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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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 한정아 옮김 | 북로드

추리소설 / p.424

인생이란 무엇인가?

누군가가 어릴 때 죽는다면,

그 사람은 완전한 인생을 살다 간 걸까,

아니면 절반만 살다 간 걸까,

그것도 아니면 살았다고도 할 수 없는 걸까?

p.399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부터 나이 많은 어른까지 ‘실종자를 찾습니다.’ 속의 모습들이 계속 떠오르게 했던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과거에도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란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그 누군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그때부터 멈춘 시간 속에서 살아가며 그저 어디선가 무사히 살아있기만을, 언젠가는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할 것이다.

엄마와 자신을 때리는 술주정뱅이 아빠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엄마를 위할 줄 알았던 바하두르, 학교를 빠지고 다림질 일이나 도우라고 목소리 높이던 아버지 밑에서 다림질사가 아닌 유명한 댄서가 되고 싶었던 옴비르, 달리기 선수로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루누 등 이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정말 어디에 있는 걸까?

실종된 아이들이 통계 수치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자, 숫자 뒤에 숨겨진 그 아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마음이 한 명 한 명 아이들이 사라지고 나서 나오던 그 아이만의 이야기에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얘, 본 적 있어요?” 파리가 바하두르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묻는다. “여기 왔었어요? 얘 친구는요?”

“이런 일은 경찰이 해야지, 왜 너희가 하냐.” 남자가 말한다.

“가난하다고 경찰이 신경을 안 써주니까요.” 내가 말한다. p.132

처음엔 주정뱅이 라루의 집 아들 바하두르였다. 어른들이 말하길 바하두르는 술만 마시면 아내와 자식을 때리는 아버지를 피해 가출한 거라고 말한다. 경찰 또한 아이 스스로 가출한 거라며 계속 이렇게 귀찮게 굴면 이 마을을 불도저로 다 밀어버릴 거라고 오히려 협박을 하며 뇌물을 챙겨간다.

하지만 바하두르를 시작으로 아이들의 실종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들을 찾아 나서는 건 경찰도 어른도 아닌 바하두르의 반 친구 아홉 살 자이와 그의 친구 파이 그리고 파이즈였다.

평소 ‘경찰 순찰대’와 ‘범죄의 도시’ 같은 드라마를 좋아하던 자이는 실종 골든타임 48시간을 떠올리며 친구들과 연속으로 실종된 아이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동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찾아가 탐문도 하고 그들의 동기를 추측하며 보라선 전철을 타고 도시의 기차역에 가서 찾아보기도 했으며 나름 용의자도 추리해 보면서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은 이건 놀이가 아니라며 위험하니 어른 없이 혼자서 돌아다니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작 그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어른들은 다 어디에 있나?




무슨 권리?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선거 일주일 전에 만 우리를 기억하잖아. 그리고 사기꾼 같은 촌장을 어떻게 믿어? 이젠 여기 살지도 않는데. p.75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하게 구는 경찰들과 자신들보다 약하고 종교가 다른 이웃을 범인으로 몰아가며 배척하는 동네 사람들의 이기심, 그리고 드러나던 사건의 실체.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나라 인도, 그곳에서도 인도 대도시 주변 슬럼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실종 사건은 그제서야 세상에 알려진다. 그제서야...



아홉 살 어린이 자이의 시선에 따라 진행되던 이야기였던 만큼 사건을 인지하고 탐문하며 단서를 찾는 그 과정들이 조금은 허술해 보여 긴박감이 넘치지는 않았다. 범죄에 집중되기보단 실종자와 그 가족들의 심정을 잘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였고, 자이의 성장 이야기로 다가왔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책을 읽을수록 어른들의 무관심과 이기심, 악행으로 인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만약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게 된다면... 과정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큰 타격이 오는 이 사건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더 외면을 받고 있는 이 상황들이 마음 아프다.

자이처럼 나 또한 기도를 해본다. 그들을 잃지 않길, 잃어버린 그들이 어디에든 존재하며 무사하길,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길....

나는 기도한다.

신이시여, 제가 유괴되거나 살해당하거나

정령에게 붙잡혀 가지 않게 해주세요.

p.232

ps. 도시 어딘가에서 소녀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위험해지는 순간에 교차로의 여왕에게 도움을 청하면 여왕의 정령이 나타나 소녀를 괴롭히던 남자를 ‘참교육’ 시켜준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정말 아이들이 말하던 정령의 힘이라도 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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