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걸 크러시 - '남성' 말고 '여성'으로 보는 조선 시대의 문학과 역사
임치균 외 지음 / 민음사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의 걸 크러시』

임치균, 강문종, 임현아, 이후남 | 민음사


조선사·여성사 / 340 p.

여러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의 경계가 많이 무너진듯하면서도 여자라면... 남자라면... 각자 바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거 같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는 말해 뭐 하겠는가?!

그런데 『조선의 걸 크러시』를 통해 이것 또한 나의 편견이었음을 깨닫는다.

조선 시대에 여성이 군복을 입고 전쟁터로 나가기도 하고, 검객이 되어 복수를 하기도 하며, 예의 없는 남편은 거부할 뿐만 아니라 세 번에 걸쳐 골탕을 먹이기까지 한다. 거기에 동성혼과 남자 사람 친구라니?!

와~ 이건 정말 제대로 걸 크러시다! '꺄아 언니 멋져요!'가 절로 나왔던 이야기! 기대하셔도 좋으리라!^^


『조선의 걸 크러시』는 한국학 연구자들이 실제 역사와 고전소설에서 발굴해 정리한 40가지 이야기로,

남편과의 성관계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 간절히 이혼하길 원했던 여성과 이혼을 끝까지 거부했던 사대부 여성 '신태영'

여성끼리 혼인해 살아가는 것이 평생소원이라던 여성 '영혜빙'과 여성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남성의 모습으로 살아간 '방관주'

애국하는데 남녀 구별 없고 안사람도 의병운동을 할 수 있다 외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참여하고 의병가사집으로 메시지도 전달했던 '윤희순'

자신을 탈출시켜주면 죽음으로 은혜를 갚겠다 말하며 김응서가 왜장을 죽일 수 있도록 도와줬던 '계월향'

시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드러내며 스왜그 가득했던 '호연재'

기생에서 시작했으나 제주의 거상으로 성장하면서 정조가 초계문신들에게 만덕의 전(傳)을 지으라 했을 정도로 조선이 열광했던 여성 '김만덕' 등

'억압적인 세계와 충돌하고 파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며 주체적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조선의 센 언니들'을 만날 수 있다.


조선은 유교적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가 여성들을 억압하던 사회였다. 여성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심지어 여성 자신들도 그 억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억압이 억압인지를 스스로 인식하지 않았다. 사실은 인식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p.39


 

 

조선이라는 나라에 여자로 태어나 어렸을 때는 아버지를, 혼인해서는 남편을, 늙어서는 아들을 따르며 억압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그녀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자신들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고 나아가던 모습에 절로 감탄과 함께 반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중죄임에도 조선을 지배한 '효' 이념으로 용서하고 나아가 높이 평가하던 결과는 놀라우면서도 오늘날의 '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조선의 걸 크러시』를 통해 조선 문학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혹시나 하고 검색해 보니 출간된 책이 있다. 서양 고전은 많이 읽히고 알려진 거에 반해 동양 고전은 접하지도 못했던 나였기에, 아니 어쩌면 관심이 적어서 일지도.. 또 반성을.... 😭

어떤 분야에서든 성으로 나누며 한계 혹은 편견을 두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최근 연달아 억압받아 온 여성들의 삶이 담긴 책을 본 나는 힐링(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그래서 『조선의 걸 크러시』의 '조선'이란 단어에서 더 억압된 삶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멈칫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크러시'란 단어가 주던 사이다의 기대감이 더 컸고, 그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다!

첫 이야기부터 엄지척하게 했던 이야기였고 펼치길 잘 했다며 나를 셀프 칭찬하게 만들었던 이야기였다.(멋지다! 👏)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