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19 - CSI, 소중한 우정을 지키다!, CSI 시즌 2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19
고희정 지음, 서용남 그림, 곽영직 감수 / 가나출판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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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가 태양이에게 고백을 했을까?  18권을 덮자마자, 19권을 집어 들었다. 아이들의 사랑도 사랑이다. 요 어린것들이라고 치기어린 눈으로 바라보기에는 첫사랑이 주는 아련함은 아이건 어른이건 두근거리게 만든다.  어떻게 되었냐고?  아이들은 알았었나보다.  별이에 용기있는 행동에 도전을 받은 수리가 태양이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다.  태양의 반응은?  안절 부절.  두 녀석다 우주공간을 돌아 다니는 것만 같은 서먹함. 이를 어쩐담.  게다가 이 서먹한 분위기에 슬쩍 놀림까지 얹어주시는 어수선 선생님.  태양이는 혜성이만 바라보던 별이를 좋아했단다. 물론, 수리에게는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짝사랑이든 첫사랑이든 사랑은 달콤하기만 한것은 아닌가보다.

 

 

 <CSI, 소중한 우정을 지키다!>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화보다는 이야기들이 따뜻하다.   운동이네 부모님이 계시는 건물이 특정 시간만 되면 흔들리기 시작한단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진동과 공명현상으로 알아보는 '흔들리는 건물', 어김없이 찾아오는 CSI의 특훈. 이번엔 해병대다.  가는 날이 장날?  아이들이 가는 곳엔 사건이 발생한다.  '어는점 내림' 현상으로 알아본 '돌고래는 왜 죽었을까?', 해병대 훈련후 찾아온 달콤한 휴식. 팬션에 들어온 도둑을 잡아라. 물의 순환과 서리로 알아보는 '누가 도둑일까?', 마지막으로 음식점에서 일어난 강도살인사건, 피의 순환과 시반으로 알아본다. '수상한 강도 사건'.

 

 아이들이 읽는 책 치고는 살인사건을 다룬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여간 걸리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번엔 우정을 이야기하기 때문인지, 다른 편들과 비교해서는 굉장히 약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렇다고 과학 상식이 약한것은 아니다.   1940년 미국 워싱턴 주에 지어진 타코마 다리는 개통 4개월만에 시속 63Km 바람에 무너졌다.  엄청난 강품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 된 다리가 어이없게 무너진 이유는 바람의 진동수가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해 공명 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란다.  2000년에 있었던 런던 밀레니엄 다리의 개막식에서도 2천명의 행인들이 동시에 발을 맞추어 다리가 심하게 흔들렸다고 하니, 작년에 발생했었던 강변역에 있던 전자상가 생각이 났다.  건물주측에서 주장했던 것이 공명현상이었는데, 해결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두번째로 다룬 내용은 돌고래에 때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돌고래의 때죽음을 두고 간척사업 때문인지, 어민들의 그물 때문인지에 관한 논란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하고 있는데, 때죽음에 원인은 바닷물의 민물화로 '어는점 내림'현상 때문이었다.  숨을 쉴 수 없었던 돌고래가 때죽음을 당한것이었는데, 이 '어는점 내림'현상은 용액 속에 녹아 있는 용질의 입자 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용질이 많이 녹아 있을 수록 '어는점 내림' 현상은 더 켜저서 농도가 진한 소금물일수록 더 낮은 온도에서 얼게 된다는 것이다.  간척사업을 위한 방조제로 바닷물의 수위를 낯췄고, 그로 인해 방조제 안쪽의 염도가 낮아져 바다가 얼어서 고래들이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해 질식사했다는 내용이었는데, '어는점 내림'현상 뿐 아니라, 생태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CSI는 내가 몰랐던 많은 상식들을 알려준다.  시반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알았다.  과학소설들을 읽으면서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 걸 보면 이렇게 잘 설명을 해줬던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시반이란 사망 후 혈구의 이동으로 피부의 작은 정맥과 모세혈관에 모인 적혈구가 피부 밖으로 비쳐 빨간빛 혹은 보랏빛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란다.  즉, 누운 상태에서는 등 쪽으로, 서 있는 상태라면 다리 쪽으로 적혈구가 이동해 시반이 생기는데, 사후 약 12시간 이상이 경과되면 시반이 최고조에 달하고, 부패가 되기 전까지 유지된다고 하니, 시반으로 사체의 이동여부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단다.

