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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엄마와 딸의 10일간
이가라시 다카히사 지음, 이영미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2011년 초를 강타한 드라마가 있다. '시크릿 가든'. 남녀의 영혼이 바뀐내용이었는데, 노소를 가리지 않고, 현빈앓이를 하게 했던 드라마였다. 그런의미에서 이책은 '시크릿 하우스'다. 딸 아이가 책에 내용을 묻고 이런 내용이야 하고 대답해 줬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어... 시크릿 하우스. 맞는 말이네. 전작이 있는 내용이다. 전작은 읽어보지 않았는데, 작가는 친절하게도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전작에서는 열일곱인 고우메와, 무뚝뚝한 아빠의 몸이 뒤바꼈단다. 소심한 샐러리맨 아빠의 일상으로 열일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고생 고우메와 아빠는 무슨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레인보우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그 덕분에 아빠가 승진같지 않은 승진도 했단다. 거기에 아빠를 좋아하는 여사원 덕분에 다시 몸이 돌아오기도 했단다. 내용이야 길지만, 간단히 이야기 하면 이렇다. 그런데, 이건 또 왠 일인가?
이년이 지나고, 고우메의 대학 입학식 날, 뜻하지 않는 벼락 사건은 아빠와 고우메뿐 아니라 엄마까지도 몸이 바껴버렸다. 아빠는 엄마로, 엄마는 고우메로 딸은 다시 아빠로. 아빠와 고우메는 2년전에 바뀐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해결할수 있을까 싶지만, 이번엔 엄마가 변수다. 내가 아닌 가족이 되어 그들의 생활을 살아간다는것, 이 흔치않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모자식 간에 몸과 마음이 뒤바뀌어서 좋을 일은 단 하나도 없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사실 좋은 점이 하나 있기는 하다. 말하자면 가족 셋이 모여서 대화할 기회가 많아진 것. 즉,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넓어졌다. p. 248
우스게 소리중에서 아빠가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려면, 딸에 대한 독심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딸방에 들어가 딸과 대화를 하려고 하면 나가~라고 소리부터 지른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이가족은 이제 그럴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고우메의 말처럼, 부모자식 간에 몸과 마음이 바껴써 좋은 일 단 한가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넓어졌단다. 어쩌겠는가? 언제 다시 자신의 몸을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최대한 지금의 몸속에서 일을 해야만 한다. 어떤일이 벌어질까?
아무일 없을것 같은 아빠는 아침 8시면 회사로 출근해야 하고, 주말에도 일을 해야한다. 거기에 대놓고 무시하는 소리도 들어야 한다. 대학입학을 한 딸 아이는 아르바이트도 한다. 결코 쉽지않은 아르바이트에 동아리모임까지, 마흔이 넘은 엄마에게는 힘겹고도 힘겨운 일이다. 아빠는 괜찮을까? 그냥 가족들이 나가고 나면 TV채널만 돌리는지 알았다. 전자동이라는 세탁기는 손과 발 머리까지 사용해야만 하고, 세제양도 정량이 따로 있단다. 음식은 또 왜 이렇게 어려운지. 그뿐이 아니다. 은근한 이웃과의 신경전은 한달용돈의 반을 등심으로 살수도 있는 어려운 일이 주부였다. 처음엔 몰랐다. 이렇게 어려울지 말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제야 알아버린 아빠와 엄마와 딸. 별로 일을 열심히 하는것 같지 않은 아빠가 회사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에 두눈이 반짝인다. 독채라니... 이게 뭔가 싶은데, 역시 우리처럼 일본도 중국음식을 썩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떻게 자랐는지 모르는 중국채소들이 순식물성을 표방하는 화장품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단다. 이제 이들이 움직인다. 뭔가 뭔지는 모르지만, 엄마몸을 한 아빠가, 아빠몸을 한 엄마가, 그리고 딸의 몸을 한 엄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즐거운 코믹극과 같은 이야기가 솔솔 풍겨져 나온다. 시크릿가든처럼 가볍고 재밌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버리면 재미가 없지 않는가? 청소년을 위한 책속에 가끔은 가족사랑이 들어가 줘야 하니까. 그래야 가슴도 뭉클하고 말이다. 물론, 그 진리를 놓쳤을리 없는 다카히사다. 전작에 대 히트로 시리즈를 만들었고, 전작이 드라마까지 만들었다고 하지 않는다. 작가가 집어놓은 가족애는 이것으로 충분할 듯 하다. 고우메가 손을 놓을순 없다고 하지 않는가. 가족이니까. 너무나 소중한 가족이니까.
줄곧 성가시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은 짜증 난다고 생각했다. 쓸데없는 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힘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신이시여,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건 전부 거짓말입니다. 아빠도 엄마도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분들, 단 하나뿐인 아빠와 엄마. 어찌 되었든, 무슨 일이 생기든, 이 손을 놓을 순 없다. p.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