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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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권성민 | 한겨레출판

자기계발 / 280 p.

우리는 늘 무언가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끊임없이 타협을 거치며 살아야 한다.

……

삶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이 되면 어떻게든 나가게 되어 있는 방송처럼.

p.61

평소 티브이를 잘 보지 않는 우리 집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몇 개 챙겨보곤 한다. 열심히 달려왔으니 쉬어가는 타임도 있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에 즐겁게 웃고 웃으며 힐링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책 표지에 적힌 ‘어느 예능PD의 생존기’라는 말에 혹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생존기’라는 단어보다 ‘예능’이란 단어에 꽂혔던 거다. 그리고 거기에 플러스 ‘PD’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

그래서 가볍게 펼쳤다. 한 편의 예능을 보듯 그렇게. 그런데 중간중간 훅 들어오는 글이 있다. 그리고 툭툭 던지는 웃음 요소와 위로까지. 

‘아! 이 책 에세이가 아니라 자기계발책이었지.’ 뒤늦게 깨닫고서 다시 음미한다.

권성민 작가는 2012년 MBC PD로 입사해 8년을 일했고, 2020년 카카오로 이직해 현재까지 예능PD로 일하고 있다. 그가 10년 동안 일하며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직면하는 마음」에는 PD라는 직업과 시스템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풀어 나간다. 

즉, 작가의 말을 빌려 ‘자신의 눈으로 돌아본 권성민 예능PD의 작업 수기’를 담은 자기계발책인 것이다.

4장으로 구성된 「직면하는 마음」에서 그가 말하는 예능이란 장르는 여집합으로, ‘확실히 드라마이거나 확실히 시사교양인 것들을 빼고 난 뒤에 남은 애매한 것들이 모여 복닥거리는 곳. 정해진 모양이 없는 만큼 자유롭고, 좋은 뜻으로 제멋대로’라고 말한다.

복닥거리는 곳. 자유롭고. 제멋대로. 왠지 모르게 엉뚱하고도 재미있다는 느낌이 드는 정의만큼 책에 적힌 글 또한 그러했다. 

여러 상황에 놓여있는 요즘 내가 자주 했던 질문 '내가 이 일은 왜 하고 있지?'를, 작가의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일은 왜 하고 있는지 스스로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라는 글로 만났을 때의 놀라움처럼,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만난 글에서 내 상황을 대입하게 만들고 돌아보게 하며 생각하게 만들었고.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작가가 툭 무심히 던져 놓은 유머 폭탄에 큭큭 터지게도 만들었다. 자신이 새 프로그램이나 책을 내면 한동안 자기 전에 네이버에 검색을 해본다고 한다. 그것도 큰따옴표 안에 넣어서. 안그러면 <톡이나 할까?> 프로그램은 자꾸 이상한 옷을 입은 여성분들이 외로울 때 자신에게 카톡을 보내라는 엉뚱한 게시물이 나오고, 「살아갑니다」 첫 책 제목은 감성적인 일기만 자꾸 나온다고 ㅋㅋㅋㅋ 이 에피소드 말고도 건강검진과 업계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해석 등 곳곳에 숨은 재미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거기에 또,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란 결국 ‘지금 내가 미래의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할 것이다. 너 그때 이런 거 걱정했지. 괜찮더라. 지나보니 별거 아니더라. 너 지금 많이 불안하지.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글로 나를 울컥하게 만들기도 했다. 꼭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아서. 엉엉. 작가님 이거 반칙이에요!!

보통 영어로 제작자란 의미의 프로듀서로 풀이되는 'PD'. 다른 많은 나라와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시스템 없는 시스템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PD 그 자체로 시스템이 되는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해 나가던 생존기 속에서 자기개발기도 볼 수 있었고, 콘텐츠 제작자로 일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거기에 덤으로 작가님의 운동 마인드에 자극까지 받은(아자!).

예능PD의 직업이 궁금하신 분이나 자신에게 다시 확신을 불 지퍼 달려나가길 원하는 분에게 권해본다. 권성민 예능PD 만의 필력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는 「직면하는 마음」을.





+ 하니포터5기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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