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고개 탐정 4 : 과거의 친구 -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 후속작 스무고개 탐정 4
허교범 지음, 고상미 그림 / 비룡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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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친구에 대한 밑밥은 충분히 깔아졌다. 이제 드디어 과거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려는지 스무고개 탐정의 소제목이 「과거의 친구」다. 도대체 스무고개 탐정의 과거의 친구는 무슨 원한이 있었기에 그렇게나 스무고개 탐정과 그의 친구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 검은 베일에 쌓여있는 범인을 요즘 아이들은 코난속 범인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툭하면 '코난 사건을 해결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스무고개 탐정」에서는 조금은 기다려야 한다. 스무고개를 끝내야 범인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빠르게를 외치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통해 인내심을 배우게 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다면 아이 뿐 아니라 함께 읽는 부모에게도 성공을 거둔것 같다.

 

 

 

「스무고개 탐정」시리즈가 아이들 사이에선 워낙에 유명해서 등장하는 친구들을 따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지만 오랜만에 시리즈 중간을 읽게 되면 친구들 이름이 헷갈린다. 지금까지 스무 가지 질문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스무고개 탐정을 제외하고 미니전사 프라모델 모으기가 취미인 문양, 학교 최고의 정보통 명규, 스무고개 탐정과 같은 반 친구로 탐정에게 관심이 있는 다희, 초등학생 마술사인 마술사와 말라깽이 형이 주요 등장인물이었다. 이번화에는 말라깽이 형이 임석진이라는 본명으로 교생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 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어리숙하게 다가왔던 말라깽이 형이 교생 선생님이라니 역시 허교범 작가다. 소리소문 없이 박쥐버거에서 사라져버린 말라깽이 형을 그리워할 친구들이 많을테니 말이다. 이제 남은 등장인물은 단 한명, 「고양이 습격 사건」의 범인이지만 베일 속에 가려진 과.거.의. 친.구.다.

 

「고양이 습격 사건」에서 문양이를 괴롭히던 과거의 친구가 스무고개 탐정에게 정면 대결을 선포하면서 시리즈 네번째 이야기인 「과거의 친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돌아오는 가을 소풍날, 과거의 친구는 스무고개 탐정을 한 번에 굴복시킬 함정을 파 놓을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한다. 워낙에 전작에서 고생을 해서 인지 스무고개 탐정과 아이들은 여러 각도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면서 스무고개 탐정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된 스무고개의 질문을 시작한다. 이제 가을 소풍날까지 해결을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소풍날이 연기되면서 스무고개 탐정과 친구들이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게다가 과거의 친구가 만들어 놓은 덫에 빠져 전학 위기에 처한 스무고개 탐정. 아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것 처럼 보이지만, 그렇다면 스무고개 탐정과 친구들이 아니다.

 

"스무고개 탐정은 남을 괴롭히는 아이들과 싸우다가 여러 학교를 떠돌아다니게 된 거예요. 그런 모습을 지켜본 내가 우리 학교로 불렀는데, 믿을 리가 없지요." (p.100)

 

학교에서 유일하게 스무고개 탐정의 비밀을 알고 있는 교장선생님의 말을 통해서 조금씩 스무고개 탐정의 과거를 알게 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스무고개 탐정을 알 수는 없다.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숨어들어 스무고개 탐정과 네 명의 친구들을 감시하고 괴롭힐 궁리를 할 뿐 아니라, 스무고개 탐정을 전학 보내기 위한 계략을 꾸미는 과거의 친구.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스무고개 탐정의 번뜩이는 추리는 사건의 긴장감을 높이고, 사건을 해결하는 내내 물심양면 돕는 네 아이들의 우정이 빛을 발하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나갈지 숨죽이면서 따라가게 된다. 스무고개 탐정과 네명의 아이들. 그리고 드디어 밝혀지는 과거의 친구. 과거의 친구가 악역처럼 다가오긴 하지만 친구다. 이 친구들이 어떤 사건들을 함께 해결해나가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한 「스무고개 탐정」시리즈는 아이들에게 친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다. 참, 스무고개 탐정의 트레이드 마크인 졸라맨 둘의 의미가 밝혀지니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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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비룡소 클래식 38
빅토르 위고 지음, 귀스타브 브리옹 그림, 염명순 옮김 / 비룡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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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어린이 명작동화>라는 TV프로그램이 있었다. 학교 끝나고였는지, 학교 가기 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프로를 보기위해서 시간 맞춰서 TV앞에 앉았던 기억이 난다. 인형극으로 꾸며졌던 기억도 나고, 동화 형식으로 꾸며졌던 기억도 나는 걸 보면, 다른 프로그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프로를 통해서 세계 명작이라고 이야기하던 고전들을 만났었다. 그 시절에 만났던 코제트와 장발장은 여전히 내어린 시절의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다. 성인이 되어서 <레 미제라블>을 여러번 읽었었고, 영화와 뮤지컬로로 꽤 자주 만났으니 이야기는 환하게 알고 있지만, 여전히 <레 미제라블>보다는 <장발장>이 더 익숙하고, 커다란 빗자루로 청소를 하고 있는 낡은 옷을 입은 코제트의 삽화보다 인형극으로 만났었던 코제트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내 아이들에겐 내가 알고 있는 <장발장>보다는 <레 미제라블>이 훨씬 다가오는 것 같다. 아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장발장>이 아닌, <레 미제라블> 뮤지컬 이었고, 영화였으니 말이다.