 

 사건은 해결이 되었고, 수리와 태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제목이 <CSI, 소중한 우정을 지키다!>아닌가?  태양이도 수리도 우정을 지키기로 했단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면 CSI가 아니다. 다른 사건이 터져야 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까?  20권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다음편이 궁금한데, 19권 말미엔 스타 기획사에서 별이를 길거리 캐스팅 했다.  물론, 별이는 단호하게 거절.  지금까지 길거리 캐스팅을 당한것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하니, 이번엔 아이들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또 잘난체 한다고 할까?  시즌 1이 10권으로 끝이나서, 시즌 2 역시 10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1권부터 시작해서 19권까지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굉장히 많은 과학 상식들을 배웠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감이 있지만, 고학년부터는 생활 속 과학으로 연결이 되어서 이해도 빠르다.  그리고 시리즈 자체에 하나의 줄거리가 있어서 재미도 상당하다.  글밥이 적은 편이 아님에도 몰입도가 상당히 높은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만화로도 나온다고 하니 기대 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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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18 - CSI, 최고의 형사가 되다!, CSI 시즌 2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18
고희정 지음, 서용남 그림, 곽영직 감수 / 가나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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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만에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를 만났건지 모르겠다.  도서관 대여목록에 기입해 놓고도 거의 석달만에 책이 들어와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어찌나 인기가 있는지, 들어오는 날을 한참 지나서야 빌릴 수 있었지만, 아이들 반응은 역시 뜨거웠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16권과 17권은 과학 상식과 함께 과학 형사 학교 아이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었다.  법화학자를 꿈꾸기 시작하는 원소, 탐전을 꿈꾸는 철민, 법을 공부하기 시작하는 태양이와 글쓰기에 두각을 나타내는 수리까지.  CSI의 장점은 과학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18권도 예외는 아니다.

 

 

 CSI 2기 과학형사인, 강별, 황수리, 양철민, 신태양과 어린이 형사 학교 학생인 송화산, 최운동, 정원소, 소남우.  이 멋진 아이들과 어린이 형사 학교 선생님들이 18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을까?  태양계와 행성의 원리를 이용한 '간첩 체포 작전', 균류와 버섯에 대한 과학 원리를 알려주는 '증거물은 알고 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알려주는 '누가 총을 쐈을까?'와 나트륨 반응에 대한 과학 원리가 들어있는 '킬러를 잡아라!'.  초등과학 시간에 다 배웠던 내용인것 같긴 한데, 시간과 함께 슬슬 잊혀져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잊혀져가고 있던 과학 상식을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는 다시 머릿속에서 끌어내고 있다.

 

 2006년 국제천문연맹인 IAU(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는 행성의 조건을 크게 세 가지로 정하고, 이 세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행성이라 하기로 했다. 1.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태양계 천체여야 할 것. 2. 충분한 질량을 가지고, 자체 중력으로 구형을 유지할 것. 3. 주변 궤도의 천체 중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  왜 이런말이 나왔을까?  나의 어린시절 명왕성은 태양계의 행성이었다.  지금은 '왜소행성 134340'으로 불린다. 명왕성은 달의 2/3크기에 지구형 행성이나 목성형 행성과는 달리 대부분으로 얼음으로 이루어져 행성에서 퇴출 되었다.  작아서 태양계가 이젠 아니다라고 알았지, 정확한 근거를 모르고 있었는데, 근거를 알게되었고, 6학년 1학기 과학으로 배웠던 태양계 행성의 크기인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지구-금성-화성-수성'순서도 다시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균류와 버섯에 과한 상식과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지나면, 얼마전에 큰 아이가 배웠던 산성/염기성 용액을 알아보는 지시약에 관한 실험이 나온다. 나트륨 폭발을 알아보기 위해서 페놀프탈레인 용액을 사용하는 것이다. 나트륨 금속은 물과 만나면 격렬하게 반응해 수소기체와 수산화나트륨을 발생시키는데, 이때 발생하는 열과 수소 기체에 의해 수소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함께 발생한 수산화나트룸은 페놀프탈레인 용액을 만나면 붉게 변화 시킨다. 또 한가지, 나트륨의 불꽃반응은 노란색이라는 것도 잊으면 안된다. 금속 원자가 포함된 물질을 겉불꽃 속에 넣으면 특유의 불꽃색이 나타나는데, 이를 '불꽃반응'이라고 한다. 붕소-밝은 녹새, 칼륨-보라색, 알루미늄-은백색, 구리-청록색, 나트륨-노란색과 같은 불꽃이 나타나는데, 이를 이용한 것이 어두운 밤하늘을 알록달록 화려하게 수놓은 불꽃놀이다.

