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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류 - 인류의 위대한 여정, 글로벌 해양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월
평점 :
바다 인류
주경철 | 휴머니스트
세계사 / p.976
바다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의 장소이자 동시에 인류 최후의 희망의 장소다. 바다는 언제나 인류 역사의 중요한 무대였고, 현재 가장 뜨거운 삶의 현장이며, 장래 우리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공간이다. 세계의 해양을 염두에 두는 광대한 조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바다가 없었다면 지구도 다른 행성과 마찬가지로 그저 가스나 암석 덩어리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우리가 배우고 있는 역사 또한 영토 확장을 통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인류사 전반을 바다의 관점에서 정리한 「바다 인류」가 반가웠다.
우리나라 교역량의 99%가 해상 운송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로 오늘날 세계 경제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해로. 2050년이면 10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는 세계 인구의 식량 확보로 중요해진 수산업 발전. 어쩌면 인간 최후의 거주지가 될지 모를 해저 도시의 가능성까지 있는 '바다'.
이제는 바다가 들려주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어떻게 '바다'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고, 어떻게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인도해왔는지 알아보며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볼 시간이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교역을 지배한다. 세계의 교역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부를 지배하며, 결국 세계 자체를 지배한다. - 월터 롤리 경 -
「바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가까운 미래까지 전 세계 해양의 역사가 지도와 그림이 함께하며 자세하고 쉽게 담겨있다.
육지에 살지만 동시에 바다를 이용할 줄 아는 인간에게 바다란 무엇인지, 고기잡이를 위해 배를 타고 나갔던 어민들이 점차 이웃 지역들과 교류와 교역하며 바다를 통해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해 왔는지, 노와 돛으로부터 범선에서 증기선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 등 바다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잘 이용하며 어느 나라가 더 큰 지배력을 행사해나갔는지 알 수 있었던 이야기.
그리고 '인간문화재'인 마우 피아일루그가 항해 도구 없이 오직 별, 바다와 바람의 움직임, 새 등을 관찰하며 오랜 기간 구전되어온 오래된 항해 지식을 바탕으로 항로를 개척해나가는 실험에 참여했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지중해가 하나의 지배 세력하에 들어갔던 육상 제국이면서 동시에 해양 제국이 되어 지중해 전체를 하나의 제국 통치했던 로마에선 놀라움이, 세계 최강의 해양력을 스스로 버리고 내력으로 눈을 돌린 중국을 보며 '왜?'라는 의문이 생기게 했던 이야기였다.
바다가 안보와 경제 번영의 핵심요소라는 사실을 아느냐에 따라 나라가 쇠퇴하기도, 바다를 지배하는 힘을 강화하며 전쟁에서 승리하며 바다를 통제하기도 했다. 정말 '바다는 아무에게나 열린 게 아니라 깊이 공감하고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숭엄한 공간이 되었다. p.620' 는 점에서 과학과 기술의 힘을 갖춘 서구 세력만이 바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제국주의 이념과 내통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다가온다.
그리고 현재 심각한 해양 환경의 오염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해결책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까?
최근 소설만 읽어와서인지 사실적인 내용이 담긴 역사책이 처음엔 낯설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때로는 어렵게도 다가오기도 했다. 그리고 두꺼운 두께에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 천천히 나누어 읽어 내려가다 보면 끝을 보게 될 것이고 책을 통해 현재 바다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무한한 공포와 무한한 희망을 동시에 던져주던 '바다'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유독 '인간은 그동안 바다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뽑아냈고 대신 너무나 많은 것을 집어넣었다. p.850'는 이 말이 계속 마음속에 맴돌았던 시간이었다.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바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으신 분들께 권한다. 그리고 지난날 바다의 역사에서 얻은 경험으로 조금은 더 나은, 더 현명한 선택을 우리가 할 수 있길 바란다.
ps. 17세기부터 귀족과 상류층이 즐겼던 중국차였지만 모든 사람이 차를 아는 건 아니었다고 한다. 몬머스 공작부인이 아무 설명 없이 1파운드의 차를 친척에게 보내자 요리사가 찻잎을 끓여 물은 다 버리고 찻잎을 시금치처럼 요리해 내놓았다고 ㅋㅋㅋ 이것도 웃긴데 뒤이어 나온 말이 더 웃김. 맛이 하나도 없다는 평가를 받았음에 틀림없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