 

 

어렸을때는 '장발장'과 '레 미제라블'이 같은 말인지 알았었다. 우리말로 '장발장'이고, 외국어로는 '레 미제라블'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불어를 몰라서 이기도 했지만, '레 미제라블'이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되어있는 책들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만났었으니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레 미제라블'은 불쌍한, 가련한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깊은 뜻을 이제야 알게 되니 아이들 책을 통해서 여전히 나는 성장한다.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레 미제라블』은 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친 죄로 무려 19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장 발장의 이야기다. 다시 세상으로 나온 장발장은 은 식기를 훔치려다 미리엘 주교로부터 한없는 자비를 배우게 된다. 자비를 배웠으니 열심히 잘 살겠어요하고나면 이야기가 끝일테고, 세월과 함께 근사한 시장으로 등장하는 장발장. 그리고 그 시대에 근본적인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12년에 영화 <레 미제라블>이 공존의 히트를 치면서 그 시대의 배경은 거의 모든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책의 배경이 된 19세기 초반, 프랑스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가난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옮긴이 염명순님의 '옮긴이의 말'을 읽다보면 1815년과 1848년 사이에 파리의 인구 가운데 65퍼센트에서 75퍼센트 정도가 빈민이었다고 하니, 먹고 살기 힘든 농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으며, 이 소설 속의 팡틴처럼 도시 노동자에서 출발해 끝내 제 몸을 팔게 되는 비참한 처지로 내몰리기 일쑤였을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대상 속에서 코제트와 팡틴의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삶은 내가 원하는대로 하나의 길로 가려하지 않는다. 언제나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갈림길을 헤쳐나가고 나면 또 다른 갈림길이 선택을 하게 만든다.

 

빵 한덩이의 선택은 끊임없이 장발장을 고뇌하게 만들고, 은촛대와 코제트라는 선택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버린다. 그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했던 이들의 삶도 함께 바꾸어 버린다. <레 미제라블>은 장발장이라는 한 인물과 그 주변인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역사의 강은 조용히 그들의 삶아래에 흐르면서 그들을 움직인다. 시간에 몸을 의지하는 사람들. 방대한 분량의 원작에 비해서는 짧다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비룡소에서 나온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 시대의 역사, 사회, 종교 및 철학의 면면과 함께 장발장, 코제트, 팡틴, 자베르의 내면을 읽는 재미는 아동용이라 하기엔 거대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가장 멋진 건, 아동용 책 속에 에밀 바야드 등의 19세기의 삽화가들의 펜화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언제 이런 멋진 펜화를 만나겠는가? 이 근사한 경험을 해보실 기회를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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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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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타우누스 시리즈>를 만나야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통해서 만나기 시작한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이야기에 빠져든 사람이라면 아무리 넬레 노이하우스라도 다른 이야기에는 꿈쩍도 안할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나에겐『여름을 삼킨 소녀』처름 서정적인 이야기보다는 이렇게 피튀기는 현장 속 이야기가 흥분되고 읽을맛이 난다. 피아와 주변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결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안심을 하고 머리를 쓰고 몸으로 움직이는 형사들을 따라가는 재미를 놓칠수가 없다.

 

'나는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리러 왔으니 죄를 짊어진 자들은 두려움에 떨 것이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독일 타우누스 지방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있는한은 전혀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이 아닐 것만 같다. 무슨 사건 사고가 이렇게도 많이 일어나는지 전 세계에서 가장 끔찍하다고 하는 사건들은 이곳으로 모두 모이는것만 같다. 아니, 내가 사랑하는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형사 주변에도 무궁무진한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절반쯤으로 생각한다해도 사건 사고가 많아도 너무 많다. 벌써 이 곳에서 일어난 굵직 굵직한 사건들이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 또 다시 한번도 가보지 않은 독일의 타우누스 지방으로 여행을 하려하고 있다. 2012년 12월 19일 수요일, 매일의 일상처럼 개를 산책하던 노부인 잉게브로크 롤레더가 총에 맞아 살해된다. 총에 맞아 살해되다니 유럽은 유럽이구나하고 넘겨버릴까?