 

 과학상식은 엄마입장에선 강추하는 내용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과학상식보다 별이에 짝사랑이 궁금했을 것 같다.  요리를 좋아하는 혜성이를 짝사랑 하던 별이가 혜성이를 잡았다.  이제는 포기한단다.  그동안 첫사랑이 되어 주셔서 고맙단다.  얼마나 멋진가?  CSI2기에서 우리집 큰아이는 별이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모른다.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자꾸 방해를 한다고 말이다.  딱 6학년아이들의 이야기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오랜만에 별이에게 동정의 눈길을 주는 것을 보니 아이는 아이다.  이번엔 수리의 문제가 남았다.  우영히 별이와 혜성이의 애기를 들은 수리. 이젠 수리도 태양이에게 고백을 할 것 같은데...딱 거기서 이야기가 멈춘다.  19권을 기대하시라하고 말이다.  콩닥콩닥 가슴 뛰는 이야기. 수리는 태양이에게 마음을 고백 했을까? 아이의 가슴만큼 내 가슴도 뛴다.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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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황소
션 케니프 지음, 최재천.이선아 옮김 / 살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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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컨베이어에 있을 때는 소처럼 행동할 필요가 전혀 없어. 아직 모르겠어?  슈트 컨베이어에서는 날뛰고 발길질하고 공격을 하거나 뿔질을 할 필요가 없어.  내가 진실을 말해 줄게. 이제 이 농장 생활은 끝났어. 소들도 세련되게 사는 거야. 인간의 은혜를 받는 거야.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추위와 배고픔에서 구원을 받는 거야. (p.112)

 

 

 요상한 소 한마리가 있다. 만약 사람들이 우리를 데려가지 않으면 우리는 굶어죽고 말 것이다. 우리가 굶어 죽으면, 그들 또한 굶어 죽는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이곳의 법칙이다.(p.10) 라고 생각하는 녀석이다.  그래서 다른 소들과 함께 사람을 기다리는 이 녀석은 황소다. 고월 농장에서 엄마소와 함께 살고 있던 이 녀석은 스스로 '에트로'라고 부른다.  에트로는 프랑스어로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단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에트로가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아무도 듣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 녀석의 눈에 슈트 컨베이어는 별 세계였다.  그러니, 그곳으로 간 소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것 또한 충분히 이해가 된다.  심지어 에트로의 엄마소까지도 말이다.  얼마나 좋은 곳이기에 어린 소를 버려두고 가서는 돌아오지 않을까?    

 

 지적인 황소 에트르는 농장에 있는 소년이 말하는 말도 정확이 이해하고 똑똑하게 알아 듣는다. 에트르는  소년과 농장주와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대부분의 말을 배웠으니까 말이다. 어느 황소도 말을 배우고 노래를 하려하지 않는다.   오직 소년만이 노래를 할 줄 안다. 암소는 노래를 부르지도 않고, 에트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말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에트로는 다르다. 단지 아무도 못 알아듣는 다는 것 밖에.  주고 받는 말이라고는 '앙프'와 '엉프'밖에 없는 소떼들.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이 녀석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왜 암소가 그의 눈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덕위의 산 밑에서 만난 암소는 그의 그녀가 되어버렸고,  애트로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재는 내 암소야. 검은 황소 넌 절대로 그녀를 가질 수 없어.  잘들어! 나도 너처럼 풀을 먹어.  나도 너처럼 뿔이 있어.  나도 너처럼 성질 있는 황소라고."(p.67)

