀는 쾌락이다.  그 쾌락때문이었을까?  그녀를 지키고 죽어가는 사람들.  그녀와 그의 이야기는 끝이 났는데, 여전히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입안이 씁쓸해진다.

 

제이를 만나고 깨달았지. 죽음을 대신할 건 쾌락이구나. 쾌락이 곧 자유구나. 제이의 그림엔 쾌락이 넘쳐. 쾌락의 에너지가 캔버스를 뛰쳐나와 공간을 잠식하지. 스스로 쾌락에 경도되거나 탐구하는 것도 아닌데 자기도 모르게 그런 그림을 그리는 거야. 무의식의 발로인 게지. 그림뿐 아니라 걔가 손대는 모든 게 다 그래. 쾌락의 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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