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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달 3 (일러스트 특별판) - 선물 ㅣ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3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평점 :
고양이달 3권
박영주 글 | 김다혜 그림 | 아띠봄
청소년 소설 / p.468
내가 바보인 걸까.
나는 마음만 얻을 수 있다면 집이 없어도,
차가 없어도 아무렴 좋은데.
설사 언젠가 변하고야 말 것이라 해도,
그래도 좋은데.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더라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때론 서로의 마음이 통했어도 그 사랑을 유지하기는 또 왜 이렇게 힘든지.(어휴) 그렇다고 이 사실을 안다고 해서 시작하지 않느냐, 그렇지도 않다.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하며 지낸다.
아마 빅처럼 짧은 인생, 행복하게 살기도 바쁜데 왜 불행해질 게 뻔한 길을 가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 그런 걸 대체 왜 계속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링고의 말처럼 사랑이란 게 내가 하얀 벽면에 한껏 상상해 그린 예쁜 그림과 같을 순 없는 거니까. 결국 어떻게 끝이나든 사랑 그 자체로 소중한 게 사랑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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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를 사랑하지만 모나를 위해 자신의 마음은 감추고 노아를 거절했던 마레와 노아를 사랑하지만 자신을 봐주지 않는 노아를 보며 힘들어하던 모나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서로가 다치지 않길 바라던 로나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고 아파하는 그들을 보니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성숙하길 바라게 되는 이 마음, 욕심이려나?!
그런데 이 와중에 좋은 말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마음을 울리는 글에 위로를 받으며 마음속에 새겨 넣기 바쁘다.
“강하다는 건 말이야. 아프지 않다는 게 아닌 것 같아.
아무리 아파도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보듬는 것,
자신도 아프지만 상대의 아픔까지 기꺼이 감당할 용기를 내는 것.
그게 강한 거야.”
모나가 노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초록 노래를 찾아 떠나는 과정 속에서 초록 여왕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그리고 초록 노래를 전하기 위해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져 숨어 지내야 했던 할머니 철새의 죽음을 보며 누군가를 위한다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로나의 도움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끝까지 글쓰기를 완성해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과 인정받았다는 기쁨에 눈물을 글썽이던 곰곰이를 통해선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빨리 도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깐 앞으로는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과정에 충실하라고! 그리고 조바심 내지 말고 지금처럼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곰곰이처럼 될 거라고 응원한다.
김춘추 시인의 '꽃'이 생각나게 했던 초이와 스몰의 사랑 이야기, 핀의 모습을 통해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마주 본 적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린이 조금이라도 더 일찍 더 많은 부분을 당당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다짐을 하며 성장하던 모습 등 사랑, 우정, 성장, 모험이 녹아져 있던 이야기.
이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겐 응원과 위로를 그리고 이 시기를 지난 이들에겐 순수하게 열정적이었던 청춘의 그날을, 함께 꿈을 향해 나아갔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고양이달이었다.
상처받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상대의 마음이든 자신의 마음이든
조금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일 만큼
노아도 아리도 나도 어른이 아니니까.
고독이 버거웠던 꼬마는 ‘엄마, 아빠’를 목이 쉴 때까지 소리쳐 부르곤 했다. 그러나 끝내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세계. 그 세계로 돌아가 평생을 살아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내가 어떻게 빠져나왔는데, 내가 어떻게 견뎌서 여기까지 왔는데.... 노아는 바닥에 쓰러져 목 놓아 울었다. p.144
어떤 사람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건 그랬다.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게 되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그 사람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다 부질없어지고 말았다. 그때 그랬구나, 헤아리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p.171
들리지가 않더라, 너는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데. 그제야 네가 입만 움직일 뿐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 그것도 모르고 안 들린다고 소리쳐서 미안해. 네가 들키기 싫어서 그런 줄도 모르고 끝까지 쫓아가서 미안해. 그렇게 많은 말을 했는데, 내 귀에 안 들린다고 다 흘려버려서 미안해. p.256~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