 

 가족애를 지니고 있는 특별한 존재, 에트르.  그에게 암소는 그저 그런 소가 아니었다.  농장의 절대권력인 검은 황소에게서 지켜내야 할 존재였고, 그가 책임을 져야만 할 존재였다.  암소와 암소가 낳은 수송아지까지도.  그렇게 암소와 수송아지를 지키고 있는 에트르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기회라고 믿었다.  별 세계로 가는 슈트 컨베이어.  그곳에 들어가기 전에 맛보는 너무나 맛있는 건초들.  그곳에 수송아지가 들어오지 못함이 가슴 아팠다.  새끼를 지켜야만 하는데. 그러고 에트르는 보게 된다.  평소 막연히 짐작만 하던 자신들의 운명을.  자신의 암소가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보면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살아남은 수송아지를 지키기 위해서.

 

 그제서야 에트르는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소가 개를 앞지를 수 없는 발, 울지 못하는 눈동자, 먹기만 할 뿐 소리 내어 외칠 수 없는 입을 가지고 태어난 하등동물이라고 생각 한다.'(p.126)라고 말이다.  소들은 주는 대로 먹지 않고 굶을 수도 있지만 어느 소도 그렇게 하는 소는 없었다.  심지어 에트르도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에트르의 발밑에 소년이 있을 때,  에트르가 농장의 울타리를 넘어 밖으로 나갔을 때, 따라오는 것은 오로지 수송아지 밖에 없었다.  송아지와 함께 한 길. 송아지는 농장의 케일이 먹고 싶었을 것이고,  목초지의 풀이 먹고 싶을 것이고, 목장 생활의 가장 큰 덫인 익숙함이 그리울웠을 것이다.  하지만 에트르는 절대로 다시는 농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송아지의 무지의 유혹은 이렇게 고통을 넘어서고 있었다.

 

 에트르와 어린 황소의 앞날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에트르에 말처럼 인도로 가서 행복하게 살수 있을까? 절벽넘어 알수 없는 곳으로 가면 새로운 목초지가 있을까?  꿈을 꾼다.  오로지 황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꿈꾸는 황소>. 에트르는 꿈을 꾼다.  꿈을 꾸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꿈을 꾼다. 암소와 수송아지와 함께 하는 꿈을 꾼다.  진짜 황소처럼 살고 싶었던 에트르.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 구달이 권하고 있고, 채식주의자라는 이효리가 권하고 있는 책. 이들이 권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동물과 인간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없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하지 않더라도, 아니, 그런 물음을 생각 조차 하지 않더라도, 에트르가 말하는 것은 주어진 삶에 익숙해지는 것, 그보다 잔인한 운명은 없다 가 아닐까?   에트르의 마지막 말을 듣고 실망하지 않기를. 그래도 에트르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나는 절벽까지 가서 그 끝을 내려다본다.  내 아래쪽, 내 시야가 닿는 그곳에, 수천 마리의 소들이 울타리가 둘러진 목초지 안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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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2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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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활자는 영혼을 가지고 있고 그 영혼은 바이러스처럼 읽는 사람을 감염시킨다. 독서는 치명적인 중독이고 문장의 세례를 받은 자는 평생 그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책과 글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중독자이고 의존자다. - p.64 / 스기야마의 메모 중

 

 

 어떤 일이 벌이지고 있었던 것일까? 1944년 호쿠오카 형무소에서는.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으로 전쟁이 막을 내리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간수였던 이치로는 여전히 감옥 안에 있었다. 이번엔 철창 밖이 아닌 죄수복을 입은 죄수의 신분으로. 그리고 그가 이야기를 한다.  종쟁을 이야기 하기 6개월 전까지의 이야기.  세상과 분리된 적막한 형무소 안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어떤 폭력으로도 꺾을 수 없었던 이상과 두꺼운 벽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자유를 향한 갈망을 가지고 있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스기야마라는 간수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이야기 한다.  이치로가 독방에서 발견을 한것은 탈옥을 위한 터널만이 아니었다.  검열실 밑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통로.  스기야마의 흙 묻은 바지와 검열실 밑에 있던 또 다른 세상. 책들의 무덤이 되어 버려야 했던 곳에 좁고 어둡고 고독한 지하 공간은 경이로운 도서관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치로는 이 사실을 보고할수가 없었다.  비밀 도서관의 존재가 드러나면 도서관은 메워질 것이고 책들은 불 살라질 것이니까. 그는 책의 언어에 목말라 있던 사람이었으니까.

