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안쓰러운 캐릭터, 던컨 아이다호. 지나가는 말로 듄의 진정한 주인공은 던컨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계속 살아나는 그이다. 그것도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채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기 바쁜 세력들에 의해 이번엔 어린 골라로 태어난 던컨은 신중한 교배와 신중한 훈련으로 성공적인 존재들을 만들기 위한 베네 게세리트의 종마로 다루어진다.
모래 벌레와 소통하는 소녀 시이나와 결합시켜 아라키스를 복원하려 했던 베네 게세리트였지만 ‘명예의 어머니’에 의해 계획이 무산되고 매춘부로 불리는 ‘명예의 어머니’에 속한 무르벨라와 교배를 하게 된 그에게 틀레이랙스가 숨겨둔 장치가 작동하면서 예전의 기억을 찾게 된다.
결국 그렇게 그때의 사람들이 모두 죽고 건물만이 남아있는, 기억만이 남아있는 삶을 또 살아가게 된 던컨.
자신의 육체가 시체의 세포에서 자라났음을 깨달으며 자기의 죽음을 기억하면서 새로운 육체 속에서 갑자기 각성하게 되는 체험은 분명 그에게 충격적인 경험일 것이다. 그는 과연 평안을 얻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나오던 교배와 종마라는 단어는 읽는 이로 하여금 인간임을 부정당하는 기분마저 들게 만든다. 대모라는 단어가 대리모와 같이 느껴지기도 했으며 각인사로 교육받고 교단에서 정해주는 남자와 교배하며 아이를 수없이 낳던 그들을 보며 위대한 유전자가 무엇이기에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가지면 안 되던 감정으로 ‘사랑’을 예로 들어가면서 유전자의 조합으로 위대한 존재를 만들려고 했던 교단의 모습에서 미래의 우리가 보이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