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백야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 열린책들

세계문학/p.121

아름다운 밤이었다.

우리가 젊을 때에만 만날 수 있는 그런 밤이었다.

p.11

「백야」는 ‘죄와 벌’,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집필한 저자의 중편소설이다. 아직 대표작을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아니 이 저자가 이런 소설도 썼다고?!’라는 감탄을 날리지 못해 많이 아쉽다.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자가 시베리아 유배를 가기 전에 쓴 이 소설은 서정적이고 낭만적 아름다움이 가득한 감상적 소설로 19세기 러시아의 과학과 이성 만능주의가 가득했던 뻬쩨르부르그를 통해 황량한 시대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절망의 시대에서 사랑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두 남녀를 통해 전한다.

사랑 이야기라는 평을 듣고 보았지만 그들의 사랑보다는 몽상가의 ‘나’가 들려주던 고독과 인간의 소외가 유독 더 와닿았던 이야기였다.




나는 찾아갈 별장도 없었거니와 별장으로 갈 이유도 전혀 없었다. 누구 한 사람도 나를 초대해 주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들에게 나는 이방인인 것 같았고 실제로 나는 이방인이었다!

p.17

시쳇말로 나 홀로 외로이 살았어요. 다시 말해서 혼자, 철저하게 혼자, 완벽하게 혼자서 살았어요. 아시겠어요, 혼자라는 게 어떤 건지?

p.34

그들의 표정을 학습할 정도로 도시의 모든 사람들을 잘 안다고 생각하던 26살 청년 ‘나’는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버리고 휴가를 떠났다고 생각할 정도로 몽상을 즐기는 고독한 몽상가이다. 한 번도 어떤 여성과도 그 어떤 교제도 없이 지내며 그저 언젠가는 누군가를 만나게 될 거라는 꿈을 꾸던 그가 늦은 밤 운하의 제방을 지나며 울고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위협의 순간에서 그녀를 구해주게 되면서 그녀의 환심을 사게 된다. 다음 밤 다시 만난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되고 운명적인 사랑을 동경하고 있던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할머니 밑에서 커온 17살 소녀 나스쩬까는 사랑의 도피까지 하려 했을 만큼 할머니 집에서 하숙하던 남자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1년 뒤를 기약하며 떠났다. 그런 그를 기다리지만 돌아왔다는 소식이 없는 그로 인해 울고 있었다고 말하는 그녀를 위로하는 ‘나’, 그녀의 사랑을 위해 그에게 편지를 쓰는 걸 도와주기까지 한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나’에게 영원을 약속하던 찰나 떠났던 남자가 돌아와 만나게 된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그에게도 간다. 와, 이렇게 간다고?! 희망 가득 ‘나’에게 앞날을 함께하자고 약속하자마자 이렇게 간다고?!

심지어 다음 날 그녀는 그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보내며 거기에 덧붙여 그에게 자신들을 축복해달라고 그리고 자신을 영원히 사랑해 달라고 말한다. 와~ 정말 욕이 절로 나왔다. ‘이 여자 뭐지?!’라며 흥분한 나와 달리 ‘나’는 그녀를 축복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사랑의 감정을 알게 하고 행복한 날을 선사해 준 그녀였기에....

너의 하늘이 청명하기를,

너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밝고 평화롭기를,

행복과 기쁨의 순간에 축복이 너와 함께 하기를!

너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어느 외로운 가슴에

행복과 기쁨을 주었으니까.

p.115




아, 나스쩬까! 사실 우리는 어떤 사람들에게 그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합니다. 나도 당신이 나를 만나 준 것에 대해, 그리고 내가 평생 당신을 기억할 거라는 데 대해 당신께 감사합니다!

p.75

처음엔 건물마저도 인격화시키며 대화하는 그를 보면서 엉뚱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추후 나스쩬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땐 그 모든 것이 그의 소외와 고독에 대한 처절한 외침처럼 들려왔다. 그가 늘여놓던 개똥철학과 같은 이야기 속에 뼈 때리는 이야기들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가도 훅 치며 들어오며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밤 시간 동안의 대화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에게 사랑을 알려주고 그녀에게 오히려 축복을 보내며 감사함을 느끼는 그를 보며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했다.

이루어지지 않은 나흘 밤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 인간의 고립과 소외 그리고 서로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담겨있던 일기와 같았던 이야기였다.

백야, 인상 깊은 글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열린책들

이 <지칠 줄 모르는> 환상도 영원한 긴장 속에서 쇠약해집니다. 누구나 어른이 되고 자신이 과거에 품었던 이상으로부터 벗어나게 마련이니까요. 그 이상들은 산산조각 부서져 가루가 됩니다. 만일 다른 삶이 없다면 그 부스러기를 가지고 다시 삶을 꾸며야 합니다. 그런데 영혼은 뭔가 다른 것을 원하고 또 요구합니다! 그래서 몽상가는 부질없이 마치 재 속을 헤집듯 자신의 낡은 몽상을 뒤적거립니다. 재 속에서 무슨 불씨라도 하나 찾아내 호호 불어가지고는 다시 붙은 불로 차가워진 심장을 녹여 보려는 거지요. 그리고 과거에 그토록 다정했던 모든 것, 영혼을 감동시켰던 모든 것, 피를 끊게 하고 눈물을 샘솟게 하던, 그리고 그토록 찬란하게 그를 기만했던 모든 것을 가슴속에 다시 살아나게 하려는 거죠! p.55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래 너의 꿈은 지금 어디 있는가? 그런 다음 고개를 휘휘 저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세월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가! 그리고 또다시 묻습니다. 그래, 너는 이 세월 동안 무엇을 했는가? 너의 황금 같은 세월을 어디다 묻어 버렸는가? 살아 있었던 거냐 아니냐? 그런 다음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조심하라고, 세상은 점점 냉혹해지고 있어. p.57

오, 나스쩬까! 혼자, 전적으로 혼자 남는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겠지요. 심지어 아쉬워할 것조차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잃어버린 모든 것도, 지금의 모든 것도,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어리석고 동그란 원, 그저 한낱 꿈이었으니까요!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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