넘길수가 없다.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연쇄 살인범의 탄생? 20일 목요일 마가레터 루돌프, 25일 화요일 막시밀리안 게르케, 28일 금요일 위르멧 슈바이츠, 31일 월요일 랄프를 지나 다음해 1월 초까지의 살인 행렬. 죽은이들의 공통점이 나오면 사건이 해결될 수 있을까? 그저 개를 산책시키던 노인, 요리를 하던 부인, 빵집 종업원, 학교 선생님까지 평생 나쁜 일이라고는 저지르지 않은 선량한 사람들이 '스나이퍼'의 총에 맞아 살해되었다. 원거리, 정확한 조준. 재미를 위한 사이코패스의 행동일까? 아니면 선량한것 처럼 보이는 이들의 뒷면에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는 것일까? 신혼여행 가신다는 피아가 이곳에 남을 걸 예측하는 이는 전 남편인 헤닝만 있는 건 아니었다. '크리스토프는 피아가 떠나지 않을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헤닝이 그랬던 것처럼. 알고 보면 세 사람은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다. 피아는 셋 다 일에 목매다는 사람들이라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p.73)

완벽하게 뒷처리를 했다지만 '스나이퍼'가 남겨놓은 단서들을 하나 하나 따라가면서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살해된 이들의 가족이 장기 이식을 하고 죽은 키르스텐 슈타들러와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키르스텐 슈타틀러의 죽음을 외면했던 레나테 롤레더의 엄마, 잉게브로크 로레더를 시작으로 구급차 운전요원이었던 파트릭 슈바르처의 부인 위르멧 슈바이츠, 장기이식 상담자로 7개월정도 일했던 베티나 카스파 헤세의 남편 랄프 뿐 아니라 살해된 모든 이들이 키르스텐 슈타들러와 관계가 있었다. 그녀의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 수면위로 나타나면서 그저 스처 지나가는 사람들로 여겨졌던 이들에 다른 모습들이 보여지기 시작한다.

키르스텐의 아들 에릭 슈타들러, 딸 헬렌 슈타들러, 남편 디르크 슈타들러, 키르스텐의 부모인 리디아 빙클러와 요아힘 빙클러가 유력해보이지만, 헬렌의 약혼자인 예스 하르티히와 헬렌의 양아버지인 마르크 톰슨도 무시할 수가 없다. 모두들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2012년 12월 19일부터 일어나 사건은 2013년 1월 2일에 끝을 맺는다. 다른 이야기들처럼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해결을 해서 끝냈다고 할수 없는 끝맺음 일지라고 사건은 끝이난다. 더 빨리 사건의 윤곽이 잡힐수도 있었을 사건은 브스바덴에서 온 비밀병기라는 안드레아스 네프의 잘못된 프로파일러와 에렌베르크가 전달하지않은 제보 전화의 내용으로 인해서 먼곳을 돌아오게 만들어 버린다. 작은일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 큰 사고를 만들어 내는것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인 듯 싶다.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은 헬렌 슈타들러. 한 사람의 죽음후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삶을 다시 얻은 사람들. 그리고 자신들에 이익을 위해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이 조금씩 풀려나가기 시작한다. 죄없는 사람들의 죽음.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병원에서 키르스텐 슈타틀러의 장기를 차지하려고 죽게 놔둔 거라면 모든 살인 사건의 동기가 확실해지는 거고, 우린 그 일에 관계된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내기만 하면 되겠네요." (p.317)라고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분명 스나이퍼를 알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만, 넬레 노이하우스는 그것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스나이퍼가 되어야만 했던 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왜 스나이퍼가 되어야만 했는지를 말이다. 옮긴이인 김진아의 말처럼 평생을 슬픔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고, 남의 슬픔은 공감할 필요가 없는 문제처럼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에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고 누군가의 슬픔에 공감하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사람은... 분명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 말이다. 서로 기대어 서있어야만 완성이 되는 '사람 인(人)'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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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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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탐정 갈릴레오』,『예지몽』,『성녀의 구제』,『갈릴레오의 고뇌』의 공통점을 단번에 찾아낼 것이다.  탐정 갈릴레오라 불리는 데이토 대학 물리학부 교수 유가와. <탐정 갈릴레오>시리즈는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뇌가 섹시한 유가와가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이 그려져 있는데, '뇌섹남'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물로 다가온다.  『성녀의 구제』를 읽은지가 꽤 된것 같은데, <탐정 갈릴레오>시리즈의 3편인 『한여름의 방정식』을 이제야 만났다.  국내에서 출간된지 1년이나 지난책을 이제야 읽고 있으니 참 느리다.  하지만, 전에 읽었던 『성녀의 구제』보다 이번 책이 내게 다가오는 느낌은 훨씬 쫀득하게 다가오고 훨씬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과학자는 돈벌이가 되느냐 안 되는냐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아.  과학자가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 어느 쪽이 인류에게 더 유익하냐는 거야.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설사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그 길을 선택해야 해.  물론 유익하면서 이득도 되면 이상적이겠지." (p.84)

