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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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석영중 | 열린책들

러시아 문학 / p.400

아침에 일찍 일어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살을 빼겠다고 결심하지만 그것 역시 나의 결정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책을 읽어야 함에도 신랑이 보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나도 모르게 홀려 정주행한다. 시작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냥 미친 듯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마치 그리로 가도록 <결정되어> 있기라도 하듯이. p.37

정말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걸까? 자신에게 자유 의지가 있음을 증명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이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만을 입증한 채 수기를 마친 지하 생활자의 이야기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보다 보면 자유 의지론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뇌에서 미리 결정된다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입증된 <리벳 실험>이 인간의 자유 의지는 허상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든 사고와 행동이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결국은 뇌의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도덕적인 책임의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일어난 행동이므로 그에 따른 책임은 질 필요가 없다는 말??

이처럼 도스토옙스키의 자유 의지 관념과 신경 과학적 사실로서의 자유 의지를 비교 고찰하고 이것을 토대로 하여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한 석영중 교수의 논문은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는 석영중 교수가 2004년부터 학회지에 발표했던 연구 논문 중 열한 편을 엄선하여 편집한 결과물이다. 특히 <종교>와 <과학>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작품들을 파고든다.

도스토옙스키는 독실한 정교 그리스도교 신앙인이었고 그의 소설에는 예외 없이 신과 인간의 문제가 깊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는 생물학, 기하학, 물리학을 비롯한 자연 과학과 의학에 대단히 관심이 많았고, 생애 후반까지도 늘 러시아와 유럽에서 발간되는 최신 자연 과학 서적을 탐독했던 만큼 그의 소설 곳곳에 흔적이 남아있다. 그만큼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데 핵심이 되는 테마로,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논문집인 만큼 저자는 순서대로 읽기보다는 원하는 테마나 작품 위주로 선택해서 읽으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백치」를 가장 먼저 읽었고, 그다음으로 「죄와 벌」, 「악령」, 「지하로부터의 수기」, 「죽음의 집의 기록」,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순으로 읽었다.

글로 쓰인 이콘이라 할 수 있는 「백치」, 요한의 복음서가 토대가 된 그가 삶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지 못하고 육화되지는 못했지만 유일하게 이미지에 내재하는 본질을 볼 수 있었음을, 그가 쓴 서체에서조차 공작만이 서체 속에서 흘러나오는 영혼을 읽어냈음을 다시 한번 집고 넘어간다. 그리고 나스타시야의 어원부터 그녀의 사진이 뜻했던 의미까지!

책을 읽고 석영중 교수의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를 통해 제대로 복습, 이해하고 넘어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백치」의 신경 미학 편은 어렵게 다가와 이해하기보다는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며 넘어갔다. ㅋㅋㅋ




「백치」 다음으로 읽으려고 준비 중인 「죄와 벌」은 성서와 신문을 주요 기저 텍스트로 삼고 있다는 사실부터 혹하게 하더니 그의 범죄의 이론, 배경, 범행자 재판에서 판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점에서 당대 저널리즘을 모방했다는 점에서 빨리 소설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저자의 설명이 계속될수록 왜 재미있어 보이냐 말이다.

두 가지의 결함이 발견된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는 그것이 저자의 실수가 아니라 의도라는 전제하에 그 의미를 추정해 나가는데, 원형 운동과 선형 운동의 풀이 과정이 특히 흥미로웠다. 읽다 보면 맞아, 맞아 그렇지.라며 인덱스가 계속 붙는다. ㅋㅋㅋ

주요 에피소드들을 분석하여 케노시스와 신화의 논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설의 의미구조에 적용했는지 살펴본 「악령」르낭의 그리스도교가 어떻게 도스토옙스키의 그리스도교와 충돌하고 대화하고 논쟁하는지를 인물과 모티프를 중심으로 살펴 본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까지!

중간중간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지만,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분명 책을 읽고 보면 더 깊게 이해가 가능하리라! 자, 이제 워밍업은 여기까지! 이제 본격적으로 도스토옙스키의 걸작들을 만나러 가보자.^^

ps. 과학의 관점에서 쓰인 글은 이해가 잘 되는데 이상하고 종교의 관점에서 쓰인 글은 어렵게 다가온다. 내가 무교라서?!ㅋㅋ 언젠가 계속 읽다 보면 이해가 되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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