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 일러스트 레터 3
줄리엣 가드너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줄리엣 가드너 지음 |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일기·편지 에세이 / 304p.

중산층 미혼 여성은 사회에 설 자리가 없어 억압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질문도, 항변도 하지 못하고……(전갈과 같은 운명을 받아들여)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손에 꼭 쥔 채 침으로 자기 손바닥을 찔러야 했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결혼해서 남편을 섬기거나 가정 교사로 일하는 것이었다.

p.264

오늘날 영문학의 뜨거운 별이라 불리는 브론테 자매가 여성의 글쓰기가 허락되지 않았던 19세기가 아닌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떠했을까? 그리고 조금은 더 오래 살았더라면?

그녀들이 남긴 수많은 편지와 일기 그리고 이야기에 더해진 삽화를 통해 그녀들의 생애를 알아갈수록 그녀들이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 '여자'가 아닌 그저 '작가'로 살아갈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커져간다. 

무엇보다 계관 시인 로버트 사우디가 문학이 여성에게 필생의 사업일 수 없으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며 여성에게 합당한 직분(아내가 되는 일)에 몰두할수록 그저 교양이나 기분 전환을 위해 문학에 쏟을 이유가 없어진다는 이유를 들었을 땐 화가 나면서도 슬펐다. 여전히 그 직분에 얽매인 삶을 살아가고 있진 않은가.... 란 생각에....

그럼에도 고난과 역경을 글쓰기를 통해 이겨낸 브론테 자매처럼 각자만의 방법으로 나아가고 있을 거란 희망을 본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p.141

브론테가의 아이들은 목사관의 돌담으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세상에서 가정 교육을 받았고, 아일랜드의 전설과 영국 북부 지방의 민담을 수없이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그리고 책을 즐기라고 권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책을 통해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고, 신문과 정기 간행물을 여러 부 구독하며 자신이 마음에 든 보도 기사는 아이들에게도 읽게 했던 열정적이고 독립적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평생 남의 집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저임금에 시달리며 집을 그리워하는 것도 모자라 ‘정신적 자유’까지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가정 교사 일'을 해야 했던 브론테 자매였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신동이라 불리며 기대했던 브론테가의 유일한 아들 브랜웰이 성인이 된 후 다른 행보를 보이며 자매들을 힘들게 했다.

그럴 때마다 브론테 자매는 글쓰기를 통해 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자 했고,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시대 여성들의 삶을 작품에 녹아내려갔다.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에는 자매가 남긴 개인적인 기록, 편지, 일기, 시 그리고 주변인들의 증언 등이 그 시대를 담은 삽화와 함께 담겨 있다. 

브론테 가계도를 시작으로 브론테 자매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자연스럽게 샬럿이 중심이 되어 자매인 앤과 에밀리 그리고 브론테가의 유일한 아들 패트릭 브랜웰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것도 편지와 이야기가 오가는 형식으로.

그런데 물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편지와 이야기가 오간다. 위화감 1도 없이. 마치 한 편의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것처럼.

그래서였을까? 브론테 자매의 생애에 제대로 빠져들 수 있었다.

특히 샬럿의 실제 상황이 『제인 에어』와 『셜리』에 묘사되던 장면들이 재미를 더했다. 이미 읽었던 『제인 에어』는 재독하는 듯한 생생함이 전해지면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게 했고, 아직 읽지 못했던 『셜리』는 전체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때론 자신들이 창조한 세계 속으로 꼭꼭 숨어들었던 샬럿, 에밀리, 앤. 그들의 고독을 즐기는 성향과 무언가에 열중하는 기질이 합쳐지며 글쓰기로 여성의 삶을 이야기했던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아그네스 그레이』 등을 남긴 그녀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를 펼쳐보시길.... 재미있게 그녀들의 삶에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ps. 샬럿이 『회색 여인』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과 친구였다니!! 오오옷!!!!

ps2. 세 자매 모두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책에 실린 그녀들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헌정한 시를 보니 피는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ㅎㅎㅎ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