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유쾌하며 품위 있게라는 신조를 가지고 생활하던 이반 일리치.
그가 아내를 맞이함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과 자신이 속한 상류 사회가 인정해 주었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할 만큼 '위선' 속에 살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특히 권력이 있음에도 오히려 함부로 휘두르지 않으며 약자를 존중한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들이 자신을 존경한다는 것을 알고 더 위선 속에서 우월감을 느꼈던 그.
그런 그가 정작 자신의 죽음 앞에서 사람들이 보이던 위선적인 행동에 분노한다. 하지만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통해 그 또한 자신의 삶 역시 올바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처음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죽음을 부정했다. 그리고 죽어가는 자신과 달리 멀쩡히 가족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으며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억울해하며 절망 속에서 빠지기도 했다. 결국엔 죽음을 수용하며 자신의 지나간 삶 모든 것을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되짚어 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끝내 '용서해 줘'라는 말은 하지 못했던 이반 일리치.
한 사람에게 죽음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가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죽음에 대한 자세를 생각해 보게 한다. '내가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도 저러했을까?!' 그를 통해 죽음에 대해 간접 체험을 해본다. 그리고 어릴 때 멀고도 먼 죽음이 나이가 들면서 축하하는 일보다 죽음을 애도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소 깨닫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조금은 함께 하는 이들과 더 오래오래 하고 싶다. 분명 나이가 많아질수록 더 가까워질 죽음이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을 떠올리며 막연히 불안해하는 것보다 죽음을 인식하되 내일을, 미래를 계획하며 삶의 행복을 누려봄이 좋지 않을까? 하루하루 행복으로 채워나가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