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벨낀 이야기

알렉산드르 뿌쉬낀 |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세계문학 / p.13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를 쓴 사람이 「벨낀 이야기」를 쓴 저자 알렉산드르 뿌쉬낀이란다. 와! 이렇게 돌고 돌아 만나는구나 싶으면서 책이라는 매개체가 주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낀다.

러시아의 위대한 국민 시인으로 인정받았던 저자는 1830년 8월 아버지의 부탁에 따라 볼지노 영지를 방문했다가 모스끄바에 유행하는 콜레라로 귀경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다. 예기치 못한 석 달 동안의 전원생활을 하며 쓰인 이야기가 「벨낀 이야기」로 원제는 '고(故) 이반 뻬뜨로비치 벨낀의 이야기'이다.

열린책들 NOON 시리즈에 속하는 「벨낀 이야기」에는 이 책을 펴내는 '발행인의 말'과 함께 가상의 작가 벨낀이 집필했다는 다섯 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벨낀이 여러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이지만 아마도 벨낀이 저자이지 않았을까? 읽기 전부터 135페이지라는 얇은 분량에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는데 읽고 난 후에도 놀랍다.

단편의 매력을 새삼 또 느끼게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벨낀 이야기」에서 만나보았던 퇴역군인이 벨낀에게 들려준 회고담 '마지막 한 발', 어느 여성이 들려준 귀족 아가씨와 가난한 장교의 사랑 이야기 '눈보라', 자신이 장사 지냈던 죽은 이들이 찾아왔던 '장의사', 역참지기 노인의 예쁜 딸을 한 장교가 납치하다시피 데리고 도망간 '역참지기',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지주 집안 자식들의 사랑 이야기 '귀족 아가씨 - 시골처녀'.

러시아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술, 귀족들의 사랑과 결혼, 장의사와 역참지기의 삶 등 다양한 소재를 담고 있던 다섯 편의 이야기 중 결투가 정당화되었던 러시아 사회에서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졌다는 이유로 총알 한방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결투를 벌이는 이야기인 '마지막 한 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투를 피하면 수치가 되었던 그 시절 소설 속 주인공은 살아남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자신의 아내를 짝사랑하던 프랑스 망명 귀족과의 결투를 벌이다 치명상을 입고 37세의 나이에 운명한다. 저자 또한 '마지막 한 발'을 집필할 당시엔 자신의 이러한 운명을 몰랐을 것이다. 정말 삶이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거 같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눈보라', 부유한 신붓감으로 손꼽히던 마리야와 가난한 소위보의 사랑 이야기. 야반도주를 계획했으나 무섭게 바람이 몰아치며 일어났던 눈보라도 달라졌던 운명의 이야기. 야반도주를 도왔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입을 다문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의 놀라움이란!

아니 그날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게 가능한가?!했던 반전의 결과로 처음엔 눈보라의 장난이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운명의 장난이 아닐까로 바꾸게 만들었다.




여러 슬픔과 사랑 그리고 풍자가 담겨 무거운듯하면서도 무겁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지금의 힘듦 또한 순간적인 것으로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훗날 그 또한 소중하게 될 거라고... 그리고 기쁨의 날이 올 거라고 이야기하는 거 같았다.

열린책들 35주년 세계문학 중단편 NOON SET가 아니었다면 한참 후에야 만났을지도 모를 저자, 중단편이 주는 부담 없음이 수많은 저자의 만남으로 이끌며 한 명 한 명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천재 시인, 러시아 국민문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저자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뿌쉬낀이 남겼다는 수많은 서정시와 서사시, 소설, 드라마도 만나보고 싶다. 특히 장편소설에선 또 어떤 느낌으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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