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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더 원더 킬러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9월
평점 :
내 사전에 수수께끼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수수께끼를 죽이는 앨리스,
명탐정 ‘앨리스 더 원더 킬러’니까요.
<앨리스 더 원더 킬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가상현실'이 만난 미스터리 소설이다. 아버지처럼 명탐정이 되고 싶은 앨리스가 열 번째 생일을 맞아 아버지로부터 수수께끼를 선물로 받는다. 바빠서 오지 못한 아버지 대신 코모란트 이그리트라는 청년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토끼 귀 모양을 한 헤드기어 '화이트 래빗'이었다. 제한된 24시간 안에 다섯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앨리스는 수수께끼를 잘 풀어 명탐정이 되는 길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까?
'앨리스'라는 단어가 주는 판타지 요소가 나로 하여금 흰토끼를 따라 모험을 떠나보지 않겠냐고 속삭이는 거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앨리스 더 원더 킬러>, 이때만 해도 마지막에 그런 대반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대박'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반전이 주는 그 재미로 다들 미스터리 소설을 읽나 보다. 다 읽고 책 제목을 보니 이제서야 눈에 보이는 것들도 있다.
선물을 설명해 주던 현실의 코모란트 이그리트가 가상공간에서 흰토끼로 분해 게임 마스터가 되어 앨리스에게 수수께끼를 제시해 준다. 첫 번째 수수께끼는 밀실 탈출 게임, 두 번째 수수께끼는 공작부인의 아기 유괴 사건, 세 번째 수수께끼는 다잉 메시지를 남기고 죽은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모임 멤버의 살인사건, 네 번째 수수께끼는 추락사로 가장한 험프티 덤프티의 살인사건, 마지막 다섯 번째 수수께끼는 흰토끼와의 술래잡기다. 이처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변형해 재구성한 다섯 가지 수수께끼를 앨리스와 함께 추리해 나가다 보면 원작 앨리스를 읽은 사람은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나왔던 에피소드가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은 <앨리스 더 원더 킬러>를 통해 원작을 엿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수께끼 이야기 사이에 나오던 에피소드 두 편마저도 마지막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정말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잘 맞추어진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 볼 수 있다.
험프티 덤프티라는 달걀이 담장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앨리스가 "그런 곳에 있으면 위험해"라고 충고했지만 그는 "괜찮아, 내가 떨어지면 왕이 구조병을 보내주기로 했어"라며 자랑했습니다. 앨리스가 떠난 뒤, 달걀이 깨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왕은 약속대로 병사 4,207명을 보냈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이야기 시작 전에는 항상 카드 양식에 간략한 이야기가 적혀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번 에피소드의 내용을 알 수 있기도 했고 여기에서 어떤 내용이 추가되고 변형되어갈지 상상해보며 읽는 재미 또한 있었다. 다섯 개의 수수께끼에 등장했던 캐릭터 중 제일 매력 있었던 캐릭터는 네 번째 수수께끼에 등장했던 험프티 덤프티라는 달걀이다. 해가 뜨고 나서 질때까지 햇빛에 오래 노출되어 있다보니 삶은 달걀이 되지 않기 위해 두 시간마다 자외선 차단 크림을 꼬박꼬박 챙겨 바른다던 험프티 덤프티, 본인이 떨어지면 여왕이 구조병을 보내주기로 했다며 뽐내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나에게 깨알 웃음을 주었던 캐릭터이다. 그런데 떨어지고 나서 구조병을 보내주면 이미 늦은 거 아닌가?! ㅋㅋㅋㅋㅋ
흰토끼에 의해 수수께끼가 주어졌을 때 나 나름대로 추리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어떻게 추리에 성공한 문제가 하나도 없다. ㅋㅋㅋ 열 살 앨리스에게 밀리는 나, 앨리스 어머니는 앨리스가 탐정에 소질 없다고 반대하시던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원하잖아요?!(왠지 내가 쓰면서도 뜨끔^^;) 본인의 직업을 이어받으라고 강요하지 말아 주세요!! 수수께끼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점점 하나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기상천외한 대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어머니가 다섯 개의 수수께끼의 공통점을 설명해 주는 부분에서는 계속 '오~' 하면서 읽었다. 미스터리 소설 초보자인 나에게는 끝까지 놀라움의 연속! ㅋㅋㅋ
토끼 귀 모양을 한 헤드기어 '화이트 래빗'이 현실에도 있다면 증강현실처럼 즐길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만큼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가 아닌 지금 당장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온 가상세계를 통한 모험을 앨리스와 함께 할 수 있어 더 흥미로웠다. 그리고 읽으면서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내용 또한 궁금해졌다. 분명 책으로도 영상으로도 본거 같은데 왜 기억이 흐릿한 건지... 원작을 다시 읽고 <앨리스 더 원더 킬러>를 들여다본다면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미스터리 소설을, 앨리스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물 흐르듯 즐겁게,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다.
앨리스의 세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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