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톨랑의 유령
이우연 지음 / 문예연구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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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맛이 난다는 오르톨랑 새 요리를 아는가?!

오르톨랑은 프랑스 멧새 요리로, '프랑스의 영혼을 구현하는 요리'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그 맛이 천하일품이란다. 그런데 그 맛을 내기위해 새를 산 채로 잡아 살찌우는데, 그 과정이 경악 그 자체다.

눈이 뽑힌 뒤 어두운 곳에서 날지 못할 정도로 살찌워졌던 오르톨랑은 이후 브랜디에 산 채로 담가져 익사된 후 익혀진다.


비명,

비명,

비명,

끔찍한 비명. p.103

혼자 남겨져 홀로 감당해야 했을 아픔과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끊임없이 바라던 희망 메시지가 마음을 적셔오던 한국 단편소설 <오르톨랑의 유령>.

정말 책을 읽는 동안 다양한 상황에서 홀로 남겨진 사람, 물건, 동물 등이 비명을 지르는 듯했고, 그들이 끊임없이 갈구하는 삶을 이룰 수 있도록, 제발 처절한 고독 속 아픔을 벗어나 그들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응원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단편소설 추천 <오르톨랑의 유령>에서는

혼자임에 겪는 외로움과 갈망을 이우연 작가만의 매혹적인 문체로 담은 혼자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가장 강렬하게 와닿았던 오르톨랑 요리에 비유된 독자에게 닿지 않는 글을 쓰는 작가의 창작의 고통과 처절한 고독이 그려진 '주방'이외에도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주인공이 무인도에서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 비둘기 알을 배고픔에 먹어야했던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했던 고양이와 쥐 이야기 '다락방'과

바다사자에 의해 일어난 굴들의 최초의 폭력이자 최초의 입맞춤이었으며 최초의 파티였던 이야기 ‘바다사자의 저택’ 등

강렬하고도 함축적인 짧은 단편 소설에서 때론 처절한 외침과 아픔을, 때론 공포스러운 오싹함을, 때론 사무쳐오는 외로움과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면

도움을 원하는 자가 있다는 것을,

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누군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p.15

고용되지 않은 배우들, 유령들, 실종자들, 아이들의 불가능한 언어와 함께 산다. 그들을 위한 이상한 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서(그 속을 벌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 틈새에서 갈망하고 소리치고 애원하는 글들을 쓴다. 그들을 원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없음에도 살아있는 틈들을 너무나 원하기 때문에 쓴다. 절박하게. 용서받을 수 없을 정도로 원하기 때문에.

이우연

이우연 작가

서울대 미학과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악착같은 장미들>, <거울은 소녀를 용서하지 않는다>에 이어 세 번째 소설을 출간한 이우연 작가.

저자가 쓴 글에서 견딜 수 없는 아픔과 절망 그리고 외로움 등 혼자 끊임없이 소리를 내며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원하던 존재들은 좌절하면서도 살아간다. 마치 나 여기 살아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부딪혀 증명하듯!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던 그 누군가의 이야기, 짧은 이야기 속 강렬함으로 다가온 이야기로, 단편소설을 좋아한다면 <오르톨랑의 유령>을 만나보시길 추천한다.

정말 하나하나 이야기가 강렬했던 한국 단편소설집이었다!

나는 상상할 수 있었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기 위해 나는 죽었단다. 말할 수 없음에, 상상할 수 없음에, 소통할 수 없음에, 그 쉬운 말에 인간을 삶을 신을 의탁하지 않기 위해. 나는, 살해자는 오르톨랑의 죽음을 증언했단다. 살해자는 오르톨랑의 몸의 기억과 사물의 기억과 익사의 순간, 잊힘, 충격, 오아시스처럼 솟아나는 검은 피의 울림을 증언했단다.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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