 

 '그것들은 나와 같은 종족이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종이와 잉크를 파먹으며 살아가는 책벌레. 책은 놈들의 먹이였고 은신처였고 무덤이었다. ... 나는 놈들이 부러웠다. 놈들처럼 책 속에서 태어나 책을 먹고 살다 책 속에서 죽고 싶었다.'(p.40)라고 외치는 사람이 책을 불사를수는 없었을 테니까. 놀랄만한 박식함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비밀의 도서관을 만든 사람이 궁금했다. 아니, 그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그들 뿐이었으니까.  스기야마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이치로는 충격과 의문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는 왜 그렇게 상반된 삶을 살았을까?', '그의 본 모습은 무엇일까?', '그를 죽인 진짜 살인자는 누구일까?'  이치로가 사건속으로 들어갈 수록 형무소장인 하세가와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한다.  '깊이 들어가지 마라. 이것으로 스가야마 살인 사건은 종결되었다.'  종결이 아닌 사건, 사건의 범인은 최치수가 아닌데, 최치수로 몰아버리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To be or Not to be' 동주에겐 That is the question의 문제가 아니었다. 동주에게 죽느냐 사느냐는 생과 사를 뜻하는 용어가 아닌 '가만히 있느냐?' '가만히 있지 않느냐', 행동하느냐 행동하지 않느냐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치로의 문제이기도 했다.  살인사건에서 제외된 인물 윤동주.  그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의 시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무너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의무조치 대상자가 되어 의무병동에 들어가건만 그의 머리속 언어들이 파괴되는 것이 느껴진다. "찾아도 없으면 우리가 만들어야 하겠지. 희망, 행복, 꿈 같은 것들과 멋진 시를 말이야. 우리가 바라는 시는 종이 위가 아니라 모든 곳에 있어. 좁은 감방 안에, 굵은 철창 속에 말이야. 나를 가둔 철창 덕분에 난 더 절실한 시를 쓸 수 있게 된거야."(p.134)라고 이야기 하던 이 더러운 형무소에 갇히기엔 너무도 고결한 그가, 단지 이곳에 잠시 머물고 있을 뿐이라는 그의 세계가 변화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나쁜 소식도 아름답게 쓰는 재주가 있던 사람, 희망의 말을 듣고 싶었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들었었던 사람. 그가 옆서를 쓰지 않자 조선인 수용동에 희망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글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역사는 알려준다.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연합군 최고사령부 법무국 검찰과는 1945년 5월 5일 후쿠오카 지역에 불시착한 미 공군 B29 전폭기에 탑승했던 열한 명의 조종사와 승무원등 미군 포로들의 이야기를 밝혀냈다.  그리고 그들이 생체실험을 당했던 곳이 후쿠오카 수용소에 의무국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끔찍한 죄상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그 현장속에 동주가 있었다. 혈청을 만든다면서 의무조치 대상자들에게 바닷물을 주사한 의료진들.  영문없이 쓰러져가던 조선인들. 그 속에 동주가 있었다.   그렇게 동주는 1945년 29세의 나이에, 해방되기 여섯 달 전 2월 16일에 죽음을 맞는다. 

