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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달 2 (일러스트 특별판) - 단 하나의 마음 ㅣ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2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평점 :
고양이달 2권
박영주 글 | 김다혜 그림 | 아띠봄
청소년소설 / p.460
최근 빼빼로데이날, 아이들이 받아온 빼빼로를 같이 먹으며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했더랬다. 여러 기념일을 통해 평소 숨겨왔던 마음을 용기 내어 고백하기도 하고 용기를 내지 못하면 몰래 책상 서랍에 넣어두며 마음을 표현했던 그 시절. ‘아 정말 그때가 좋았지..’라며 추억 소환을 제대로 했고 그런 나를 보며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때가 참 좋을 때야’라고 이야기해도 친구들 사이에서 우정을 배우고 이성 사이에서 사랑을 나누며 공부도 해야 하는 육체적으로, 감성적으로, 정서적으로 큰 변화 앞에 불안정한 시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은 정작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가끔은 돌아가길 희망하는 성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 또한 그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였나?! 고양이달 2권을 읽을 때 내가 겪어왔던 그 시절을, 현재 이 시기를 보내고 있을 친구들 그리고 앞으로 겪어나갈 아이들이 오버랩되며 노아가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이 어딘지 몰라 괴로워하고 세 소녀의 과거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배워나가는 과정들에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어 울컥까지 했던 것은!
엉엉 울고 싶어지면서도 고양이달이 전해주는 ‘고생했어.’(p.362)라는 한 마디에 위로를 받는다.(나만 이런 거 아녔어. 다들 그랬던 거야.)
고양이달 2권에서는 세 소녀의 과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풀어진다. 그리고 노아의 마음속에서 고양이달과 소녀에 대한 마음이 꿈도둑에게 도둑맞은 것처럼 조금씩 작아지면서 마레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진다.
아리별의 주인이기 전에 루나는 태양에서 태어나 태양의 주인이 되어 노랑띠마을에, 마레는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의 주인으로 파랑띠마을에, 모나는 땅에서 태어나 땅의 주인으로 남색띠마을에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주 해적 크루텔들에게 쫓겨 노랑띠마을로 흘러들어오게 된 그라우잠들로 인해 아리별의 주민들에게 고루 전해져야 할 빛구슬과 루나의 관심이 그들에게 더 쏠리게 되었고, 소외된 이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외롭다는 이유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라우잠은 자신들만의 태양이길 원했던 루나의 관심을 더 받기 위해 빛에 눈이 멀고 열기에 온몸이 데이면서까지 욕심을 냈으며 루나는 자신의 사랑을 쏟아부을수록 어그러지기만 하는 그라우잠을 지켜보며 절망한다.
결국 보다 못한 모나가 폭언을 내뱉으며 난동을 피우는 그라우잠을 자신의 부하 땅장군들과 함께 붙잡아 남색띠 지하 마을 세계의 가장 밑바닥인 어둠 속에 가두어 버린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루나는 자신의 일에 참견하고 간섭한 모나에게 화를 내며 모나의 마음을 사정없이 할퀸다.
세상에 전혀 아쉬울 것 없다는 듯이 자기 굴만 파고 들어가는 너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빛으로 나오려고 하는 그라우잠이 백배는 나아. 적어도 그들은 너처럼 자포자기는 안 하니까. 근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가두고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p.105
나는 늘 최선을 다했는데 왜 아무도 알아주질 않는 거야? 내가 하는 노력이 나를 행복하게 하지도 못하고,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도 못하는데 왜 계속하는 거지? 언젠가 행복해질 거라는 보장도 없어. 362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협곡의 얼굴들 가운데 한 명이 우울의 늪에 가겠다며 난동을 부리고 그 여파로 아리별의 지상과 지하 모든 것이 폐허가 된다. 결국 최후의 선택을 해야 했던 모나 그리고 모든 비난을 고스란히 혼자 받아야 했던 모나는 마레에게까지 너 때문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루나를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리석을 차지하고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던 그라우잠이 모나를 살린다.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다는 노아에게 한 사람만 바라볼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라며 지금 마음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가만히 귀 기울여 보라던 루나,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강렬한 빛과 열기를 내뿜었던 때를 그리워하는 루나에게 넌 여전히 눈부시다며 지금 하늘에 없는 대신 가까이에서 온기를 전하고 있는 넌 여전히 땅 위의 태양이라고 위로하던 노아.
자신도 노아를 사랑하지만 자매인 모나가 노아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려는 마레, 린과 핀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힘들어하던 링고 등 서툰 그들이 온몸을 부딪히며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과정 속에서 때론 전설 속 존재와 같았던 흰 수염 고래에게 조언을 받아 어려움을 헤쳐나가기도 하고, 자신의 친구에게 위로를 받으며 힘을 내기도 한다.
꽃길만 걸을 수는 없지만 조금은 그들이 성장해나가는 길에 힘이 되어주고 쉼이 되어주며 위로가 되어줄 존재가 함께하길 바라게 된다. 그리고 나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다음 고양이달 3편에선 해피엔딩을 볼 수 있을까?
모르겠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냥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다 같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p.77
ps. 실제 숲을 품고 다니는 얼룩말과 징검다리를 가지고 있던 구름새, 다른 사람의 꿈을 훔치는 꿈도둑과 문어공주와 불가사리왕자 등 판타지 요소가 가득했던 고양이달. 그들이 하는 모험에 나도 덩달아 모험하는 기분이 든다. 다음은 어떤 상상력 가득한 세상을 보여줄지 기대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