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블랙 에디션, 양장 특별판)
미카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모모

미하엘 엔데 | 한미희 옮김 | 비룡소

청소년 소설 / p.367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면 시간이 부족해하지 못한 일들이 눈에 들어와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혹은 내가 여럿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곤 한다. 그러다 결국은 시간을 조금 더 계획적으로 아껴 쓰자로 결론이 나고 평소보다 시간을 절약하며 더 많은 것을 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끊임없이 부족하다. 도대체 왜?!

꼭 '회색 신사'가 나에게 다녀가 나의 시간의 일부가 '시간 저축 은행'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것처럼 시간을 절약할수록 시간에 더 쫓기는 기분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무엇이 잘못된지도 모른 채 지내다 올해 1월에 여유롭게 책을 읽었음에도 한 달 목표치를 빠르게 채우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땐 '그저 신기하네~'하고 넘어갔었는데, 「모모」라는 책을 읽고 만난 시간의 근원지로 안내해 주던 거북이 '카시오페이아'를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모는 거북에게 말했다.

"부탁이야, 좀 더 빨리 걸으면 안 될까?"

거북은 대답했다.

"느리게 갈수록 더 빠른 거야."

거북은 아까보다도 더욱 느릿느릿 기어갔다. 전에도 그랬듯이 모모는 느리게 감으로써 더 빨리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발밑의 거리가 스스로 미끄러져 나가는 것 같았다. 느리게 가면 느리게 갈수록 더욱 빨리 갈 수 있었다.

p.362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동화와 같은 이야기로 시작되는 「모모」는 총 3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제1부에서는 방치되어 있는 극장 터에 여덟 살인지 열두 살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소녀 모모의 등장과 모모를 돌보기 시작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2부에서는 사람들로부터 시간을 빼앗아 시간 저축은행에 저축을 하게 만드는 회색 신사에 대해서 그리고 제3부에서는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시간을 회색 신사로부터 모모가 되찾아주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처음엔 어디에서 왔는지 부모는 누구인지 이름조차 자신이 지었다고 말하는 아이라는 설정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재능을 가진 모모로 인해 사람들이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새록새록 떠올리며 매일 새롭고 멋진 놀이를 만들어 낸다는 설정에 모모라는 존재가 내 주위에도 있었으면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가기 시작한 회색 신사들로 인해 점점 사람들의 삶이 회색빛으로 변해가던 과정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으니 아껴 써야한다고 생각해오던 내 모습이 「모모」 속 어른들의 모습으로 그려지며 마주하게 되는데, 정말 정신차리라고 뒷통수를 빡! 맞은 기분이었다. 그것도 아이들로 부터.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살아가던 회색 신사들 마저도 아이들을 맨 마지막으로 공략해야한다며 자신들의 천적으로 둔다. 그 이유로 그 어떤 사람보다도 시간을 아끼게 하기 힘든 대상이라고 말하는데, 그 점이 재미있으면서도 웃프게 다가온다. 그러게 어린 시절엔 그 많던 시간들이 어른이 되면서 다 어디로 가버린걸까?

혹 '시간 절약'이라는 거짓된 효율성에 매달려 언젠가 아낀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거라 착각하며 지내고 있는건 아닐까? 자신을 소모시키며 일의 성취감도 함께 나누는 즐거움도 잃어버리면서 말이다. 절약했던 시간은 다시 되돌아 오지 않고 사라진다는 사실도 모른채 일을 하던 모모 속 어른들 처럼.

모든 게 빨라지고 자본주의가 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정작 자신의 개인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어른들과 자유시간이 주어져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방치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어 재미가 배였던, 기발한 요소들에 감탄을 하며 읽은 소중한 시간의 신비한 비밀 이야기 「모모」였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한 모모이므로 어른들이 읽기에도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도 좋은 이야기이다. 특히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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