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6 - 듄의 신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듄의 신전

프랭크 허버트 | 황금가지

SF 소설 / p.756

우리가 다시 완전해질 수 있을까?

p.84

「듄의 신전」은 소설 듄의 마지막 6권에 속하지만 이야기는 완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끝이 난다. 집필하던 중 저자가 사망을 해 그 뒤의 이야기를 아들과 다른 작가가 그가 남긴 메모를 보고 공동으로 집필했으나 불쏘시개 취급을 받으며 악성 재고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렇게 황금가지에서도 프랭크 허버트가 집필한 6권만 계약을 했고 21년 신장판으로 출간이 되었다.

매번 다음 권이 진행될 때마다 몇천 년 후로 진행이 되어 듄연대기라고 불릴 정도였는데 6권은 전편과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익숙했던 인물들이 그대로 나오니 그건 또 그것대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듄 5권에 등장했던 명예의 어머니와 베네 게세리트의 전쟁을 담고 있던 이번 편에서는 과학이 만들어줄 미래에 대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일깨워주는 이야기 같았다.

두 집단 모두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신을 약하게 만들며 가장 깊은 곳의 감각을 무뎌지게 하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때릴 무기로 표현된다. 그래서 혹여나 그 감정을 가진 것이 보이면 탈선으로 생각하고 부패의 징후로 본다. 그런데 그 금지 시 된 감정을 가지게 된 무르벨라와 던컨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그 감정을 배운 대모 오드레이드를 통해 그 감정이야말로 가장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고 우리가 가진 인간성이며 우리가 기계가 아닌 증거라고 말하는듯했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인간성에 매달려야 합니다.

p.552

비우주선에 갇혀 지내게 된 명예의 어머니 무르벨라와 골라 던컨은 성적 매력에 취해 서로를 탐하다 사랑에 빠진다. 자신은 절대 베네 게세리트의 종마가 아니라며 그들의 교배 계획을 거부하던 던컨이었는데 무르벨라 사이에서는 무려 4명의 아이를 본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다른 곳으로 옮겨져 부모가 아닌 베네 게세리트의 지도 아래 자라나게 된다.

대모 오드레이드는 폭군 시대 이후 다소 변질된 베네 게세리트를 명예의 어머니에 속하나 그들의 타락 중 최악의 부분에 감염되지 않은 무르벨라를 훈련시킴으로서 이 위기를 헤쳐나가려고 한다. 그들의 훈련을 받으며 스파이스의 고통까지 잘 넘긴 무르벨라는 완전한 대모가 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결과는 무르벨라 자신을 던컨에게서 점점 멀어지게 만들었고 던컨은 멘타트의 능력을 피난처로 삼았으나 끝내 시이나와 가리미와 함께 비우주선을 타고 우주 속으로 사라진다. 골라로 만들어지면서 죽음과 각성을 수없이 겪어야 했던 그가 제일 마음 아픈 인물이었다.

그녀가 그의 폼으로 파고들었다. 스파이스의 고통을 겪기 전과 거의 비슷한 몸짓이었다. '거의'. 이 차이가 그의 마음을 쥐어뜯었다.

p.583

명예의 어머니들은 모든 잠재적인 도전자들을 무력화시키고 권력에 의해 폐쇄된 통치체제로 똑똑한 사람들을 걸러 배제시키면서 지성을 무디게 만들며 행성을 파괴해 간다. 그런데 베네 게세리트의 과학을 탐내면서도 자신들의 권력을 노리는 경쟁자로 생각해 사로잡지 않고 몰살시키던 그들 또한 누군가로부터 사냥을 당하고 있었다.

그 집단으로 생각되는 퓨타르와 조련사, 그들은 이제 영영 만나보지 못하는 거겠지?





과학이 유토피아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나?

과학은 변화를 가져오지.

과학과 관료주의가 항상 전쟁을 벌이는 건 그 때문이야.

p.174

자신에 대한 증오도 자신에 대한 사랑도 없었던 베네 게세리트는 훈련을 통해 자신들의 성격을 강화시키며 자신감만을 가진다. 죽은 자들의 눈을 통해 오래전에 사라진 광경을 보고 과거를 현재에 적용시켜 나가는 그들에겐 관료적인 시스템도 기록을 남기는 시스템도 없다.

하지만 우수한 유전자에 대한 집착을 보이며 교배 시스템을 가지고서 계획적으로 아이를 갖는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가 아닌 그 집단의 사람들에 의해 교육받으며 키워진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배제된 채.

던컨의 상상력과 독창성을 필요로 했던 그들이 정작 인간성은 포기하는 길을 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듄의 세계에 등장했던 수명을 늘려주고 의식을 확장시켜주던 멜란지를 통해서는 하나의 물질에 의존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보여준다.

1965년에 출간된 듄이었지만 그 속에서 만날 수 있었던 미래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막 행성의 변화를 통해 생태계의 흐름과 권력 그리고 정치, 종교, 사회 모든 것이 함께 다루어졌던 소설 듄, 그 끝을 함께하지 못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책은 이렇게 끝이 났으나 앞으로 개봉되어 나올 영화가 있으니 또 다른 듄의 시작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

책으로 만났던 세상, 눈앞에 어떻게 그려질지 듄 개봉일 10월 20일이 기다려진다.

미래를 불확실하게 두십시오.

미래는 우리의 욕망을 받아들이는 캔버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조건은 언제나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백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p.204

듄 신장판 6권, 인상 깊은 글귀


신탁에게 자신의 인생을 예언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이야. 넌 미래를 원하는 게 아냐. 넌 지금을 영원히 연장하고 싶어 하는 거다. p.176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건 정치야. 정치, 겉으로는 솔직하고 완전히 마음을 연 것처럼 보이면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숨기는 기술. p.261

사이보그도 합성어 중의 하나였다. 인간의 몸에 덧붙여진 기계들이 어디서부터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걸까? 사이보그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딱 하나만 더 덧붙이지'라는 유혹은 점점 강해지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조정'하기도 너무 쉬워서 그 합성 인간은 결국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게 되곤 했다. p.481~482

베네 게세리트와 명예의 어머니들은 한결같이 사랑이 사람을 약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던컨에 의해 자신이 강해진다고 느꼈다. p.564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항상 개인적인 관계에 의존하지. 그것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줄지 결코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p.6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