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너머 - 피터 슈라이어, 펜 하나로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게슈탈텐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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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너머

게슈탈텐 | 윌북

기업·경영자스토리 / p.344

이 책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단순히 한때 아이가 카디자이너를 꿈꾼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혹 이 책을 보고 다시 꿈을 꾸거나 아니면 조금이나마 미술을 좋아하는 녀석이니 좋은 영향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한 책이었기에 이야기 중간중간 나오는 차 용어나 차 모델이나 카디자이너의 이름 모든 것이 낯설었다.

솔직히 나는 그 자동차가 다 그 자동차 같아 보인다. 그저 BMW이고 아우디이며 현대차 인건 로고를 보고 알겠는데 어떻게 딱 보고 K3라든지 아우디 8이라든지 그 모델명까지 아냐 말이다. 그래서 길을 가다 혹하는 차에 대해 신랑으로부터 모델명을 들었음에도 다음에 또 묻는다. '저 차 모델명이 뭐예요?'라고... ㅋㅋㅋㅋ 신랑과 둥이들은 딱 보고 무슨 차인지 모델명까지 이야기하던데... 신기하도다.

어느 날, 기아의 그릴이 확 달라져 나온 K 시리즈. 정말 그릴만 보고도 아 저건 K 시리즈라는 것을 알만큼 자못알인 나에게 각인된 디자인이었는데, 피터 슈라이어의 작품이라고 한다. 근데 책에 나온 '호랑이 코' 그릴은 또 뭔지 몰라 네이버에서 찾았더랬다. 알고 보니 K 시리즈의 그릴이 '호랑이 코' 그릴.....🙄(어쩔..)


「디자인 너머」에선 피터 슈라이어의 삶과 디자인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첫 시작부터 자신을 뼛속까지 자동차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그 자신감이 정말 멋짐 그 자체이다.

그는 목공 장인이자 화가였던 할아버지의 공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살던 곳에서의 산악 자동차 경주대회를 통해 마음껏 차량도 구경할 수 있었으며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 뒤편에 있던 활주로로 너덧 살 무렵부터 비행기 모델뿐만 아니라 엔진 소리만 듣고도 모델명을 맞추기에 이른다.

정말 모든 환경이 그를 위해 존재하는 거 같다. 그리고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좋은 영향을 주었을 이 환경들이 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한다. 하지만 환경만이 다가 아니다. 정말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알아보고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그는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었다.

비행기에 대한 애착으로 조종사 자격증을 따고 직접 비행기로 여행을 하기도 하고, 겨울 스포츠에 대한 동경으로 스켈레톤 경주까지 나갔으며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직접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생의 대부분을 예술 작품 감상뿐 아니라 작품 제작과 구축에도 힘쓴다. 온갖 종류의 주제와 창의성과 지식에 자신을 열어 예술과 기술 양면으로 두뇌를 계속해서 쓰며 노력했던 그. 이 모든 것이 그의 상상력에 양분으로 공급되면서 자동차에 생생한 색감과 대담한 디자인으로 나타낸다.

독일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 아우디 TT, 뉴비틀, 골프 4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디자인 명장의 반열에 오른 그가 기아자동차에서 직선의 단순함을 구현해 나가며, 로고가 없음에도 어디 브랜드 제품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해 나간다. 그렇게 기아의 '호랑이 코' 그릴이 탄생했고 기아의 로고가 새롭게 바뀌었다.



자동차에 잘 모르던 내가 피터 슈라이어의 삶을 통해 그리고 그의 디자인의 철학을 통해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었던, 아직 아날로그적인 스케치를 좋아하는 그의 스케치를 그리고 디자인한 차를 보며 새로운 분야를 알 수 있었던 알찬 시간이었다. 그런데 격변하는 세계에서 다양한 영향을 받으며 진화를 거듭하던 그가 현대 디자인 경영에서 물러나 담당 분야의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한다. 책 마지막 '다음은 무엇일까?' (p.333) 질문은 유효한 것일까?

현대 자동차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불리던 피터 슈라이어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ps. 가끔 그의 삶을 이야기하는 중간중간에 있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던 풍경 사진들. 불국사와 한복을 입은 소녀들과 개를 데리고 산책하며 전화통화하는 남자 등의 풍경 사진들이 아닌 예를 들면 한국 제품과 K-디자인을 설명하던 페이지에 한국 최초로 성공한 수출품 금성의 A-501 진공관이라든가 삼성의 마이마이 카세트 등의 제품 사진들이 들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s. 이 책을 통해 또 알게 된 '콘셉트카'. 한눈에 반해 무슨 모델인가 하고 보는 차마다 '콘셉트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미래의 소비자 경향을 내다보고 모터쇼를 전제로 제작되는 자동차라는 이 차들이 왜 그대로 나오지 않는지 궁금해 신랑에게 물었더니 너무 미래지향적이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응? 도대체 어디가?! 딱 지금 내놓아도 좋을 거 같은데...ㅋㅋㅋㅋ 역시 차알못인 나의 반응인건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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