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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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탐정 갈릴레오』,『예지몽』,『성녀의 구제』,『갈릴레오의 고뇌』의 공통점을 단번에 찾아낼 것이다.  탐정 갈릴레오라 불리는 데이토 대학 물리학부 교수 유가와. <탐정 갈릴레오>시리즈는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뇌가 섹시한 유가와가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이 그려져 있는데, '뇌섹남'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물로 다가온다.  『성녀의 구제』를 읽은지가 꽤 된것 같은데, <탐정 갈릴레오>시리즈의 3편인 『한여름의 방정식』을 이제야 만났다.  국내에서 출간된지 1년이나 지난책을 이제야 읽고 있으니 참 느리다.  하지만, 전에 읽었던 『성녀의 구제』보다 이번 책이 내게 다가오는 느낌은 훨씬 쫀득하게 다가오고 훨씬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과학자는 돈벌이가 되느냐 안 되는냐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아.  과학자가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 어느 쪽이 인류에게 더 유익하냐는 거야.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설사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그 길을 선택해야 해.  물론 유익하면서 이득도 되면 이상적이겠지." (p.84)

 

갑자기 무슨 뜬끔포냐 하겠지만,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인물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아니, 우리가 바라는 과학자의 모습이 딱 이런 모습 아닐까 싶다. 타인과의 관계를 융통성있게 하지는 못할지라도 왠지 이런 과학자라면 믿고 의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가와가 하는 말은 유가와의 사상을 과감없이 드러내주고 있다.  인간이기에 자기 이익을 따지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과학자는 인류에게 더 유익한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유가와의 생각이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바라는 과학자의 모습일 것이다.

 

'여름 바다, 불꽃놀이, 소년과 천재 과학자, 그리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책커버 뒤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 한 문장 속에 소설의 모든것이 녹아져 들어가 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여관을 운영하는 고모네로 가는 초등학생 교헤이와 유가와 교수의 만남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가와에게 교헤이가 고모네 여관을 소개하고, 유가와는 그곳에서 묵기로 하면서 이야기의 밑작업은 끝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유가와가 등장했으니 독자입장에서는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는걸 알고 있다.  하지만 환경문제 외에는 아무런 뉴스거리조차 없는 마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걸까?  '두둥~'하고 배경음악이라도 깔아 놓은 것 처럼 두 사람이 여관에 온 다음 날, 또 한 사람의 투숙객인 쓰카하라 마사쓰구가 항구 근처 바위 위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겉보기엔 단순 추락사인것 처럼 보이던 변사체는 전 경시청 형사로 밝혀지고, 부검 결과 수면유도체가 검출되고 일산화탄소 중독사임이 드러난다.  의도적으로 중독사 시켜 제방에 버린 살인 사건이라면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조용하던 시골마을은 한순간의 무시무시한 사건의 현장이 되어 버린다.  하리 경찰서와 현경 본부가 수사 동조를 시작하면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마을에 온 쓰카하라의 행적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하지만, 도대체 무슨 연유가 있는건지 찾아 낼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한 사람. 앉은 곳에서 천리를 보고 있는 유가와가 가만히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유가와는 뭘 하고 있는 걸까?

 

"유가와 교수는 확증을 얻을 때까지 추리 내용을 일절 애기하지 않죠.  느닷없이 이상한 걸 조사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그걸 맞춰 줄 수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거예요."

"우리가 손발이 돼서 유가와의 두뇌를 보조한다, 늘 해 오던 패턴이야." (p.194)

 

로쿠간소 여관 로비에 걸려있는 그림 한점, 16년 전 쓰카하라 형사가 구속시킨 센바 히데토시,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것 처럼 보여지던 것들이 흩어져 있던 퍼즐조각들처럼 하나씩 맞추어지기 시작한다.  유가와의 손발은 확실하게 유가와의 두뇌를 보조하면서 사건은 시나브로 진상에 다가서지만, “이번 사건의 결말이 잘못되면 한 사람의 인생이 크게 뒤틀릴 우려가 있다”며 유가와는 끝까지 사건과 범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다.  16년 전에 일어났던 살인사건.  사건은 조용히 해결이 되었는데, 그 사건의 해결은 해결이 제대로된 답이 아니었던 걸까?  여관 가족이 숨겨야만 하는 비빌.  눈부시게 아름다운 수정빛 바다와 불꽃놀이를 하는 소년과 고모부.  인생엔 정답이라는것이 없다.   지금 yes라고 외치는 것이 답일수도 있고, no라고 거절하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어쩌면 기다려야 하는 것이 답일수도 있다.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다.  유가와가 교헤이에게 들려주는 말은 어쩌면 생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인생도 그래. 금세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가 앞으로도 많이 생겨날 거야.  그때마다 고민한다는 건 의미 있고 가치도 있는 일이지.  하지만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어.  해답을 찾아내려면 너 자신이 성숙해져야 해. 그래서 인간은 배우고 노력하고 자신을 연마해야 하는 거지." (p.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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