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미우라 시온 | 권남희 | 은행나무

일본소설 / p340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 그리고 만화로도 출간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받은 미우라 시온 저자의 대표작 '마호로 역 시리즈'가 은행나무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고 운 좋게 '마호로 마을 여행단'에 탑승하게 되었다. 많은 인친님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과 '여행'이 주는 설렘을 안고서 그렇게 시작한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이다.

이 책에선 지역 밀착형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다다와 갑자기 굴러 들어온 수수께끼투성이 교텐의 만남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태어나서 자란 동네, 도쿄 교외에 위치한 인구 30만 명의 마호로 시에서 엉뚱한 의뢰인들의 일을 해결하며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되고 치유받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때론 다다가 왜 심부름집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생각들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타인과의 교류를 어려워하던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고요하던 다다의 세상이 교텐으로 인해 파란만장해져가며 복작복작해지는 느낌이랄까?




다다는 도쿄의 변두리 동네 마호로 시 마호로 역 앞에서 '다다 심부름집'을 운영하고 있다. 정원에 고양이 시체가 있으니 치워달라, 벽장 안의 봉이 빠져서 옷을 걸 수 없으니 다시 달아달라, 야반도주한 세입자의 짐을 처분해달라 등 네가 하면 되잖아 싶은 의뢰가 대부분이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되도록 의뢰에 응하고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 해도 의뢰를 맡은 이상 말끔하게 완수하는 것을 이념으로 삼으며 할 말은 많지만 꾹 참고 작업에 임한다.

남편을 주인이라 부르고 의뢰서에 자기 이름이 아닌 남편 이름을 적는 여자를 싫어하고 그 의뢰인의 부탁으로 맡은 치와와가 보이지 않자 뇌가 작은 개가 싫다 말하며 녹조류 걷어 내는 일을 하게 되었을 땐 '솔직히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으나 개천을 아끼는 주민의 열의에 거절하지 못하는 그. 왜 심부름집을 하는 것일까?

때론 돈을 주고서라도 번거로운 일에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지 않냐며 누군가한테 도움을 청할 일이 생길 때 가까운 사람보다 낯선 사람이 더 도움을 줄 때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자동차 영업을 그만두고 심부름센터를 하기 시작했다는 그이지만 여전히 의뢰된 일을 수행하며 느끼는 그의 감정에 의아할 때가 많다. 수많은 일중 왜 심부름집이었을까? 이렇게라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싶었던 것일까?

그런 그가 버스 운행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의뢰를 맡아 운행 일지를 적다가 만나게 된 고교 동창 교텐을 만나며 변해간다. 추운 겨울밤 갈 곳이 없다며 하룻밤만 신세 진다던 그의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삼일이 되더니 어느 순간 함께 일을 하게 되고 엉뚱함이 넘치는 그로 인해 의도치 않은 일 또한 벌어진다. 그리고 치와와를 키우고 싶어 하던 루루와 하이시, 조직 보스 호시 등 뜻밖의 인연들이 이어진다.





조금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하야사카 형사가 다다의 주변 인물들에게 흥미를 보일 만큼 다양한 사람들(매춘부, 조직 보스, 마약 중독자)과 엮이며 일어나는 일들이 아쉽다. 가끔 정말 누군가 이 일을 대신해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본 일들을 해주는 '다다 심부름집', 현실에서도 존재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이 현실 속 상황들과 맞물리지 않던 사건들로 갸웃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다다가 고객에게 필요한 말만 간단하게 주고받으면서 느끼던 평온함과 명쾌함이 교텐과 함께 살면서 엉망이 되어버렸음에도 오히려 그로 인해 상처를 들여다보고 위로받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 찾으려고 하지도 않고,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것을 평안한 삶이라고 착각한 채 잔뜩 겁을 먹고 간신히 숨만 쉬는 날들을 보낼 뻔했던 다다 그리고 아직은 수수께끼 가득한 교텐이 다음 편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까? 어떤 의뢰로 어떤 의뢰인들을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평범한 주민들과의 일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다다, 개는 말이야, 키우고 싶은 사람 품에서 자라는 게 가장 행복해. 너한테 치와와는 의무였잖아. 하지만 콜롬비아 아가씨는 달라. 그 아가씨한텐 치와와가 희망이야. 누군가한테 필요한 존재라는 건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의미야. p.101

▶ 하루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됐어요. 사랑이란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싶다는 느낌을 상대한테서 받는 거란 걸요. p.188


ps. 재미있었던 장면.

마약 중독자에게 칼에 찔렸던 교텐이 굳이 다다가 일하는 곳에 와서 일을 하자 감색 바탕에 새빨간 히비스커스 무늬가 찍힌 알로하 셔츠 위에 용 그림이 수놓은 공단 점퍼를 걸치고 있던 교텐을무서운 눈으로 보던 주민들에게 다다가 수술받고 오늘 막 퇴원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자 주민들이 그를 걱정하기 이른다. ㅋㅋ

"저런, 아팠어요? 지금은 괜찮은가요?"

"목숨은 건졌습니다만......"

주민들이 교텐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옷 입는 취향은 이상하지만, 죽을 고비를 겪자마자 바로 생업에 뛰어든 성실한 남자. p.224

아니 어떻게 저렇게 포장이 되는 거냐고 ㅋㅋㅋ 가끔은 위험한 행동으로 불안감을 주던 교텐이지만 엉뚱한 모습에 웃음 짓게 된다. ㅋㅋ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