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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의 선택 2 - 3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평점 :
포르투나의 선택 2
콜린 매컬로 | 교유서가
역사소설 / p.601
120년 만에 처음으로 등장한 독재관, 역사상 최초로 6개월 넘게 집권한 독재관과의 결별
세월의 직격탄을 홀로 맞은듯한 모습으로 「포르투나의 선택」 1권에서 등장해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술라가 2권에서, 그것도 이야기 중반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또 다른 충격을 안겨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이번 포르투나의 선택을 받은 자가 술라가 아니었단 말인가?!' 동공 지진 속에 후반부의 이야기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방황까지 하게 했던 이야기. 1부에서부터 함께했던 마리우스의 죽음에 이어 술라의 죽음까지, 정말 세월의 흐름을 그리고 권력의 세대교체를 직접 경험한듯한 느낌마저 들면서 인생의 덧없음마저 느끼게 만들었던 이야기였다.
「포르투나의 선택」 2권에서는 독재관이 된 술라의 공포정치가 제대로 작동되는 가운데 전면적인 법제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기사들이, 평민회와 호민관 그리고 공권박탈자와 가까운 사람들은 한없이 내려가고, 전쟁 영웅들과 원로원 그리고 소수만 참여하는 법정에서 실력을 발휘하던 사람들은 한없이 올라간다. 그렇게 호민관의 역할이 줄어들고 선거와 선출직 문제가 조정되었으며 코르넬리우스 법 사치 금지법과 곡물법 등이 생겨나며 원로원의 권한을 강화시켜나간다.
로마가 휘청거리는 게 이상할 것도 없는 상황 속에서 그 누구도 술라에게 안 된다고 외치지 못하는 상황. 술라가 주는 공포도 있었겠지만 술라가 제정한 법의 상당 부분이 사리에 맞아서가 아니겠냐던 사람들. 정말 술라 본인이 직접 적은 묘비명, 최고의 친구·최악의 적이 아닐 수 없다.
명성과 권력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죽을 거라는 예언을 들었던 술라여서일까?! 그는 정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회한이 없었다. 그랬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누리다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도 쉽구나 했었다. 그런데 그가 로마를 떠나는 길에 진정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던 모습과 피를 토하며 죽어가던 모습에서 그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의 안타까움이란.
정말 권력이 무엇이기에, 명예가 무엇이었기에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의 본성을 부인하며 스스로 애정과 쾌락을 거부하며 살아가야 했단 말인가?!
처음엔 자신의 명성과 야망을 위해서 그리고 그것들이 자리 잡기 시작한 뒤로는 로마를 위해서 살아왔다던 술라가 처음으로 자유의 날을 맞이 한 날 모든 것을 드러내며 그의 소년 메트로비오스에게 입맞춤하며 행복해하던 모습이란! 그가 잘못한 것들이 분명 있음에도 죽음 앞에서까지 마리우스에게 자신이 승리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그가 정작 마리우스의 재가 자신의 잔해를 건드리지 못하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또 애원하던 모습이, 그리고 사랑이 어떤 것이냐며 자신은 왜 모르냐고 묻고 묻던 술라가 그저 불쌍하게까지 느껴졌다.
베레스가 욕정을 느끼며 딸을 내놓으라고 막무가내로 말썽을 피우다 사람이 죽고 재판이 열리던 과정에선 욕이 절로 나왔고, 공권박탈 조치를 로마에 안착시키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 여겨지던 폼페이우스의 뼈아픈 좌절과 성장은 그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들었으며 새끼 똥돼지라 불리던 메텔루스 피우스의 성장엔 뿌듯함마저 느껴졌던 이야기였다.
그중 시민관을 받고 니코메데스 왕으로부터 황금을 받았으며 긴급 공문들이 카이사르를 화려하게 격찬했지만 그의 명예가 의심받는 상황 속에서 '맞불 작전이다, 카이사르.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로마 최고의 바람둥이로 명성을 쌓아라. p.228 ' 말하던 아우렐리아의 발언은 정말 최고였다. 그래서 앞으로 4부로 만날 「카이사르의 여자들」이 더 기대가 된다. ㅋㅋㅋ
그렇다면 포르투나의 선택은 카이사르가 되는 것인가?! 술라가 퇴장함으로써 3권에서 누구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될지 궁금해진다.
ps. 1부부터 함께했던 마리우스는 2부 「풀잎관」에서, 술라는 3부「포르투나의 선택」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 했던 술라가 죽음을 맞이하니 왜 내가 다 친구를 잃은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ㅠㅠ 한 명 한 명 살아 숨 쉬듯 그려주신 콜린 매컬로 저자의 필력에서 헤어 나올 수 있긴 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