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아
마리 파블렌코 지음, 곽성혜 옮김 / 동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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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하

마리 파블렌코 지음 | 곽성혜 옮김 | 동녘

청소년 소설 / p.200

왜 지금 세상에는 동물이 없을까? 랑시엔은 옛날 사람들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오염시켜 죽게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다고. 사막이 야금야금 늘어 가다가 세상을 뒤덮어 버렸다고.

p.145

수백수천 그루의 나무가 모여 사는 숲을 모르고 물이 폭포에서 콸콸 쏟아져 골짜기 아래에 모여 호수가 되는 것도 모르며 미물과 동물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땅속에도, 하늘에도, 땅바닥에도 있던,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가져다준 벌레들 덕분에 열매가 맺히고, 곡식이 자라고 나무가 자랐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인간들이 다 오염시켜 모두 사라져 버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희귀해진 나무를 찾아 사냥을 떠나고 사막에서 사투를 벌이며 나무를 찾아 생활한다. 나무 사냥으로 찾은 목재를 남자들이 대도시에 내다 팔아 물이며 식량, 산소통, 약품 그리고 천이랑 실로 가지고 돌아온다. 그것으로 다 같이 여러 달을 버틴다. 만약 나무를 하나도 베어 오지 못하면 기근에 시달리다 생명을 잃어야 한다. 그런데 여러 세대를 거쳐 여자들의 출산을 도왔던 랑시엔이 나무를 베면 안 된다고, 나무만이 이 메마른 땅에 다시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러한 예전 세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가 미쳤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멸시한다. 아마 내가 태어난 곳이 사막화로 된 지역이었다면 나 또한 그 말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전 세계 육지 면적의 약 40%가 사막화가 진행되었다는 사실보다 중국 내륙의 사막화로 우리나라가 황사에 의한 피해가 늘고 나서야 체감하는 것처럼, 사마아 또한 자신이 경험하기 전에는 랑시엔의 말을 믿지 않았다.





나는 사냥꾼이 되고 싶다. 우리 부족 최초의 여자 사냥꾼.

나는 모든 여자들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p.46

그저 사냥을 한다는 게 뭔지, 자유가 뭔지, 무한한 사막에서 나누는 동지애가 뭔지 아빠가 경험한 것을 경험하고 싶었던 열두 살 소녀 사마아는 부족 최초의 여자 사냥꾼이 되길 꿈꾸며 사냥꾼 뒤를 몰래 따라갔다가 낙오된다. 그런데 엎친 데 겹친 격으로 굶주린 야수를 마주하게 되고, 도망을 가다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그렇게 폭풍우에 배가 난파되어 홀로 무인도에 표류된 사람처럼 우연히 죽은 나무가 아닌 서있는 나무를 만나게 된 사마아. 그녀의 유일한 식량이었던 단백질 바의 개수가 줄어들수록 그녀의 생존 확률도 낮아져 갔지만, 나무와 미물에 대해 그리고 동물에 대해 하루하루 몸소 체험하며 깨닫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

나무가 땅을 바꾸고 물을 끌고 오며, 동물이 그 그늘 아래에 살고 나무에서 영양분을 얻으며 어떤 동물은 쉬기도 몸을 숨기기도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무가 있어 세상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부족에 의해 구출됨과 동시에 그 모든 것들은 파괴된다.

나이아가 피를 흘린다. 나이아가 죽어 가고 있어, 내게 안식처를 줬던 나이아, 내가 돌봐 준 아기들의 엄마 나이아, 내게 자기 껍질을 내준 것도, 커다란 품으로 나를 보듬어 준 것도 나이아인데, 살아남기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깊은 구렁 바닥에서 혼자 싸워 온 것도 나이아인데. 지금 죽어 가고 있다, 내 부족 사람들 손에.

p.185




어린 나이의 사마아가 홀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야기를 통해 모래가 모든 것을 집어삼킨 세상을, 그리고 그녀가 지키려고 했던 나무를 잃어 버러야 했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씨앗이 나무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고 이야기하던 그 한마디에 울컥하기까지 했던 이야기였다.

사하라에도 한때 호수들이 있었다. 그러니 언젠가 다시 생길지도 모른다. - 테오도르 모노 <낙타 여행> -

사람들은 가지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고 있다가 항상 잃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다. 나 또한 새삼 어디를 보아도 내 눈에 담을 수 있는 나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집안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 식물을, 언제 틀어도 나오는 물을 잃어버린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왔음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단체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주인이 될 아이들과 꼭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자연이 주는 벅차오름을 온전히 느껴보길 바란다.

만약 내가 마법을 부릴 수 있다면,

그래서 땅을 만들고, 하늘을 만들고, 우리가 살아갈 곳을 창조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나이아가, 샘과 트위다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세상이다.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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