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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매혹이 될 때 - 빛의 물리학은 어떻게 예술과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켰나
서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평점 :
빛이 매혹이 될 때
서민아 | 인플루엔셜
과학 / p.280
영화나 책에 종종 등장하는 투명 인간을 볼 때면, '저 능력 한번 가져보고 싶다'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곤 한다. 누구의 눈에 띄지 않은 채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투명 인간!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언젠가는 과학이 발달하면 가능한 날도 오겠지?! 했는데, 세상에! 그게 아니란다!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이 심정😭 부정하고 싶다. ㅋㅋ
정말 빛의 물리학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투명 인간이 불가능한 이유를 알 수 있는 것처럼, '8분 전에 태양을 출발해 우주여행을 마치고 지구에 도착한 빛 알갱이 하나가 지금 당신의 눈에 닿아 이 글귀를 읽게 해주고 있는 것'처럼(p.13) 또 한 번 빛과 눈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이 아름답고 소중한 찰나의 순간을 독자와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다는 저자님의 말에 심쿵사하며, 나 또한 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빛이 매혹이 될 때」는 총 6장으로 본다는 것은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는지, 빛은 어떻게 움직이고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무엇이 미래를 결정하고 빛이 시간의 흔적인지 물리학자의 눈과 화가의 마음으로 본 빛과 예술을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그려진 그림과 작품들이 설명과 더해지면서 이해하기 쉽게 도와준다. 여기에 작품 감상하는 재미까지!^^
계단을 올라가는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 내려가는 펜로즈의 계단과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스허르의 '올라가기와 내려가기'는 의도적인 인지적 착시라지만 여전히 신기했고, 르누아르의 작품 <그네>에 그려진 그네를 타고 있는 여인이 입고 있는 드레스의 색이 사실은 흰색이 아니라 파란색과 황동색의 점들이라는 사실에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알고 봐도 흰색으로 보이는데?! ㅋㅋ
그리고 족발을 먹다 족발 표면에 이상야릇한 초록색 자국을 발견하고 놀랐던 적이 있는데 그 이유를 책에서 만났을 땐 반갑기까지 했다. 아~ 그래서 그렇게!!
CD와 비눗방울 놀이를 통해 표면과 내부에서 반사되는 빛이 간섭을 일으키는 현상을 설명해 주고 텔레비전, 스마트폰, 네온 사인 간판 등 현대 기술로 만들어진 모든 빛은 기저에 양자역학을 품고 있다는 사실과 그랜드캐니언 협곡을 보고 양자화된 세계의 단면을, 이상한 앨리스에 등장하던 체셔 고양이야말로 양자역학을 설명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빛에 속하지만 자외선을 발견했기에 자외선 차단제로 피부를 보호하기도 자외선 조명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고, 온도를 갖는 모든 물체와 생명체가 적외선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기에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로 온도를 측정하고 자동차 경보기나 리모컨 등에도 활용된다. 그리고 엑스선 덕분에 인체를 해부하지 않고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적외선으로 수백 년 전에 그려진 유화의 밑그림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것과 엑스선으로 미술 작품의 안료를 분석해 작품의 제작연도나 위작 여부를 가리는 것이 흥미로웠다. 책에 사진으로 나와있지만 내 눈으로 실제로 한번 보고 싶어진다. ㅎㅎㅎ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감쳐져 있던 미지의 영역들을 비추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비밀들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이미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사용 중이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 주변에서 경험하고 보고했던 익숙한 사례로 쉽게 설명을 해줘서 좋았고, 무엇보다 과학적 설명뿐만 아니라 화가들이 그린 여러 작품을 빛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다.
때로는 전문 용어가 나와 어렵기도 했지만 우리의 삶과 자연에 함께 하던 빛에 관해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알찬 시간이었다. 정말 모든 곳에 언제나 빛이 함께 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ps. 147페이지에 실린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블루스 컴 스루>가 사진이 아닌 그림이라는 사실에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신기하다. 아니 저게 그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