 

갑자기 무슨 뜬끔포냐 하겠지만,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인물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아니, 우리가 바라는 과학자의 모습이 딱 이런 모습 아닐까 싶다. 타인과의 관계를 융통성있게 하지는 못할지라도 왠지 이런 과학자라면 믿고 의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가와가 하는 말은 유가와의 사상을 과감없이 드러내주고 있다.  인간이기에 자기 이익을 따지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과학자는 인류에게 더 유익한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유가와의 생각이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바라는 과학자의 모습일 것이다.

 

'여름 바다, 불꽃놀이, 소년과 천재 과학자, 그리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책커버 뒤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 한 문장 속에 소설의 모든것이 녹아져 들어가 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여관을 운영하는 고모네로 가는 초등학생 교헤이와 유가와 교수의 만남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가와에게 교헤이가 고모네 여관을 소개하고, 유가와는 그곳에서 묵기로 하면서 이야기의 밑작업은 끝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유가와가 등장했으니 독자입장에서는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는걸 알고 있다.  하지만 환경문제 외에는 아무런 뉴스거리조차 없는 마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걸까?  '두둥~'하고 배경음악이라도 깔아 놓은 것 처럼 두 사람이 여관에 온 다음 날, 또 한 사람의 투숙객인 쓰카하라 마사쓰구가 항구 근처 바위 위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겉보기엔 단순 추락사인것 처럼 보이던 변사체는 전 경시청 형사로 밝혀지고, 부검 결과 수면유도체가 검출되고 일산화탄소 중독사임이 드러난다.  의도적으로 중독사 시켜 제방에 버린 살인 사건이라면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조용하던 시골마을은 한순간의 무시무시한 사건의 현장이 되어 버린다.  하리 경찰서와 현경 본부가 수사 동조를 시작하면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마을에 온 쓰카하라의 행적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하지만, 도대체 무슨 연유가 있는건지 찾아 낼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한 사람. 앉은 곳에서 천리를 보고 있는 유가와가 가만히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유가와는 뭘 하고 있는 걸까?

 

"유가와 교수는 확증을 얻을 때까지 추리 내용을 일절 애기하지 않죠.  느닷없이 이상한 걸 조사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그걸 맞춰 줄 수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거예요."

"우리가 손발이 돼서 유가와의 두뇌를 보조한다, 늘 해 오던 패턴이야." (p.194)

 

로쿠간소 여관 로비에 걸려있는 그림 한점, 16년 전 쓰카하라 형사가 구속시킨 센바 히데토시,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것 처럼 보여지던 것들이 흩어져 있던 퍼즐조각들처럼 하나씩 맞추어지기 시작한다.  유가와의 손발은 확실하게 유가와의 두뇌를 보조하면서 사건은 시나브로 진상에 다가서지만, “이번 사건의 결말이 잘못되면 한 사람의 인생이 크게 뒤틀릴 우려가 있다”며 유가와는 끝까지 사건과 범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다.  16년 전에 일어났던 살인사건.  사건은 조용히 해결이 되었는데, 그 사건의 해결은 해결이 제대로된 답이 아니었던 걸까?  여관 가족이 숨겨야만 하는 비빌.  눈부시게 아름다운 수정빛 바다와 불꽃놀이를 하는 소년과 고모부.  인생엔 정답이라는것이 없다.   지금 yes라고 외치는 것이 답일수도 있고, no라고 거절하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어쩌면 기다려야 하는 것이 답일수도 있다.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다.  유가와가 교헤이에게 들려주는 말은 어쩌면 생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인생도 그래. 금세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가 앞으로도 많이 생겨날 거야.  그때마다 고민한다는 건 의미 있고 가치도 있는 일이지.  하지만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어.  해답을 찾아내려면 너 자신이 성숙해져야 해. 그래서 인간은 배우고 노력하고 자신을 연마해야 하는 거지." (p.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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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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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츤데레를 만날 수 있는 이유. 오베 아저씨~~ 안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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