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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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 공경희 옮김 | 열린책들

세계문학 / p.165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된다.

p.8

1928년 버지니아 울프가 두 차례 여자대학에서 ‘여성과 소설’을 주제로 강연했던 내용을 토대로 쓴 ‘여성과 소설’이라는 에세이가 좀 더 발전해 여섯 장으로 구성 출간된 것이 「자기만의 방」이라고 한다.

「자기만의 방」은 강연 주제인 ‘여성과 소설’이 주는 의미(여성과 그들이 어떤 존재인가, 여성과 여성이 쓰는 소설, 여성과 여성에 대해 집필되는 소설)에 대한 고찰과 함께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을 글 초반부터 제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결론에 이르게 된 여러 사유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데, 중간중간 ‘난 누구?! 여긴 어디?!’를 외치며 본 거 같다. 이런 와중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는 알 것 같은 이 기분과 그에 동의하며 바라게 된 마음이라니. 참으로 신기하다.



모든 남자가 시가나 소네트를 쓸 수 있는 것 같은데 왜 여성은 특출한 문학 작품을 쓴 예가 없는지 늘 의심스러웠던 울프는 ‘여성들은 어떤 처지에서 살았을까?’라는 자문을 했고 그 답을 독자에게 전달하며 자신의 결론을 강조 또 강조한다.

숙녀는 칼리지 연구원과 동행하거나 소개장을 구비해야 도서관에 입장할 수 있었고 아내 구타는 남성의 권리로 인정되어 계층을 막론하고 수치심 없이 자행되었으며 혼인은 사적인 애정이 아닌 집안의 탐욕과 관련되어 부모가 선택한 신사와 혼인을 해야 했다. 혹 혼인을 거부하면 딸을 가두고 구타했으며 방에 내동댕이쳤으나 여론엔 충격을 주지 않았다고...

남성들에게 세상은 <원하면 써라, 난 달라질 게 없으니>라고 말했지만, 여성에게는 낄낄대면서 <글을 써? 네 글이 무슨 소용이 될 거라고?> 냉담 정도가 아니라 적대를 당하는 시대에, 불리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기본적 과업 수행이 늘 방해를 받으며 살아야 했던 여성들.

제인 오스틴 또한 온갖 종류의 방해를 받는 거실에서 글을 써야 했고 글을 쓰다가 하인이나 방문객이 등장하면 글을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그러했으며 그녀의 생의 마지막까지 그렇게 글을 쓴다. 만약 그녀에게 재력과 자기만의 방이 있었다면 그녀의 문학에 어떤 영향이 갔을까?



세상의 어떤 권력도 내 5백 파운드를 빼앗지 못합니다. 의식주가 영원히 내 것입니다. 따라서 노력과 노동만 중단되는 게 아니라 증오와 비통도 그치지요. 난 어떤 남자도 증오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를 해치지 못하니까요. 어떤 남자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습니다, 그가 내게 줄 게 없으니까요.

p.53

울프가 여성의 지독한 빈곤에 분통을 터뜨리며 만약 어머니들에게도 돈이 있었더라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가정해 보던 질문엔 함께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들, 그들은 돈 버는 게 불가능했고 그게 가능했다 해도 번 돈을 소유할 권리를 법이 허용치 않아 남편의 소유가 되었을 거라는 그 상황들 앞에 질문조차 쓸모가 없어진다.

간혹 재력과 자기만의 방을 가진 여성들도 있었으나 자신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의 열등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던 남자들에 의해 글 쓰는 일이 좌절되었다고 한다. (아이고 아부지!!)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는 법안이 통과된 때 숙모로부터 평생 연간 5백 파운드씩 받게 된 울프. 아마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울프가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강조하던 그 마음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거의 무명 여성들의 수고 덕에 그때보다 나은 환경 속에 살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지금도 와닿았던 이야기 「자기만의 방」, 절로 '나도 나만의 방 가지고 싶다. 울프의 말처럼 살아도 보고 싶다.'를 외치게 만든다. 정말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자립은 필요한 거 같다. 어떻게 만들어 보지?! ㅎㅎㅎ

주제가 아무리 사소하거나 광범위해도 망설이지 말고 모든 종류의 책을 쓰라고 요구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여러분이 여행하고 느긋하게 지낼 비용을 확보하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미래나 과거를 사유하고, 책을 보면서 꿈꾸고 길모퉁이를 배회하고 생각의 낚싯줄을 강물 깊이 드리울 수 있는 돈을 갖기 바랍니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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