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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울 레이터
사울 레이터 지음, 이지민 옮김 / 윌북 / 2022년 1월
평점 :
영원히 사울 레이터
사울 레이터 | 이지민 역자 | 윌북
사진 에세이 / p.312
좋아서 한 일들이었다.
왜 그러한 일을 했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좋았으니까!
초등학생 시절 교실 청소를 할 때 창문을 담당하게 되면, 호~ 호~ 입김을 불어 김을 만들고서 신문지로 문질러 닦았었다. 그러다 가끔은 김이 생긴 창문에 친구들과 낙서를 하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창문은 그저 외부의 공기를 차단해 주는 하나의 물건에 지나지 않게 되었고, 사진을 찍을 때도 내가 찍고자 하는 피사체가 아닌 다른 것이 비추거나 내 모습이 비치는 창문을 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창문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고?!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보는 거리 풍경이 그리고 비나 눈이 내리는 날 어떤 마음으로 사진에 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감탄을 하게 만든 사진 에세이 「영원히 사울 레이터」이다.
「영원히 사울 레이터」에는 크게 2파트로 ‘사울 레이터의 세계’와 ‘사울 레이터 찾기’로 나누어져 있다. 그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던 1940년대 초기작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10여 년간의 미발표작뿐만 아니라 미발표 컬러 슬라이드, 자화상, 그의 삶과 예술에 영향을 준 두 여성 데버라와 솜스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사진과 함께 담긴 시와 같은 짧은 문장들이 매력을 더한다.
사울 레이터는 사후에 더 유명해진 포토그래퍼이다. 12세가 되던 해 어머니로부터 카메라를 선물 받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그는 친구이자 화가인 푸세트 다트에게 포토그래퍼가 될 것을 권유받아 30년 가까이 엘르, 에스콰이어, 보그 등에 사진을 게재했으며, 독일 출판사 ‘슈타이들’의 대표에 의해 60여만에 그의 사진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저 누군가의 창문을 찍을 뿐 대단한 성과가 아니라 말하는 그. 특정 대상을 찍기 위해 촬영을 계획한 적 없고 한쪽 귀퉁이에 보이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사진을 좋아하며 유명해지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본적도 없다. 그저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사진을 찍은 사람.^^
그래서인가?!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이렇게 보고 사진으로 담아보면 어떤 느낌일까? 그 시선을 따라가며 직접 느껴보고 싶게 만든다.
다채로운 색감을 지닌 그의 사진들로 인해 ‘컬러 사진의 시초’라 평가받고 있는 사울 레이터.
사진 덕분에 바라보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는 그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재미를 알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때마침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전시회도 한다고 하니 이 재미를 전시회로 이어가리라~!
ps. 거의 평생을 뉴욕에서 살았지만 뉴욕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어 누가 길을 물을 때면 이곳에 살지 않는다고 답한다는 저자.(네?ㅋㅋㅋ)
▶ 내 삶은 활용하지 못한 기회로 가득하다. p.67
▶ 우리는 색채의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색으로 둘러싸여 있다. p.97
▶ 책을 소장하는 게 좋다.
그림을 감상하는 게 좋다.
인생을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게 좋아서
내게 마음 써주는 이에게 나도 마음을 준다.
내게는 이것이 성공보다 중요했다. 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