 

 진실은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해야 하는 것입니다.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것입니다. 기록이 불태워지고 감추어졌다 해도 진실은 여전히 그곳에 있습니다, 나의 기록이 소실되고 나의 진술이 사라져도 제가 본 진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p.288)라는 이치로의 말처럼 진실은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해야만 하는 것이다. 동주의 죽음을 기억하면서 이치로는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의무국의 간호사 미도리의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스기야마의 죽음뒤의 진실 역시 긴장감 속에서 밝혀낸다.  전쟁중이기에 가능했다 하더라도 슬픈 이야기들.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윤동주 시인의 시들이 슬쩍 슬쩍 숨겨져 있는것 같지만, 전체를 차지하고 있고, 그가 읽었던 불후의 명작들이 펼쳐지고 있는 <별을 스치는 바람>은 시인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라잃은 백성들, 힘 없는 민초들, 무엇이 그들을 바로 설수 있게 만드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다시는 마태복음 5장 3절의 팔복이 슬프지 않게 하기위해서라도 말이다.

 

 

팔복(八福)  

           - 윤동주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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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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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남자가 죽었다.   입은 실로 꿰메여져 있고, 구타를 당한 뒤 목이 매달린 끔찍한 모습으로 이 남자는 발견된다.  호쿠오카 형무소.  간수병이 었던 스기야마 도잔은 주머니의 시가 적인 종이 한장만을 간직한 채 이렇게 발견되었다.  그리고 스물이 되지 않은 학도병출신 와타나베 유이치가 이곳으로 전입된지 겨우 4일만에 이 살인사건을 맞는다.  죽어서 유령이 된것이 아니라 살아 있을 때부터 유령 같은 인물이었던 스기야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출간 전, 영어권의 대표 명문출판그룹 중 하나인 영국의 팬 맥밀란(Pan Macmillan)에 ‘전 세계 영어판권’이 팔려 출판가에서 화제가 되었던 이정명 작가의 신작 <별을 스치는 바람>은 이렇게 시작된다.  올초를 들썩 거리게 만들던 드라마<뿌리깊은 나무>의 원작가가 이정명 작가다.  드라마로 그에 작품이 만들어질 때마다 흥행을 하고 있으니, 책을 만나기도 전부터 드라마로는 어떻게 탄생할지가 더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윤동주의 이야기라 알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스기야마 도잔이라는 인물의 미스터리 살인 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책을 좋아하던 헌책방 아이, 와타나베 유이치가 있었다.  스물도 안된 어린 소년에게 내려진 명령.  '스기야마의 살인범을 찾아라?'  과연 유이치는 살인범을 찾을 수 있을까?  스기야마의 삶을 파헤치면서 알게 되는 이야기들.  "스기야마 도잔은 책벌레였지. 그는 문장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개 같았어."(p.53), "스기야마 도잔은 섬세한 사람이었어요. 그는 음악을 알고, 시를 이해하고 삶을 사랑했어요."(p.139).  이게 말이 되는가? 일자무식이라는 사람이 책벌레에 음악을 알고 시를 이해하는 사람이었다니.  툭하면 조선인들의 머리를 터트리고 폭행을 했던 사람에게 이런 말이 가당키나 하는가?

 

 서서히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 처럼 보였다.  331번 최치수.  그가 의심스럽다.  죽어라 스기야마에게 폭행을 당했던 인물.   "누가 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누가 살아남느냐가 중요하지." (p.7)라고 이야기하는 인물.  스기야마에게 머리가 깨지고 독방행을 자처했던 인물.  그는 왜 독방으로 향했을까?  그과 동료들의 모습은 다른 이들과 달랐다.  짧아진 바지.  낡고 툭 튀어나온 무릎.  그에게 절대 복종의 의미로 무릎이라도 꿇는었던 것일까?  그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들락거리는 독방.  그리고 그곳을 드나드는 또 한 사람.  그들과는 다른 남자.  스기야마의 주머니 속에서 나온 시와 같은 느낌의 시를 쓴 사람.  '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 사건'에 연루된 조선독립운동분자'로 연루되어 잡혀온 히라누마 도주.

