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행복한 왕자

오스카 와일드 | 열린책들

세계문학 중단편 / p.135

행복이 주는 단어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그 단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느껴진다. 그렇게 제목에 이끌려 NOON 세트에서 제일 먼저 읽게 된 책 「행복한 왕자」이다. 하지만 책 제목과 달리 책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마음 아팠던 이야기들. 내가 추구하는 행복은 어떤 행복인지도 생각해 보게 만든 이야기였다.

나 : 행복한 왕자라고 알아?

아이 : 아니요.

나 : 왜 행복한 왕자라는 조각상인데 온몸이 순금이고 두 눈은 사파이어로 되어있는..

아이 : 아, 그 이야기요. 알아요!

나 : 그러고 보니 그걸로 너희 뮤지컬도 하지 않았었어?!

아이와 나 : ...... ;;;;

맙소사! 행복한 왕자 제목만 보았을 땐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다. 그런데 책 첫 문장을 읽자마자 바로 떠오르던 내용!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아이가 5학년 때 뮤지컬로도 했던 그 이야기였는데 왜 난 제목을 기억 못 했는가?(그저 웃지요.)

행복한 왕자」 책에는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부와 그의 영혼' 그리고 '별 아이'까지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런데 별 아이도 아는 이야기였다는 건 안 비밀(도대체 나 어디서 읽은 거냐?! 어리둥절!!)

첫 번째 이야기, 「행복한 왕자」

정원 둘레에는 아주 높은 담장이 굴러쳐져 있었는데, 난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고도 안 했어. 내 주위에는 아름다운 것들뿐이었거든. 내 신하들은 나를 행복한 왕자라고 불렀고, 사실 난 행복했지. 즐거움이 곧 행복이라면 말이야.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죽었는데, 내가 죽자 사람들은 날 여기 이렇게 놓은 곳에 세워 놓더군. 이 도시의 온갖 추악함과 비참함이 다 보이는 이곳에다 말이야. 그러니, 심장이 납으로 되어 있는데도, 울지 않을 수가 없어.

p.13

높은 곳에 세워진 행복한 왕자, 온몸은 얇은 순금 판으로 덮여있고 두 눈은 사파이어였으며 칼자루에는 루비가 박혀있다. 그런 그가 그곳에 세워지고 나서야 보게 된 어려운 사람들, 그는 그들을 돕고자 갈대 아가씨와 사랑에 빠져 이집트로 가지 못하고 자신의 동상에서 하루를 머물러 온 제비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아픈 아이에겐 칼자루의 루비를, 배가 고파 글을 쓰지 못하던 작가와 성냥팔이 소녀에겐 자신의 눈이 되어주었던 루비를, 가난한 사람들에겐 몸을 덮고 있던 금을 전해달라고....

"제비야, 제비야, 작은 제비야" 애틋한 마음으로 제비를 부르며 하룻밤만 더 자신의 곁에 머물러 달라던 왕자와 그 마음을 지나치지 못하고 자신이 죽을 때까지 왕자의 곁에 머물던 제비. 그들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지나치지 말고 도와주며 나눔의 행복을 알려주고자 했던 이야기였으나 초라해진 왕자를 녹이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바빴던 사람들의 행동에 치가 떨리기도 했던 첫 번째 이야기였다.

두 번째 이야기, 「나이팅게일과 장미」

아, 행복이란

얼마나 사소한 것들에 달려 있단 말인가!

p.30

교수의 딸을 사모하게 된 대학생, 붉은 장미를 주면 춤을 춰주겠다는 그녀의 말에 왜 자신의 정원엔 붉은 장미가 없냐고 절망을 한다. 그런 그를 동정하게 된 나이팅게일이 그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수소문을 하게 되고 붉은 장미를 피워내게 하는 방법을 알아낸다.

붉은 장미를 원한다면 넌 달빛 아래서 네 노래로 꽃을 만들어서 네 심장의 피로 그걸 물들여야 해. 내 가시를 네 가슴을 박고 노래해야 하는 거야. 밤새도록 노래해서 마침내 가시가 네 심장을 꿰뚫어야 해. 네 생명인 피가 내 핏줄에 흘러들어 내 것이 되도록.

p.33

잔혹한 동화를 떠올리게 했던 두 번째 이야기 '나이팅게일과 장미', 그 끝이 정말 ㅜㅜ 사랑의 덧없음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나이팅게일의 희생과 사랑이 유독 기억에 오래 남았다. '더 세게 더 세게' 그거 아니야아!!! 누굴 위한 행복이었을까?

세 번째 이야기, 「어부와 그의 영혼」

네 편의 이야기 중 가장 길었던, 유독 결말이 너무 궁금해 읽는 도중 결말을 먼저 보고 싶을 정도였던 이야기.

우연히 그물에 잡힌 인어와 사랑에 빠진 그가 인어와 살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잘라내는 과정과 어떻게 해서든 다시 그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던 영혼의 이야기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준다. 와! 그런 방법으로 영혼을 잘라낼 줄이야!

어부로부터 마음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악을 즐겁게 배웠다는 영혼, 그리고 그 영혼을 떼어내려 했던 마녀와의 계약 등 어느 것하나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처음엔 어리석어 보이던 어부를 욕하며 봤던 내가 나중엔 인어에게 돌아가려 하는 어부를 안타까워하며 결국 응원하게 되었다고.... ㅎㅎㅎ

사랑은 지혜보다 낫고 부귀영화보다 귀하며, 인간의 딸들의 발보다도 아름답소. 불도 사랑을 태워 없애지 못하고 물도 사랑을 꺼버리지 못한다오. 나는 새벽에 그대를 불렀지만, 그대는 내 부름에 와주지 않더이다. 달도 내 부름에 와주지 않더이다. - 잘못 그대를 떠난 후로, 나는 괴로움 속을 헤매었소. .... 나는 선도 악도 보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대를 향한 내 사랑을 이기지는 못했소.

p.96~97

마지막 이야기 「별의 아이」

하늘에서 아주 빛나고 아름다운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본 가난한 나무꾼이 그 별을 찾아간 곳에서 아기를 발견하고 거두게 된다.

자신을 별의 아이라 생각하며 오로지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처럼 병약하고 못생긴 사람들을 비웃으며 조롱하는 이로 큰 그 아이는 추후 거지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자신의 어머니의 존재를 부정함에 따라 아름다웠던 얼굴과 몸이 흉측하게 변하게 되고,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그는 용서를 빌기 위해 어머니를 찾아 나서는데....

극단적인 아름다움의 내면과 외면을 대조하며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했던 동화였다. 내면이 조금 더 강하고 아름다운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다가도 이왕이면 외면도 아름다웠으면... 하는 욕심이 어느덧 생겨나 내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이 마음 못버릴듯?!ㅎㅎㅎ 그래도 전자가 우선!)

매번 벽돌책을 읽다가 중단편을 읽어서일까? 아니면 동화와 같은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빠른 호흡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중단편이 주는 임팩트가 아주 강하게 오며 읽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정말 오랜만에 온전히 이야기 속에 빠져 읽으며, 읽기의 쉼 같았던 이야기들. 그래서 앞으로의 다른 이야기들이 더 기대가 된다.

사회에서 강요된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가 아닌 진정 내가 추구하고 원하는 행복은 무엇인가 고민해 보던 시간, 약간은 행복에 있어 욕심을 내보는 시간이었다.

ps. 왜 어릴 적으로 돌아간 기분이 드는거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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