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맛
그레이스 M. 조 지음, 주해연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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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같은맛 #문학동네프로모터 #협찬


저자의 엄마 '군자'의 파편을 모아 그분의 생존에 대한 한 편의 이야기를 담은 <전쟁 같은 맛>.

문학동네 이달책 11호로 만나 알게 된 신간도서로, 처음엔 제목과 표지와 더불어 짧지 않은 분량이 주는 무거움에 선뜻 펼치지 못했던 책이다. 그런데 첫인상과달리 저자가 담담히 들려주는 회고록 같은 에세이 서술 방식에 술술 읽혀 단숨에 끝을 본 책이다.

​분유 맛은 진절머리가 난다던 엄마. 그 맛을 전쟁 같은 맛이라 표현하는 부분에서 뒤통수를 맞은 듯한 강한 충격이 주어지며 그 뒤에 나오던 음식 이야기에 더불어 그녀의 삶을 마주할 때마다 나를 대입해 보게 된다.

나였다면 그녀처럼 생활할 수 있었을까?

​종종 접해온 한국 전쟁 후의 이야기였지만, 저자의 엄마 '군자'를 통해 보는 삶은 유독 친숙하게 다가와 마음을 때리던 이야기였다.



🔖오빤 내가 아홉 살 때 전쟁 통에 실종됐어.
아버지는 나 열 살 때 전쟁 통에 돌아가셨지.
아, 내가 제일 아끼던 우리 언니 춘자! 나랑 터울이 제일 덜 졌지. 언니는 961년 내가 스무 살 때 죽었어. p.49


✍️한국 전쟁 때 아버지와 언니가 죽고, 오빠는 실종된 후 전쟁 통에서 살아남아 기지촌 생활을 해야 했던 저자의 엄마 '군자'.

한국에 남은 것도 없고 살 만한 미래를 가꿀 방법도 없었던 그녀는 인종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혼혈 아동이 받아들여진다고 얘기되는 곳에서 새 출발을 하고자 기지촌에서 만난 미국 남자를 따라 미국행을 택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사회악의 근원과 근절의 대상 취급을 받는다.

그런 그녀에게 음식은 어쩌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 원천이었고, 남겨두고 온 사람들과 장소와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었으리라.

하지만 폭력과 트라우마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프로 채집인으로 급부상하며 바쁜 와중에도가사까지 척척해내던 그녀에게 찾아온 조현병이라니. 저자의 가족 모두가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던 만큼 나 또한 점차 자신만의 틀안에 자신을 가두며 무너져 내리는 그녀 모습에 안타까움이 커져갔다.

무엇이 그녀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게 만든 걸까? 나였다면 그녀처럼 정신의 고통을 뛰어넘을 수나 있었을까?

무엇보다 가정의 음식으로 동화와 망각, 소외 등을 보여주고, 음식과 연결된 즐거움과 기억을 들려주던 이야기에 음식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 "엄마, 이것만 생각해요. 우리 다음에 만날 땐 봄이 와 있을 거야." 나는 말했다. "그러면 치즈 버거 시즌이죠." p.441


다음이 없다는 걸 알아서였을까? 유독 여운이 많이 남던 마지막 저자의 말이었고, 울컥함을 남긴 <전쟁 같은 맛>이었다.



🔖 이 회색빛 나라, 이 폭력적인 위탁 가정…… 우리 목을 흙으로 채우고, 우리가 그걸 삼키는 법을 배우면 욕심이 많다고 비난하는 이 땅. p.333

🔖 우리가 진정 기댈 수 있는 순간은 오직 지금뿐이었는데, 그걸 알면서도 왜 발걸음을 돌려 하룻밤 더 자고 가지 않았을까? 그날 이후 몇 주 동안 이 질문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다, 어차피 큰 차이가 없었을 거라고 되뇌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영원이라는 시간에 대면 하룻밤이 무슨 의미이겠는가? p.440



협찬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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