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다. 그렇지만 열다섯 살 때 그랬듯, 내게는 절대적인 것이 없다. 불행히도 나는 삶의 쾌락을 꽤 많이 맛본지라 내게 절대적인 것이란 뒷걸음질, 나약함일 수밖에 없다. 온 힘을 다해 일시적이기를 바란 나약함. 그것은 틀림없이 자만심 때문일 테고, 이번에도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죽음은 최소한의 악이다. p.11
▶ 얼마나 슬픈 일인가! 아마 그런 것이리라, 늙는다는 것은. 자기 것을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하는 것. 십오 년 전부터 내 몸에 가까이 왔던 수많은 몸들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p.16
▶ 내가 섬기는 유일한 우상, 유일한 신은 시간이다. 오직 시간만이 나에게 심오한 기쁨과 고통을 줄 수 있다. p.42
▶ 생각해 보면 우울증을 피할 수 있다고, 적어도 그 병에서 회복될 수 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는 게 아니라면 왜 글을 쓰겠는가? 모든 텍스트의 절대적인, 고유의 존재 이유는, 그것이 소설이든, 에세이든, 심지어 논문이든, 이처럼 늘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p.135
▶ 행복과 불행, 무사태평, 삶의 기쁨은 백 퍼센트 건전한 요소이다. 우리는 그것을 가질 권리를 백 퍼센트 가지고 있지만 한 번도 만족할 만큼 가지지 못하며 거기에 눈이 먼다. p.172
▶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끔찍한 악몽은 바로 '만약'이다. '만약 내가 알았더라면', '만약 내가 이해했더라면'……. '만약'은 내게 항상 생명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하고 상상만 한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p.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