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푸른 십자가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 이상원 옮김 | 열린책들

세계문학 / p.129

책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푸른 십자가」였는데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에 이어 이번에도 추리소설에 NOON 세트이다. 그것도 4편의 이야기 중 ‘날아다니는 별들’은 작년 겨울에 읽었던 ‘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에 ‘나는 별들’이라는 제목으로 만나본 이야기였다. 아니 이게 무슨 우연의 연속이란 말인가.

그런데 더 재밌는 건 첫 편에 등장했던 경찰청장이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수사관 발랑탱이가 주인공이 아닌 동부 촌사람으로 그려지던 브라운 신부가 주인공이었고, 프랑스의 전설적인 도적 플랑보가 4편 모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플랑보가 매 사건마다 브라운 신부에게 덜미를 잡혀 훈계와 경고를 듣다가 마지막 편에서는 회개해 탐정이 되면서 브라운 신부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예상치 못한 전재가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바로 직전에 읽은 셜록 홈즈 시리즈와는 색다른 재미가 있던 추리소설이었다.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들어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인간의 악을 전혀 모를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단 말인가?

p.37

‘푸른 십자가’를 지키며 옮겨야 했던 브라운 신부에게 성직자로 변장한 도적 플랑보가 접근했고 플랑보를 체포하기 위해 발랑탱이 수사관이 뒤쫓는 상황을 그린 첫 번째 이야기 ‘푸른 십자가’. 그런데 ‘나 여기 지나갔어요.’라고 알려주듯 발랑탱이는 뒤쫓아 가는 곳마다 이상한 현상을 접하게 된다. 아니 독창성이 돋보이는 절도를 하며 이름을 날렸다던 플랑보라지만 정말 이상한 행동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플랑보에게 당나귀 휘파람 수법을 왜 사용 안 했냐고 그걸 사용했다면 얼룩 수법으로 막았을 거라고 말하는 브라운 신부. 아니 범죄자에게 ‘이 수법 알아?! 이런, 이 수법도 모르다니 아직 멀었군’을 시전하는 신부도 웃겼지만 계속 의문의 패를 당해야 했던 플랑보도 재미있었다. ㅋㅋㅋ

이렇게 강한 인상을 남긴 브라운 신부를 두 번째 이야기 ‘기묘한 발소리’에서 또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란!! 그런데 발소리만 듣고서 누구인지 어떻게 아는 것일까?! ‘참된 어부 열두 명’만이 모인 은밀한 만찬에서 그들의 상징인 물고기 모양의 은제품 생선 요리용 나이프와 포크 세트가 사라지며 일어나는 사건을 발소리로 그리고 뛰어난 통찰력만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그가 자신들이 종업원과 똑같아 보임으로써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녹색 상의를 입자고 제안하며 신사와 똑같아 보일 수 없는 종업원이 신사 행세를 했다며 그 친구분이 아주 똑똑한가 보다고 말을 하는 그 모임의 사람들에게 건네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 부유하고 안락하면서도 신이나 인간을 위해 아무런 결실도 내지 않고 하찮게 사는 사람이 이토록 많은데, 도둑놈과 부랑자는 회개를 해야 한다니 말입니다.

p.62

그렇습니다. 신사가 되는 건 아주 힘든 일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종업원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힘들 거라는 생각을 때때로 하곤 한답니다.

p.69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운 신부는 전형적인 동부 촌사람답게 둥글고 넓적한 얼굴에 두 눈은 북해처럼 공허한 작달막한 신부로 묘사된다. 그리고 갈색 종이 꾸러미를 여러 개 간수하느라 쩔쩔매고 왕복 차표 중 어느 쪽을 돌아갈 때 내야 하는지도 모르는 모습이 절로 어리숙하게 보이게 만든다.

더욱이 자기 짐 꾸러미에 진짜 은과 푸른 보석으로 만든 귀한 물건이 들어있다고 천진하게 여러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이 사람 어쩌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마 그래서 후에 나오는 반전이 더 충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는 놀라운 지성과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었음에도 금세기 최대 거물 유능한 수사관 발랑탱이조차 그의 우둔해 보이는 모습을 보며 조심하라고 조언까지 해주지 않았던가?!

저자가 브라운 신부를 우둔하고 딱해 보이게 느끼게끔 의도한 것도 있겠지만 그 의도대로 우리가 생각한 것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과 지내다 보면 '그렇게 안 봤는데 생각했던 거와 다르네'라는 말을 종종 듣거나 말한 적이 한 번쯤 있듯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시선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 그 반전이 더 신선하게 다가왔던 거 같다.

그리고 추리소설에 더해진 당시 잘못된 가치관들과 인간의 오만함, 연민 등에 대한 풍자를 만날 수 있어 다른 '브라운 신부 시리즈'라 불리는 에피소드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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