 

그들은 활자 속으로 도망친 영혼들이었다. 그들의 숨결은 책갈피 사이에 살아 있었고 그들의 영혼은 책 속에 깃들어 있었다.  종이는 그 들의 부드러운 피부였으며, 잉크는 그들의 피였고, 사철 실은 그들의 인대였다.  나는 먼지투성이 서가에서 그들을 만났고 그들의 위로를 들으며 자랐다.(p.79)

 

 검열실에서 발견 된 부활, 죄와벌, 레미제라블, 돈키호테, 악의 꽃, 적과 흑. 그리고 히라누마의 시.  오래된 책방에서 책속에 있었던 아이, 유이치.  히라누마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었나요?' '당신도 이들을 알고 있군요?'   글을 아는 사람들.  글을 모르면서 검열관이었던 스기야마.  조선인들의 엽서를 대필해주던 히라누마.  무엇이 그들을 운명의 수레바퀴에 집어 넣었을까?   엽서를 통해서 스기야마에게 말을 건네는 남자.  그남자의 글을 보고 책을 찾기 시작하는 스기야마.   '그는 결코 알지 못했다.  읽는다는 것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것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감각이라는 사실을, 한 줄의 문장을, 한 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한 인간을, 혹은 그의 세계를 읽는 행위라는 것을'(p.169) 이렇게 스기야마 도잔은 변해가고 있었다.  시를 몰랐던 그에게 시를 알게해주고, 잠들어 있던 작품들을 꺼내준 남자, 히라누마.  그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

 

 '어떤책을 읽은 사람은 그 책을 읽기 전의 사람이 아니다. 문장은 한 인간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불치의 병이다. 단어와 구두점들은 몸 여기저기에 세균과 바이러스처럼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문장들은 뼈에 새겨지고 세포 속에 스며들고 자음과 모음은 혈관을 타고 흐른다. 수많은 상징과 비유는 뇌세포를 물들이고 영혼을 재구성한다. 그는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며 돌아가서도 안된다.'(p.220)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 어디서든 모이는 조선인들.  같은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이도저도 아니면 같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은 음모를 꾸미는 것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웅얼댔고, 시끌시끌한 장바닥처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엽서를 대필하는 히라누마.  그가 이야기 한다. "말씀 언(言) 변에 절사(寺), 시(詩)는 말의 사원이지요"(p.236)  일본에 오기 위해서 창시개명을 했던 남자.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아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운다.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를 외치던 스물 네살에 청년. 그가 변하기 시작했다.  재처럼 사그라져 버리고 있는 청년.  냉혹한 검열인이었던 스기야마는 더러운 전쟁이 세상을 송두리째 망가뜨린다 해도 그의 시만은 살아남게 하고 싶었는데, 단 한사람이라도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면 그의 시를 읽고 위안받을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그가 변하기 시작했다.  날리던 연도 날리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처럼 변해버렸다. 낱말과 구두점 하나하나가 물방울처럼 가슴에 맺히게 만들던 청년.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청년의 그림자가 점점 더 사그라 들기 시작했다.  그가 이야기 한다.  졸업을 앞두고 열아홉 편의 시를 베껴 쓴 필사 시집 세 권 중 한 권을 간직하고, 한 권은 함께 하숙하던 정병욱에게 맡긴 후 마지막 한 부를 들고 대학 은사 이양하 선생에게 있다고.  그의 시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히라누마라 불렸던 시인, 윤동주, 그리고 스가야마.

 

 스가야마의 사건을 파헤칠수록 드러나기 시작하는 새로운 사실들.  윤동주를 돕고 있었던 스가야마.  최치수와 윤동주가 있었던 독방과 이어지는 땅굴.  유이치가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변하게 하고 있는가?  그저 영원히 몰랐다면 좀 덜 슬프고, 덜 아팠을 이야기였을까?  너무 늦게 알아버린 진실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히라누마라 불리던 시인의 시들이 가슴을 찌르기 시작한다.  장마가 시작되는 밤에 읽는 시인의 시들이, 그가 들려주는 시의 향연이 축제의 향연이 아닌, 슬픔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글이 되어 다가온다. 창시개명을 괴로워 하던 시인.  지식인의 울분을 시로 표현했던 아름다운 청년. 윤동주. 볕이 쨍쨍한 날 읽었다면 덜 슬펐을까?  시인의 시를 알던 일본인들.  시는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아니, 글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그의 이야기를 읽을수록 슬퍼지건만, 이야기를 멈출수가 없는것은 그를 이렇게 떠나보내기 싫어서 일 것이다.  그래서 또 다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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