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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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 최정수 옮김 | 소담출판사

프랑스 소설 / p.212

베르트랑의 얼굴보다 훨씬 더 탐나는, 그리고 내 마음에 드는 뭔가가 있었다.

p.24

누군가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을 빼앗기며 첫눈에 반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저 책이나 드라마에서 보던 소재였고, 사랑이 내 마음처럼 되는 건 아니니깐 그럴 수 있지 하며 넘어갔던 상황이기도 하다.

도미니크의 첫 애인 베르트랑 그리고 베르트랑의 삼촌 여행가 뤽.

베르트랑의 주선에 뤽을 함께 만나게 된 도미니크가 뤽에게 매력을 느끼며 시작된 이야기를 보며 도미니크와 뤽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예감을 했었지만 뤽에게 아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미니크가 그 아내와 좋은 유대감을 형성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던 전개였다. 이 와중에 뤽 아내의 이름이 프랑수아즈라고?!(동공지진중!!😱)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프랑수아즈 사강 저자가 한 TV 쇼에서 했던 말이 매번 그녀의 책을 읽을 때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저자의 모습을 도미니크를 통해 보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뤽 아내의 이름을 알게 된 뒤로는 모든 게 혼란스러워졌다.

이 넷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책, 대화, 걸어서 하는 산책을 끊어야 했을까. 그리고 돈이 주는 쾌락, 경박함과 다른 흥미진진한 오락이 주는 쾌락의 기슭에 도달해야 했을까. 그럴 수 있는 수단들을 갖는 것 그리고 아름다운 하나의 대상이 되는 것. 뤽은 그런 것들을 좋아했을까?

p.33

나는 당신을 아주 좋아해. 당신을 아주 좋아한다고. 우리 두 사람이 함께하면 아주 즐거울 거야. 오직 즐겁기만 할 거야.

p.37

늘 선택되는 쪽이었던 그녀는 아무것도 결정해 본 적 없는 인생 본연의 모습인 긴 속임수 속에서 무분별한 행동만을 절박하게 바라는 젊은 사람에 속했다. 어쩌면 그녀의 첫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는 매력적인 존재였던 뤽. 그리고 그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그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도미니크.

뤽과의 만남 속에서 진정으로 사랑을 나눈 건 맞나 의아할 정도로 애틋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사랑이었다. 오히려 행복함과 숨막힘 사이에서 불명확한 중압감으로 흔들렸던 그녀였고, 이런 그녀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저자만이 가진 특유의 매력적인 문체로 생생하게 그려지며 실감 나게 다가왔다. 그래서 프랑수아즈의 반응이 그녀만큼이나 무섭고 걱정이 되기도 했던 이야기였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고, 자신의 삶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아무것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던 도미니크에게서 왜 난 계속 저자의 모습을 보는 걸까? 뤽의 아내 프랑수아즈가 자신이 애정 하던 도미니크와 남편의 관계를 알고 난 후 보였던 반응은 의아함이 가득했지만 어쩌면 그녀를 통해 자신이 이야기해 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어떤 미소」의 책 소개를 보면 매력적인 유부남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겪은 뒤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린 젊은 여성의 이야기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마지막 뤽의 전화를 받고 거울 속 미소 짓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정말 성숙해짐을 상징한 게 맞을까? 다음과 같은 이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으로 인해 오히려 이 이야기가 정말 단순한 이야기였을지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혼자라는 것. 나는 나 자신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혼자, 혼자라고. 그러나 결국 그게 어떻단 말인가?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이다.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였다. 얼굴을 찌푸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p.200

가벼운 거 같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았던 「어떤 미소」였다.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어떤 미소」, 인상 깊은 글귀

▶ 그런데 내가 정말 정직한 여자예요? 난 다른 여자의 남편과 함께 이 호화롭고 불건전한 건물에서 뭘 하고 있는 거죠? 이런 창녀 같은 옷차림으로? 나는 딴 생각을 하면서 남의 가정을 깨뜨리는, 생 제르맹 데 프레의 타락한 아가씨들의 전형이 아닐까요? p.121

▶ '네 삶을 어떻게 할 건데? 네 삶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데?'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아무것도.' p.123

▶ 행복은 표시가 없는, 평평한 사물이다. …… 아마도 나 같은 사람들에게 행복은 일종의 부재일 뿐인 지도 모른다. 권태의 부재, 신뢰의 부재. p.126

▶나는 너에게 모든 걸 말할 수 있어. 그리고 그게 참 좋아. 프랑수아즈에게는 내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우리에겐 멋지고 적절한 애정의 토대가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거야. 그녀와 나 사이의 애정의 토대는 무엇보다도 내 피곤함, 내 퀀태야. 어떻게 보면 견고한 토대지. 훌륭하기도 하고. 우리는 고독, 권태 같은 것들 위에 지속적이고 아름다운 결혼 관계를 건설할 수 있어. 적어도 그것들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p.166

▶ 나는 그 곡의 음표 하나하나를 알고 있었고, 미모사 향기를 떠올렸다. 돈을 내면 그것들을 가질 수가 있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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